‘놀면’ 유야호의 블라인드 오디션, 지미유와는 다른 재미

[엔터미디어=정덕현]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던 걸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의 블라인드 오디션에 꽤 많은 지원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얼굴을 가렸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단박에 알아차릴만한 독보적인 실력자들도 있었다.
하정우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지원자는 첫 등장부터 KCM이라는 걸 유야호(유재석)도 또 시청자들도 알아차렸다. 워낙 독보적인 음색의 보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정체를 알아차린 유야호와 하정우의 그 정체를 놓고 벌이는 밀당이 흥미로운 재미요소를 만들었다. 물론 그가 향후 MSG워너비의 멤버로 들어오게 된다면 어떤 음악이 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역시 빼놓을 수 없지만.

유야호가 자신을 지미유의 쌍둥이라고 밝힌 후, 그와의 차별점을 내세운 건 환불원정대 프로젝트와 MSG워너비 프로젝트가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 중요한 요인이다. 그는 지미유가 ‘톱100귀’라면 자신은 ‘톱10귀’이고, 그의 환불원정대는 이미 유명한 가수들로 구성되어 안 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미 반열에 오른 가수들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고 오디션도 오로지 귀로만 듣고 판단하는 ‘블라인드 방식’을 선택했다.
이러자 첫 방송에 나왔던 잔나비의 최정훈은 바로 정체가 드러나면서 탈락했다. 물론 너무나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지만, 이미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 정상을 찍은 실력자들이 줄줄이 탈락하는 장면은 유야호가 내세운 차별점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두 번째 블라인드 오디션에서도 현빈이란 이름으로 참가한 김범수를, 또 김수현이란 이름으로 참가한 케이윌을 유야호는 단박에 알아차리고 탈락시켰다.

블라인드 오디션은 시청자들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추리하게 만드는 묘미를 만들었다. 물론 이건 <복면가왕> 같은 블라인드 오디션의 맛이긴 하지만, 유야호가 과연 그 인물이 누구인지를 맞출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그가 맞추지 못해도 시청자들이 게시판을 통해 추리하는 대목은 확실히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의 새로운 재미가 됐다.
첫 번째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너무 창법과 목소리가 비슷해 김정민인 줄 알았다가 정체가 드러난 후 억울함을 호소했던 도경완은 그래서 유야호의 트라우마(?)가 되어 추리하는데 계속 그 잔상이 등장하는 재미를 만들었다. 또 두 번째 블라인드 오디션에 출연했던 이승기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김정민과 너무 똑같이 진짜 그가 오디션에 나온 건 아닌가 하는 추리를 하게했다. 물론 유야호는 도경완 트라우마로 인해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고.

방송을 통해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시청자들은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과한 이들로 지석진, 카더가든, 이석훈의 이름을 게시판에 올려놓으며 그 흥미진진한 추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야호가 ‘보컬 선생님’ 아니냐고 극찬한 차승원이 이석훈이라는 추리는 흥미롭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MSG워너비에 SG워너비가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이처럼 MSG워너비 프로젝트는 남성 보컬 그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노래가 주는 즐거움과 더불어,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추리하고 맞춰가는 요소들을 예능적 재미로 추가해 넣었다. 환불원정대가 처음부터 팀이 구성되어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MSG워너비는 팀을 구성해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중요한 건 유야호의 ‘톱10귀’ 설정으로 이미 반열에 오른 유명가수는 배제한다는 콘셉트다. 최근 들어 <싱어게인>이 ‘무명가수전’으로 대중들의 심정적 지지와 응원을 이끌어낸 것처럼, MSG의 이런 콘셉트도 향후 정체를 드러낸 참가자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벌써부터 그 인물 구성 자체가 기대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