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의 작위적인 느낌, 그래도 의도와 방향성에 공감하기에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유재석의 시간을 올려놓으며 가져온 부캐는 ‘위드유’다. 위드유는 그래서 누군가와 고기를 함께 먹고, 잠시 비워진 미용실을 대신 봐주며, 주식을 공통 관심사로 가진 이들을 만나 수다를 나누고, 한 아주머니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줬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노쇼 방지를 위해 스테이크 풀코스를 강제로 먹고, 은퇴하고 못했던 일들을 하고 계시다는 아주머니에게 ‘가수’로서 노래를 가르쳐줬으며, 돈이 없는 형제들에게 무료로 치킨을 건넨 사연으로 이른바 ‘돈쭐내기’의 주인공이 됐던 치킨집을 찾아 ‘돈쭐 내는’ 한 음악인과 동참했다.

특히 이날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건, 이미 기사화되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치킨집을 위드유가 찾는다는 사실이었다. “저런 집이 잘 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만큼, 그 치킨집을 ‘돈쭐 내는’ 이야기는 아마도 시청자들이 하고픈 마음을 프로그램이 대리해주는 행복감을 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해진 박재휘 사장님의 이야기는 그 선한 행보가 주는 감동이 있었다. 이번 ‘돈쭐내기’를 시도한 김치맨님은 이미 한 번 돈쭐 낸 적이 있다며 그 때 사연을 전해줬다. 한 마리를 사며 다섯 마리 가격을 내주겠다고 해도 거절했고, 다섯 마리를 사가려 해도 누가 실제 먹을 게 아니면 팔지 않았다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그랬고, 그래서 인근 지구대에 주겠다고 해서 겨우 ‘돈쭐’을 냈었다는 사연은 사장님의 선한 마음이 들어 있었다. 또 사연이 소개된 후 여기저기서 들어온 후원금들을 자비를 더해 마포구청 결식아동들을 위해 기부했다고 했다.

위드유의 치킨집 돈쭐내기 동참은 그 자체로 훈훈한 감동을 준 면이 있었지만, 한 가지 남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다소 그 과정들이 부자연스러워 ‘작위적인 느낌’을 줬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김치맨님이 치킨집 돈쭐내기에 딱 필요했던 차량을 마침 위드유가 끌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맞춰진 느낌을 줬고, 그 일련의 과정들과 그 속에서 나누는 대화들 역시 어딘가 자연스럽지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작위적인 느낌은 왜 만들어진 걸까. 실제로 사전 섭외가 이뤄진 상태에서 찍혀진 것일까. 아니면 찍어온 걸 편집하고 연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움 때문일까. 제작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위드유 프로젝트의 방송분이 방송에서는 마치 단 하루에 찍힌 것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은 여러 날 찍은 걸 편집한 거라고 밝혔다. 사연도 훨씬 더 많고 촬영된 것도 많았지만 일부 성사된 것들만 방송에 담았다는 것. 방송의 통일성을 위해 유재석이 같은 옷을 입고 여러 날 찍었다고 했다. 즉 이런 과정이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움일 수 있다.

실제로도 작위적인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위드유 프로젝트와 그 안에 담긴 ‘돈쭐내기’ 같은 아이템은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부자연스럽게 된 부분은 제작 상의 문제지만, 그 의도는 결코 나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치킨집처럼 선한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미담을 담으려는 것이고,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에도 열심히 살아가려는 서민들과 함께 하려 했다(위드 유)는 점은, 이전에 시도했던 ‘동거동락’ 프로젝트 같은 ‘연예인 그들만의 잔치’보다는 훨씬 낫다 여겨진다. 부자연스러움을 걷어내고 ‘찐 리얼’ 부캐의 세계를 펼쳐나가는 부분은 숙제로 남았지만, 적어도 시선을 낮은 곳으로 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그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