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전환점에서 텐션을 잠시 끄고 숨 고르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모처럼 숨을 고르는 느낌이다. <놀면 뭐하니?>는 최근 방송에서 MC 유재석이 중고거래 앱을 통해 사람들과 만남을 갖는 위드 유편을 선보였다. 중고거래 앱이 물품만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용역을 요청하는 도구로도 사용되는 상황을 활용한 이날 방송에서 유재석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요구들을 수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유재석이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일반인들과의 호흡으로 방송을 채웠다. 최근 <놀면 뭐하니?>는 데프콘과 김종민이 거의 준고정으로 유재석 곁에서 힘을 보탰다. 유재석이 20년 전 화려한 진행으로 성공을 거둔 왁자지껄 게임쇼 동거동락을 부활시킨 지난달부터는 이영지도 연이어 방송을 함께 했다.

위드 유편이 숨 고르기 느낌을 준 것은 유재석이 혼자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놀면 뭐하니?>가 유지해온 높은 텐션을 완전히 낮춘 상태의 정적인 방송이어서도 그러했다. 쫓기는 상황에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생하는 유재석도 없었고 에너지 넘치는 여러 출연자들의 시끌벅적함도 없는 이례적인 분위기였다.

물론 위드 유바로 전 에피소드도 역동적이지는 않았다. 유재석이 마음배송꾼 부캐 러브유로 재등장한 마음 배송꾼 H&H’ 편에서는 대학 시절 농구 선수 허웅에게 반한 팬과의 화상 만남을 주선하고 5년 남사친 여사친 사이가 애정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지 고백을 전달하고 지켜보는 시간도 가졌다.

마음 배송꾼 H&H’ 편은 이전 에피소드보다 정적이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이영지를 비롯해 데프콘과 김종민이 함께 하는 상황이라 텐션이 남아 있었다. 애정 상황이 만드는 오글거림의 에너지와, 만남의 결과에 대한 흥미진진함도 텐션을 보탰다.

그에 반해 위드 유는 유재석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분위기로 방송을 했다. 식사 상대가 필요한 무명 트로트 가수의 테이블 앞자리를 채워주고, 주인이 30분 자리를 비우는 미용실을 지키면서 동네 사람들을 맞이하고, 주식 대화 모임에서 본인이 아는 주식 지식을 털어놓는 상황에는 텐션 없는 평온함만 가득했다.

중년 여성 자전거 가르치기에서는 자전거를 잡아주고 뒤따라 다니느라 땀을 뻘뻘 흘리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이전 라면 끓이기나 치킨 튀기기 에피소드의 진땀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재석의 성심을 다한 지도와 챙기기를 통해 중년 여성이 조금씩 발전해 마침내 자전거를 혼자 타는 데 성공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위드 유방송 전반에는 일부 시청자들의 ‘(중고거래 앱) PPL이냐는 불만 제기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눈에 띄기도 했다. 하지만 완벽히 힘을 뺀 이날 방송은 자전거 배우기가 등장한 마지막으로 인해 <놀면 뭐하니?>의 역대 베스트 에피소드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진한 힐링과 울림을 전했다.

<놀면 뭐하니?>는 최근 완만한 시청률 하락세를 겪었다. 유재석과 데프콘, 김종민이 현장 증거 등을 근거로 살인사건 범인을 수사해 보는 수사반장 유반장편 이후 시청률이 10%(이하 닐슨코리아) 아래로 내려와 한 달을 넘게 원상회복을 못 하고 있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 13.3%를 기록하고 11%대를 대부분 유지하는 시청률 고공 행진 중이었다.

같은 시간대 SBS가 초대박 드라마 <펜트하우스2> 재방송을 편성해 이전에 비해 대진운이 더 빡빡해진 이유도 있고 10% 안 되는 시청률에도 동 시간대 1위나 토요일 예능 중 최고 시청률을 계속 차지하는 것을 보면 시청률의 한자리수 하락은 <놀면 뭐하니?> 내실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새해를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동거동락이 한자리수 시청률에 머문 것은 지난해 싹쓰리 프로젝트 이후 성공과 상승만 거듭하던 기세가 주춤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고민과 재정비가 필요한 전환점이 도래한 것이다.

위드 유에피소드가 숨 고르기 같은 느낌은 제로 텐션의 내용 때문이지만 <놀면 뭐하니?>가 전환점에 위치한 상황으로 인해서도 그러하다. 새로운 도약에 앞서서는 숨을 고르는 단계가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위드 유편이 끝나고 나서는 다음 주 예고편이 방송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준비가 덜 된 경우 예고편이 생략되기는 하지만 이번엔 전환점을 지나는 <놀면 뭐하니?>가 다음 주부터 시작될 새로운 도약에 대한 깜짝쇼를 위해 예고편을 일부러 제외시킨 것은 아닐까 기대해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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