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유재석이 호스트인 까닭에 재미가 보장된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은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예능인의 무대가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지금 MBC ‘놀면 뭐하니?’에서 과거 쇼버라이어티 시절의 향수를 바탕으로 참신한 얼굴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감도 있지만, 새로운 콘셉트와 도전으로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활약상에 비춰볼 때 확장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런 한편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tvN의 토크쇼 ‘유퀴즈’는 왕성한 활동과 변화를 추구하는 유재석의 가장 전통적인 진행 방식을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쇼버라이어티와 토크쇼가 버무려진 ‘해피투게더’ 시리즈도 그렇고, 김원희와 함께 환상적인 앙상블을 자랑한 ‘놀러와’에서 보여준 유재석식 토크쇼는 한때 에너지로만 승부를 보던 강호동이나 말 그대로 진행자에 가까운 신동엽, 남희석과는 달리 리액션과 배려에서 피어나는 게스트 우호적이고 친화적인 인간미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진정성이 특징이다.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거친 언사에다 손발이 올라가기도 하고, 밉상 역할을 주로 하는 ‘런닝맨’이나, 자신의 주도적인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놀면 뭐하니?’와 달리 ‘유퀴즈’에는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유재석식 토크쇼의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조세호와 함께하는 콤비플레이와 웃음, 정보, 감동을 아우르는 특유의 진행 능력을 만끽할 수 있다.

토크쇼의 재미이자 존재의 이유는 사람을 알아가고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데 있다. 그런 측면에서 ‘유퀴즈’는 현재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토크쇼다.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퀴즈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누군가를 초대해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듣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창구로 거듭났다. 최근 회차만 해도 택시기사 권오길부터 곽재식 작가, 불가사리 제설제 스타트업 양승찬 대표, 유튜브로 뜬 리코더 그랜드마스터 남형주, 배우 지진희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형형색색의 무지개 사탕 같았다.

유재석의 ‘유퀴즈’가 현재 유일무이한 토크쇼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청자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부터, 유튜브나 SNS상에서 핫한 인물,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연예인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아우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유재석의 능수능란한 진행 하에 집중 조명을 통해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면서 대화를 끌어낸다. 이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불가사리와 기존 제설제의 폐해를 접하고, 한예종에 리코더 학과가 있다는 사실과 누구나 불러봤지만 제대로 몰랐던 리코더의 역사를 알게 됐다. 그뿐 아니라 프로 예능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조세호의 토크를 교통정리를 해주는 택시기사님의 입담이나 곽재식 작가의 독특한 캐릭터를 담을 수 있는 예능 공간은 지금 모든 방송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기존의 토크쇼 방식을 따르자면 방송 시간 내내 출연 게스트들이 함께 모여 준비한 에피소드를 차례로 펼치고 개인기나 장기자랑 경쟁을 통해 인상을 남겨야 할 것이다. 허나 ‘유퀴즈’는 아무런 경쟁 없이 오롯이 혼자 조명을 받으면서 세상사는 데 필요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비연예인 사이에 섞여 나온 배우 지진희가 반가우면서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이런 호흡에 연유한다. 짧은 시간 안에 초대 손님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끌고 가는 유재석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유튜브를 보듯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짧은 호흡 속에서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허전함이나 아쉬움은 없다. 유재석은 잘 듣고, 기다리고 배려해주면서 캐릭터를 부각하고, 웃음을 만든다.

토크쇼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겠지만 근간은 동일하다. 호스트가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호스트가 유재석인 까닭에 누가 섭외되든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된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을 다양하게 섭외하는 만큼 가끔 리스크가 터지기도 하지만, ‘유퀴즈’는 가장 전통적인 토크쇼의 형식과 그에 맞는 진행방식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시대의 호흡에 맞게끔 변환한 가장 최신의 예능 토크쇼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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