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주년 유재석, 함께하는 현재형 ‘올타임 넘버원’인 까닭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유재석의 데뷔 30주년 주간이 지나갔다. 5일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서 30주년을 축하하는 유재석 특집 ‘말하는 대로’를 시작으로 8일 MBC <놀면 뭐하니?>와 KBS <컴백홈>, 9일 SBS <런닝맨> 등 MC를 맡고 있는 다른 방송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축하를 전했다.

유재석은 스스로 경사가 있을 때 축하받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혀 온 터라 그런지 방송가의 ‘원 앤 온리’라는 절대적 위상에 비해서는 소소한(?) 축하가 이어졌다. 유재석의 데뷔 30주년은 생각보다 슴슴하게 지나갔다.

본인이 요란한 축하를 싫어해서 그렇겠지만 한편으로는 데뷔 후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압도적인 정상을 유지하고 있어서도 그런 듯하다. 보통 기념일 챙기기나 축하는 정점을 지나면 더 열성적으로 추진되기 십상이지만 계속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 오히려 덤덤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톱스타라도 대개 데뷔 30주년은 정점에서 내려오면서 맞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재석은 2021년 5월 현재도 막 정상에 올라 고공비행하는 기세로 활동 중이다. 총 16개의 연예 대상을 수상하며 아무도 근접할 수 없는 위상을 이미 쌓아 놓았는데 올해도 현재 추세면 강력한 대상 후보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활동 30년이 지난 후에도 이 정도로 압도적이고 현재형으로 정상을 유지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유재석은 1991년 5월 5일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이후 30년 동안 개그맨으로, MC로 활동해왔다. 처음 몇 년간 적지 않은 무명 시절도 겪었지만 KBS에서 첫 대상을 탄 2005년부터는 압도적인 최정상의 MC 자리를 20년 가까이 지키고 있다.

유재석의 성공 비결에는 이런저런 분석이 있어 왔다. 성실함, 지독한 자기 관리 등 주로 마인드와 태도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이는 한 사람의 예능인이 왜 독보적인지를 설명하는 데는 다소 부족했다. 데뷔 30주년 즈음해 방송을 통해 유재석의 남다른 점이 다양하게 언급됐고 이를 취합해 재구성해 보는 것도 좀 더 정확한 성공 원인 분석에 도움이 될 듯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지난 4월초 <유퀴즈>에 출연해 ‘온 세상을 담아내는 바르고 유쾌한 귀’라고 유재석을 한 줄 평으로 정리했다. 이렇게 표현한 이유에 대해 ‘방송에 같이 출연해 보니 다른 MC들 중에는 자기 진행하기 정신없어 출연자들의 말을 잘 못 듣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유재석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듣고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개그맨 또는 MC는 말재주에 방점이 찍히지 듣는 능력이 주목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만 웃기면 되는 개인기 뛰어난 MC보다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을 잘 포착해 두루두루 웃음으로 살려내는 진행자가, 여럿이 출연해 웃음의 총량을 늘릴수록 프로그램이 살아나는 버라이어티 시대에는 성공적인 결과를 많이 이끈다는 사례를 유재석은 보여주고 있다.

이런 ‘듣는 MC’는 생명력도 강하다. 자신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MC는 새로운 개인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데 이럴 경우 시청자들이 점차 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연자들을 (말을 귀담아듣고 웃음거리를) 살려내는 MC는 단조로움을 벗어나 롱런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새로운 출연자들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듣는 MC’는 일반인 대상의 예능에서도 재미를 만들기에 용이하다. 잘 듣는다는 것은 대상의 그 순간 있는 그대로에서 특징을 잘 찾는 것으로 연결된다. 유재석은 연예인들과 방송을 할 때도 기존에 유명해진 개인기나 소재를 있는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보다 그 순간 포착되는 말과 행동을 갖고 새롭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웃음의 소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어떤 웃음 기제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일반인들을 마주쳐도 재밋거리를 찾아내 예능이 가능하게 만든다. 유재석이 과거 <무한도전>부터 지난 시즌까지의 <유퀴즈>, 그리고 올해 <컴백홈> 등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나 에피소드에 특히 남다른 진행 능력을 보여주는 이유도 ‘듣는 MC’와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일반인 대상 예능이 가능한 MC는 당연히 일반인인 시청자들에게 친밀도가 더 높다. 또한 ‘듣는 MC’는 혼자 돋보이기보다 ‘우리’를 함께 살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유재석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함께 잘 되는 세상’이라는 대중들의 보편적 가치에 유재석의 진행 방식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편해지기를 거부하는 엄격함도 대중들에게는 호감과 친밀감을 높여 오래 보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 듯하다. 5일 <유퀴즈>에서 지석진이 규정했듯 유재석은 힘든 예능만 하는 특징도 있다. 스튜디오에 앉아 VCR을 보는 프로그램보다는 본인이 직접 뛰고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생하고 거리를 떠돌아다닌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좀 쉽게 가려 하거나 한눈을 팔지 않는다. 건물주가 되지도 않고 사업을 하지도 않고 방송 일이라는 본업만 열심히 하면서도 최고의 지위를 지켜가고 있다. 유재석의 이런 모습은 성공했어도 일반인들과의 거리감이 적어 친근함을 부른다. 일만 열심히 하면 잘 풀리는 삶을 희망하는 보통 사람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결국 유재석은 ‘함께’라는 가치를 퍼포먼스와 삶을 통해 대중과 교류하는 특별한 존재다. 이는 유재석을 데뷔 30년이 지난 지금도 ‘싱싱하게’ 최정상을 지키고 끝을 가늠하기 힘든, ‘올타임 넘버원 방송인’ 예약자로 만들고 있다. 수많은 기부와 선행은 이를 거들뿐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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