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부캐 위드 유로 돌아온 유재석, 웃음과 감동 다 잡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랜만에 다시 부캐의 세계로 돌아왔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이른바 위드 유(With YOO)’라는 부캐를 내세워 유재석의 시간을 중고 거래 앱에 올려놓았다. 최근 들어 당근마켓같은 중고 거래 앱은 중고물품 거래만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같이 할 분을 찾는 것 같은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이 투영되는 곳이기도 하다.

영문도 모른 채 한 카페에 들어온 유재석이, 자신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려주지도 않아 불안해하며 김태호 PD를 향해 투덜대는 모습은 이제 <놀면 뭐하니?>가 다시 부캐로 돌아왔다는 걸 보여주는 징표였다. 무슨 일을 할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 갑자기 뜻밖의 상황에 던져지게 된 유재석이 보여주는 리얼 스토리는 부캐의 세계가 가진 핵심적인 재미이니 말이다.

유재석은 중고 거래 앱에 자신의 하루 시간을 올려놨다는 김태호 PD의 말에 화를 냈지만, 떡 하니 찍혀진 주소로 가서는 의외로 열심히 주어진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한 고깃집에서 만난 첫 번째 의뢰인이 원한 건 같이 고기를 먹는 것이었다. 혼밥을 하기에 고기는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 그렇게 함께할 사람을 찾았는데, 뜻밖에 유재석이 나타나자 의뢰인도 자못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고기를 함께 구워먹으며 금세 친해진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뜻밖에도 의뢰인이 본래 트로트 가수였다는 사실을 듣고 유재석은 유산슬로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몇 년 전 음원까지 낸 트로트가수였다는 것.

두 번째 의뢰인의 요구로 유재석이 찾아간 곳은 미용실이었다. 떡을 찾으러 가야 돼서 30분만 가게를 맡아달라는 요구였다. 어쩌다 미용실에 혼자 남아 멍하니 앉아 있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했다. 그건 아마도 유재석이 그날 집을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림이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잠시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한 후 서로 얼굴을 보고 기막힌 상황에 웃음이 터지는 모습은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세 번째 의뢰인은 주식 이야기를 하자는 모임이었다. 저마다 얼마나 물렸나를 공유하며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받는 그들의 웃기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유재석은 10년 간 해온 주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몇 가지 원칙들을 갖게 됐다며 왜 그걸 일찍부터 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후회가 담긴 유재석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의미 깊은 시간을 만들어줬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배우고 싶다고 올린 의뢰인과의 시간은 유재석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결국 홀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자전거를 탄다는 아주 평범한 행위를 통해서, 유재석이 건네는 이야기들은 단지 자전거 타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의 다른 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는 넘어지는 게 겁이 안 나서 그래요. 어른이 될수록 넘어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잖아요.” “지금의 노력이 없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몸이 기억할거예요.” 같은 유재석의 코칭 멘트는 그래서 그 울림이 남달랐다. ‘자전거를 탄 풍경의 음악을 배경으로 어머니가 홀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보인 건 그래서였다.

다시 시작된 유재석 부캐의 세계는 소소해보여도 보다 강력한 흡인력이 있었다. 그건 일상의 도전이라고 해도 낯선 공간에서 낯설게 시도되는 그 자체가 시청자들이 미처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아마도 보다 다양한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 도전을 원하게 됐을 게다. 그것이 바로 <놀면 뭐하니?>찐맛이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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