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놀면’, 소외된 후배에게 기회를...쉽지 않은 실천의 첫발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유재석이 본인 말에 대한 실천에 나섰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최근 방송분에서 유재석의 부캐 카놀라 유가 진행하는 ‘2021 동거동락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망주로 추천받은 개그맨 이은지, 김승혜, 신규진, 하준수, 김해준에게 방송 기회를 제공했다. ‘2021 동거동락2000년 유재석이 최초로 메인 MC를 맡았고 새 예능 스타들이 탄생했던 프로그램 <동거동락>를 리부트해 2021년 예능 유망주를 발굴해보겠다는 기획이다.

유재석은 지난 연말 MBC 예능 대상 수상 소감 중 조금이나마 후배들이 꿈꿀 수 있는 무대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토로했다. 근본적으로는 개인이나 프로그램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방송사에 부탁하는 어조였지만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었다.

무명의 유망주 개그맨들이 꾸준히 얼굴을 보이면서 실력을 다지고 기회를 잡기에는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이 적합하다. 하지만 이런 종류 프로그램은 지난해 원조였던 KBS <개그콘서트>와 새로 생긴 JTBC <장르만 코미디>까지 거듭 폐지되면서 tvN <코미디 빅리그> 밖에 남지 않게 됐고 수많은 개그맨들, 특히 신인들이 일자리와 기회를 잃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석은 본인이 대상을 받자 후배들의 처지를 언급했고 말로만 그치지 않고 해가 바뀌자 <놀면 뭐하니?>의 첫 대형 프로젝트에서 실천에 나섰다. 물론 2월 중순 공개되는 ‘2021 동거동락은 무대를 잃은 유망주 개그맨들만을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배우 나 가수는 물론 인지도 있는 기존 예능인 등 대상이 다양하다.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는 유망주 개그맨들을 챙길 기회를 만들되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듯하다. 재능 있는 후배 개그맨들로만 방송을 계속 꾸릴 경우 <놀면 뭐하니?>도 스스로의 입지를 위해 유지해야 할 관심과 시청률을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훗날 버라이어티의 톱 예능인이 됐더라도 처음 콩트에서 버라이어티로 넘어왔을 때는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개그맨들이 많다. 그러다 보면 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들쑥날쑥한 재미로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외면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30일 방송은 최근 11~12%(닐슨 코리아)를 오가던 <놀면 뭐하니?> 시청률이 10.1%로 다소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유망주 개그맨들의 출연이 이전 회차 소재들에 비해 재미가 덜해 시청률이 하락했다고 단정짓기에는 다른 변수들도 따져보아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놀면 뭐하니?>가 유망주 개그맨들의 덕을 크게 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는 스스로는 불리함을 감내하면서도 무대 잃은 유망주 개그맨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외면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노력을 시도하면서 유망주 개그맨들에게 무대를 돌려주는 기류가 확산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런 태도는 유재석이 방송에서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유재석은 출연자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좋은 개그를 이끌어 내는 진행 능력에서 독보적으로 평가받는데 이날은 그 능력을 평소의 120% 발휘하려고 애쓰는 느낌이 강했다. 능력은 있지만 아직 발휘가 수월하지 않은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어필되도록 하는 진행에 몰두했다.

이런 단발 출연에서 써먹기 좋은 개인기를 가진 그림그리기의 하준수나 댄스스포츠의 이은지, 취객 동작 묘사 신상규, 옷장사와 느끼한 애인 부캐 김해준은 각각의 개인기를 돋보이게 밀어줬고 개인기가 애매했던 김승혜는 본인이 어색해한다며 캐릭터를 부여하고 살려내려 애썼다.

유재석은 신인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 도전 초기 잘 하려다 엉키면 나는 버라이어티와 맞지 않나보다하고 좌절하기 쉬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뜻대로 잘 못 웃겨도 그 개그 실패가 기회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방송 내내 반복해서 짚어주며 용기를 유지하게 했다. <놀면 뭐하니?>도 같은 맥락의 자막과 편집으로 유재석의 마음에 힘을 보탰다.

유망주 개그맨들을 위한 무대 챙기기는 이제 2월 중순 본격 방송될 동거동락 2021’로 이어질 예정이다. 기왕이면 동거동락 2021’에 참여한 개그맨들 중에 성공 사례가 나와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개그맨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놀면 뭐하니?>가 보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가 진정 바라는 것은 자신들과 일할 때 유망주들의 스타 탄생이라기보다 유망주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조금은 기다려줄 무대가 계속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의 확산으로 보이니 말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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