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퇴사, 남겨진 ‘놀면’ 그리고 ‘무도’의 진정한 종언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최근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가 올해를 끝으로 MBC 퇴사를 확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태호 PD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올해 입사 만 20년 만에 회사를 떠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떠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비록 무모한 불나방으로 끝날지언정, 다양해지는 플랫폼과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을 보면서 이 흐름에 몸을 던져보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나쁜 콘텐츠 아이디어는 없다. 단지 콘텐츠와 플랫폼의 궁합이 안 맞았을 뿐이다”라는 얘기를 후배들과 해왔던 터라,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그걸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놀면 뭐하니?>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는 ‘MBC 예능본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 ‘<놀면 뭐하니?> 팀 내에서 열심히 보탬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퇴사 후에도 ‘좋은 콘텐츠를 위해서 MBC와 협업하는 방법도 논의할 생각’이라 했다.

김태호 PD의 새로운 도전은 그가 한국 예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이기에 방송가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개인의 선택과 도전에 대해 방송 관계자나 대중 모두 응원을 보내며 퇴사 후 좀 더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보여줄 시도에 대해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 예능 프로그램 화제성 선두를 달리는 <놀면 뭐하니?>의 미래는 애매하게 됐다. 김태호 PD가 퇴사하는 연말까지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놀면 뭐하니?>의 본질적 성격상 앞으로는 다소 김빠진 방송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놀면 뭐하니?>는 무정형의 예능이다. 김태호 PD가 장, 단기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포맷이 고정된 다른 예능은 처음 만든 연출자가 떠나도 다른 PD가 이어받아 유지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프로그램에 물려줄 수 있는 예능적 구조물이 없어 김태호 PD가 떠나면 존속이 힘들 가능성이 많다.

김태호 PD가 퇴사 후에도 MBC와 협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참 후일의 일일듯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라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계속 끌고 가는 일은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놀면 뭐하니?>는 종영을 사실상 예정한 프로그램이고 장기 프로젝트도 이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놀면 뭐하니?>는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이 많고 이들은 이후 선보일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를 깔고 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본성이 제거된 <놀면 뭐하니?>가 시청자와의 관계에서 이전처럼 텐션이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

현재 진행 중인 ‘놀면뭐하니 플러스’는 장기 프로젝트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놀면 뭐하니 플러스’는 <놀면 뭐하니?>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멤버십으로 콜라보하고 때로는 <무한도전> 시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도 되살려 보는 포맷인데 장기 프로젝트라고 하기에는 기승전결의 전개가 없다.

아마도 <놀면 뭐하니?>는 ‘놀면 뭐하니 플러스’와 기타 단발 에피소드들을 오가는 내용으로 올해 연말까지 방송을 채워가지 않을까 싶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사실 ‘놀면 뭐하니 플러스’는 김태호 PD가 MBC를 떠나는 시점에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놀면 뭐하니?>의 열성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에서부터 이어져 온 경우가 많아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콜라보나 <무한도전>의 주요 에피소드들의 재현까지 기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무한도전>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가 퇴사를 결정한 시점에 즈음해서야 <무한도전>을 다시 불러냈다.

PD의 <무한도전> 소환이 선물로 여겨지는 이유는 MBC를 떠나면 <무한도전>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봉인될 수 있어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의 바람을 들어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PD가 MBC를 떠나면 <무한도전> 멤버들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할 수는 있겠지만 <무한도전>의 명칭과 설정들을 인용하는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당연히 MBC가 지적재산권을 가진 <무한도전>을 되살리거나 차용하기는 일단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MBC와 다시 협업을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PD가 <무한도전>을 재생하는 일에 나설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번 김태호 PD의 퇴사는 한편으로는 <무한도전> 시대의 진정한 종언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이미 종영을 하기는 했지만 김태호 PD가 이후 <놀면 뭐하니?>로 새로운 자신의 브랜드 예능을 만들어가는 동안에도 <무한도전>은 끊임없이 소환됐다. 김태호 PD가 MBC에 있기에 시청자들의 요구가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놀면 뭐하니 플러스’를 통해 재생도 가능했다.

<무한도전>의 웃음 코드들을 불러낸 <놀면 뭐하니?>의 요즘 방송분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고 옛 추억도 떠올리게 만들어 반갑다. <무한도전>의 실질적인 종언이 되더라도 지금은 <놀면 뭐하니?>를 통한 <무한도전>과의 재회를 한껏 즐기고 그로 인한 흥겨움이 새해까지 잔상으로라도 이어진다면 김태호 PD의 새 출발에 작은 응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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