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무한도전’의 향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트렌디하다. 제작진이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건 방송보다는 유튜브나 게시판인 듯하다. 가벼운 몸집과 가변적인 기획은 유튜브와 같은 1인 콘텐츠를 보는 듯하고, 유산슬의 트로트부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투게더 앳 홈(#Together At Home)’ 캠페인을 방송으로 가져온 방구석 콘서트 등등 트렌디한 문화를 발 빠르게 포착한다. 이런 접근을 통해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흐름이나 인터넷 세상의 유행이나 일종의 놀이를 방송 콘텐츠로 끌고 나오면서 단순한 웃음을 넘어 화제성과 의미,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리고 여름 시즌을 맞이해 혼성 댄스그룹을 준비 중인 <놀면 뭐하니?>가 꺼내든 새로운 카드는 의 비였다.

비는 최근 방송가에서 쉼 없이 두레박질을 해도 마르지 않는 우물인 1990년대, 2000년대 최고의 스타다. 한때 월드스타라는 수식어로 활동하며 주식시장과 금융위에 일대 풍파를 일으킬 정도였지만 자존감을 내세워 복귀한 ’, 애국 콘텐츠였던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등 최근 내놓은 결과물이 내리 대중의 신랄한 비평의 칼을 피하지 못하며 어느덧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굉장히 급격히 밀려난 인물이다.

그러다 종잡을 수 없는 인터넷 유희 문화에 의해 일종의 조롱과 유머가 깃든 ‘11이란 B급 문화의 밈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트렌드를 캐치해 방송의 문법과 플랫폼을 활용하고 증폭시키는 데 여전히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김태호 PD는 재빨리 이 유행을 붙잡았다.

역시나 영민한 비 또한 물이 들왔을 때 적극적으로 노를 젓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른바 비가 피했으면 하는 스무 가지 계명을 정리한 시무 20나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용어인 꼬만춤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여기에 대해 정면으로 섭섭하지 않게 타협 혹은 대꾸를 한다. 여전히 관리된 몸과 멋진 춤사위,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희화화라는 한층 성숙한 멘탈로 이 놀이 현상에 유쾌하고 솔직하게 화답하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소통 덕분에 비는 그간 꽤나 오래 누적된 부정적 마일리지를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의 이런 트렌디한 접근이 왠지 낯익다. 과거 <무한도전>이 여러 가요제 특집을 통해 혁오 밴드 등 다양한 장르 뮤지션들을 데려와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바 있고, 방송가에 들끓던 1990년대 향수를 폭발시킨 토토가프로젝트로 방송 콘텐츠와 가요계, 공연계의 판을 뒤집은 적 있다. 이상민부터 이어진 이효리와 비의 등장은 토토가와 오버랩될 뿐 아니라 GD나 싸이처럼 더 이상 위로 자랄 게 없는 슈퍼스타들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해 판을 키워 화제성을 폭발시켰던 <무한도전>의 가요제 특집이 떠오른다. 그렇게 높아진 관심과 시청률만큼 해당 아티스트들도 보다 높은 인기와 호감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거래가 <무도> 대형 프로젝트의 근간이었다.

특히 이번 여름 시즌을 맞이해 준비하는 혼성그룹 프로젝트까지 새로운 캐릭터가 계속 늘어나면서 <놀면 뭐하니?>부캐시스템과 개념은 과거 <무한도전>특집으로 명명된 프로젝트와 점점 닮아가고 있다. 함께하느냐 혼자서 판을 자유롭게 짜느냐의 차이일 뿐, 업계의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기획의 설계 방식은 꽤나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방송의 힘이 강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방송다운 문법과 지상파 채널의 힘을 통해 이슈를 확대 재생산한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붙잡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그냥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방송의 힘과 플랫폼에 가장 적합하게 재가공해내면서 판을 키운다는 게 포인트다.

‘11운동도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자생적으로 퍼졌지만, <놀면 뭐하니?>가 예능 방송에 맞게 웃음과 퍼포먼스를 함께 다루면서 이번 기회에 비의 여전한 재능과 빛나는 역사를 한 자리에서 되짚을 수 있었다. 대단한 과거 업적과 프로페셔널한 자세와 실력을 갖춘 뮤지션으로 재인식하는 무대 위에서 관심과 조롱 모두 호감으로 변하는 연금술이 펼쳐졌다.

<놀면 뭐하니?>는 이처럼 기존 방송의 틀을 버리고 유튜브 형식의 숏폼 편성이나 편집 문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가장 방송다운 방법으로 유행을 품어 안고, 대중적으로 관심을 폭발시킨다. 이제 훨씬 많은 사람들이 ‘11이나 이란 용어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알게 됐다. 사실상 새로운 누군가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이효리와 비를 찾아가는 것부터가 지극히 방송문법에 기인한 익숙한 접근이다.

그리고 다음 주 방송에는 박명수와 함께하는 토토닭프로젝트에는 최근 둘째이모 김다비로 또 다른 부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신영과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김연경이 <무도> 멤버 정준하, 박명수, 하하와 함께 등장할 것으로 예고됐다. <놀면 뭐하니?>가 보여주는 실험은 방송예능 문법 차원의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아니라 고정 캐릭터 없이 <무한도전>이 했던 캐릭터쇼와 콘텐츠를 수행하는 방법론 찾기에 점점 더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무도2>를 그리워한다는 건 어느 정도 말이 안 된다. 이미 벌써 시작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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