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이지훈 인성 진실공방...폭로와 반론, 진실인가 호도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연예인 인성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진실공방이 최근 새로운 국면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된 건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김선호를 두고 벌어진 인성검증 진실공방이다. 낙태 종용 의혹이 제기된 후, 그는 공식 사과했고 그 후 예정된 작품은 물론이고 고정 출연 프로그램인 KBS2 예능 ‘1박2일’에서도 하차했으며 광고도 연달아 취소됐다.

하지만 이후 폭로를 한 여성이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고, 연예매체들은 오히려 그 여성이 내놓은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주고받은 메시지들을 증거로 제시했다. 폭로로 인해 최악의 이중인격자로 몰리던 김선호에 대한 여론이 양분됐다. 김선호에 대한 지지여론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그의 인성에 대한 실망을 표하는 목소리들도 사라지지 않았다.

폭로에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태는 사안에 대한 진실검증이 아니라 그 행동들에 대한 인성검증으로 옮겨갔다. 디스패치 보도에 나왔던 ‘미역국’ 에피소드는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상반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지만, 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 대처나 행동에 담긴 인성의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들도 나왔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것인가를 떠나서, 여기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었고 누가 피해를 봤는가 하는 점이다. 연예인 논란에서 가장 먼저 이익을 보는 건 스캔들을 다루는 연예매체들이다. 김선호의 이른바 인성검증 진실공방 과정을 보면 놀라운 것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연예매체가 끌어다 보도하면서 문제를 일파만파 키우고, 김선호 측의 사과 보도 그리고 반론이 담긴 폭로 기사 등의 수순을 겪으며 사실상 연예매체들이 키우고 연예매체들이 다시 가라앉히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갯마을 차차차’의 성과는 지워졌고, 동료 배우들에게도 피해가 갔으며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사 역시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1박2일’ 같이 갑자기 뒤통수를 맞아 김선호와의 합의하에 하차결정을 내린 후 이제는 달라진 여론에 의해 ‘복귀’ 압력을 받는 상황도 만들어졌다. 음모론처럼 보이지만 일종의 이슈를 만들어 이를 통해 이익을 가져가는 건 아주 오래된 연예매체들의 방식이다. 특히 요즘처럼 조회 수에 의해 이익이 좌지우지되는 온라인 매체운영이 일반화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다 보니 연예인의 사생활 폭로와 진실공방은 그 과정 자체가 연예매체들의 주요 먹거리가 되었다. 팬덤이 공고한 연예인의 경우 누군가의 폭로만이 아니라,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진실공방을 해주는 기사들도 또 하나의 먹거리가 되고 있는 것. 사실을 믿고 싶지 않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하는 팬덤들은 이런 기사들에 더 열성적으로 반응한다. 특히 진실 공방에서 인성 검증 공방으로 넘어가는 사안에는 똑같은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대한 관점에 따라 극과 극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

물론 모든 매체나 사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성 검증 공방은 어쨌든 사실이 무엇인지 오리무중일수록 팽팽한 의견대립이 생기고 이로 인해 이슈가 되기 마련이다. 최근 벌어진 이지훈의 드라마 촬영을 둘러싼 갑질 의혹과 그 진실공방도 마찬가지다. 애초 촬영장에서는 물론이고, 작가와 감독까지 교체하게 만드는 갑질을 한 인물처럼 이지훈이 폭로되었지만, 최근 드라마제작사 측은 작가와 감독의 문자까지 공개하며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공방을 벌였다.

사실 보통의 대중들 입장에서 보면 연일 포털 연예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폭로와 공방전은 피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대부분은 당사자들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진실이 어떻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생활들은 의외의 인성 검증 공방으로 넘어가면서 이미지에 어떤 식으로든 흠집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과열양상을 띠게 되는 건, 온라인화되어 있는 연예매체들이 분명한 팩트체크 없이 사안을 통한 이익을 위해 기사들을 쏟아내는 데서 생겨난다. 이제는 폭로에 반론까지 등장하고, 일부 매체들은 노골적으로 한쪽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를 통해 ‘장사’를 하는 일들도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계약 연장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도 이런 이슈들이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스포츠지가 연예 매체의 중심에 있을 때는 이른바 ‘11월 괴담’이라는 게 있었다. 11월이 되어 스포츠 경기들이 없는 시기가 되면 스포츠지들이 1면 탑에 늘 올리던 스포츠 관련 기사 대신 연예인 이슈를 연달아 터트리면서 생겨난 말이다(물론 이 중에는 만들어진 이슈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디지털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연예 이슈들은 11월 같은 특정 시기에만 나오는 게 아니게 됐다. 연예인 인성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사안들은 진실 공방의 차원을 넘어서 이를 이용하려는 자와 이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자들 사이의 복마전이 되어가고 있다. 그 피로감이 현재 글로벌한 위상을 얻으며 뻗어나가는 K콘텐츠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솔트엔터테인먼트, 빅토리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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