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도시’, 뻔한 상류층 폭로드라마? 불꽃 수애에 거는 기대

[엔터미디어=정덕현] 또 상류층이고, 또 폭로 드라마인가? JTBC 수목드라마 <공작도시>는 그런 기시감을 주는 드라마처럼 보였다. 최근 들어 상류층(혹은 부유층)의 속물적이고 탐욕적인 모습을 폭로하는 소재의 드라마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마인>, <하이클래스>가 있었고, <품위 있는 그녀>, <SKY 캐슬>, <부부의 세계>가 있었으며 원조격으로는 <밀회> 같은 작품이 있었다.

특히 JTBC는 이러한 상류층 폭로 소재 드라마로 톡톡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밀회>부터 시작해 <부부의 세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이 그랬고. <마인> 역시 <품위 있는 그녀>를 쓴 백미경 작가가 보다 진화된 형태로 그려낸 작품이라 JTBC와의 연관성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JTBC에서 방영되는 <공작도시>에 등장하는 성진가의 으리으리한 저택을 부감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부터 기시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일게다.

게다가 <공작도시>는 시작부터 윤재희(수애)와 서한숙(김미숙)의 대결구도를 전면에 세웠다. 실질적으로 성진그룹의 모든 걸 손아귀에 거머쥐고 좌지우지하고 있는 서한숙은 사실상 그 권력으로 나라의 대권까지 만들어낼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다. <공작도시>라는 제목은 그래서 아마도 서한숙이 여러 ‘공작’을 통해 이 나라를 제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 상황에서 나온 것일 게다.

그런데 서한숙과 대결하는 윤재희는 JBC앵커이자 성진그룹의 둘째인 정준혁(김강우)의 며느리다. 서한숙은 자신의 친아들인 첫째 정준일(김영재) 부회장을 밀어내려는 윤재희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재희의 야망은 끝을 모른다. 그는 남편 정준혁을 보다 높은 자리(이를 테면 청와대 민정수석 혹은 대통령까지)로 올려놓으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짜 원하는 건 서한숙의 모든 걸 자신이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작도시>의 이야기에서 성진가의 남자들은 대부분 뒤편에 물러나 있다. 정준혁의 친 아버지이자 서한숙의 남편인 정필성(송영창)은 성진가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뒷방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서한숙의 어떤 결정에 눈치를 보는 정도. 윤재희에 의해 구속될 위기에 놓인 정준일 역시 그 아내인 아트스페이스진 대표 이주연(김지현)보다 존재감이 없다. 그나마 정준혁이 드라마에 어느 정도 분량을 갖고 있지만 그것도 윤재희의 독보적 존재감에는 비할 바가 못된다.

마치 이 모습은 궁궐 내에서 권력을 두고 여인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사극 <여인천하>를 현대판으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다. 왕이나 왕세자는 전면에 나와 있긴 하지만 그다지 힘이 없고, 실질적으로는 여인들의 이전투구를 통해 권력의 구도가 좌지우지되는 그 이야기를, 성진가라는 현대판 궁궐로 옮겨온 듯한 그런 느낌.

그래서 <공작도시>는 최근 나왔던 재벌가 폭로 드라마들과는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마치 <여인천하>나 <펀치>의 여성 버전 같은 느낌으로 서한숙과 윤재희의 치고받는 싸움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윤재희가 서한숙을 궁지로 몰아넣고, 그러자 서한숙이 윤재희와 손을 잡는 척 하면서 그의 뒤통수를 치려하며, 그렇지만 윤재희가 호락호락 당하지 않고 다시 서한숙의 뒤통수를 치는 그런 이야기.

여기에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은 김이설(이이담)은 어딘가 서한숙에 대결하는 윤재희를 닮은 인물처럼 보인다. 그의 등판은 더 복잡한 권력의 역학구도와 그로 인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대결의 양상을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난다.

무엇보다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인물은 윤재희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걸 다 갖고 싶어 하는 이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 성진가에서 보여줄 질주와 그 반대자들과의 부딪침이 만들어낼 만만찮은 피투성이 결과들, 그리고 그것이 보여줄 삶과 현실에 대한 어떤 메시지들까지. <공작도시> 윤재희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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