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준다고? 차라리 말을 말지...‘며느라기2’가 전하는 임산부의 불편함

[엔터미디어=정덕현] “근데 매운 거 먹으면 뱃속에서 열무 힘들어하는 거 아니야?” 입덧 때문에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리는 사린(박하선)이 매운 게 먹고 싶다고 하자 남편 무영(권율)이 그렇게 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까지 차려주는 무영이 딴에는 챙겨준다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린은 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다.

출근하는 사린이 하이힐도 아니고 굽이 조금 있는 구두를 신자 무영은 “그거 불편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괜찮다며 아직 임산부 티내고 싶지 않다는 사린에게 무영은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떠하냐?”고 말한다. 걱정해서 하는 말인 줄 알지만 그게 사린은 영 탐탁찮다. 소화 잘 된다며 효소를 챙겨주고, 차 안에서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을 끄고 클래식을 틀어준다. 그게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태교에 좋아서란다.

사린이 아이를 가지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시댁이나 회사에서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마치 앞에서는 그것이 임산부를 챙겨서 하는 말들이고 행동들처럼 보이지만, 사린은 그 달라진 태도들이 불편하다. 회사에서는 마치 사린을 챙겨서 하는 말인 양 프로젝트를 계속 할 수 있느냐며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어떠냐고 하고, 시댁에서는 임산부에게 좋다는 콩만 가득한 밥을 사린 앞에 내놓는다.

사린은 이렇게 임산부가 되자 달라진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과연 자신을 위한 일인가 싶다. 남편이 챙겨먹으라는 음식이나 들으라는 음악, 심지어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사린에게 태교동화를 들려주겠다는 말도 그렇다. 그래서 너무 답답해진 사린은 혼자 집을 나와 카페에 가서는 커피를 시킨다.

아이에게 안 좋다며 회사 동료들마저 커피 대신 다른 차를 시켜주는 상황. 정작 사린은 커피 한 잔 정도가 그립다. 그 정도는 괜찮지만 그것조차 아이를 위해 하면 마치 죄라도 짓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주변의 오지랖이 힘든 것이다. 결국 사린은 남편에게 속내를 드러낸다. “무구영. 넌 내가 힘든 건 안보여?” 그제야 무구영은 “미안하다”며 사린에게 자신이 너무 혼자 들떠서 그랬다고 말한다.

시어머니는 심지어 사린에게 아이를 낳는 김에 하나 더 낳고, 일보다 아이를 돌보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일은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않냐고. 시어머니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일을 계속 하고픈 사린은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경력단절은 이렇게 여성들의 임신 출산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그러면서 심지어 사린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아들이 눈치 보느라 밥도 잘 챙겨먹지 못한다며 힘든 건 알지만 남편도 챙겨주라고 한다. 그러면서 너도 이제 아이를 가져보면 이런 부모 마음을 알거라고 말한다. 사린은 임신으로 모든 게 흔들리는 상황인데, 주변에서는 뱃속의 태어날 아이가 아닌 사린 자신의 이런 상황을 제대로 봐주고 진정으로 챙겨주려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나마 회사에서 똑같이 임신, 출산을 겪은 팀장만이 제대로 사린의 상황을 이해해줄 뿐.

<며느라기>는 시즌2로 오면서 임신, 출산을 소재로 가져왔다. 시즌1이 결혼한 후 신혼에 처음 맞닥뜨리는 시댁에서의 ‘먼지 차별’을 소재로 했던 것과 달리, 시즌2의 이야기는 그래서 다소 정답이 보이는 차별을 다룬다. 에피소드들을 통해 사린이 임산부가 되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지점들은 충분히 공감된다. 이른바 ‘태교’로 부과되는 일들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임산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들’처럼 치부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임산부에게 부과하는 부담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잘 드러낸다.

물론 드라마적으로만 보면 <며느라기2>는 시즌1과는 사뭇 다르게 사린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시종일관 찡그리고 힘겨워하는 얼굴로만 그려져 있어 캐릭터가 너무 전형화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시청자들의 공감이 크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우울하고 어둡다는 건 드라마 시청이라는 대중적인 면에서는 효과적이라 보기 어렵다.

그래서 드라마는 100% 공감한다는 목소리와 너무 우울하다는 목소리로 반응이 양분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시즌1이 가졌던 폭넓은 지지의 목소리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지점이다. 하지만 그래도 본격적으로 임산부가 된 워킹맘들이 겪는 불편함들은 리얼하게 현실적으로 담아 보여주고 있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특히 챙겨준답시고 하는 주변사람들의 많은 오지랖 속에 사실은 여전히 가부장적 시대의 임신 출산을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편견들이 가득하다는 걸 꼬집어내고 있다는 점은 그 하나만으로도 <며느라기2>의 가치를 드러내는 면이 있다.

있다는 점은 그 하나만으로도 ‘며느라기2’의 가치를 드러내는 면이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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