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2’, 아이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시대의 단상이라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인생에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2>의 2회는 그런 부제와 함께 민사린(박하선)이 어린 시절 계획표를 짜고 그대로 살았던 시절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계획대로 되는 삶이란 부제처럼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드라마는 민사린이 임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줌으로써 그려낸다.

아닐 거라 부정하면서도 혹시나 임신이면 어쩌나 걱정하던 민사린은 결국 임신자가테스트기를 사서 테스트를 한다. 그런데 임신 사실을 알려주는 두 줄을 확인한 민사린은 충격에 빠진다. 물론 그건 아이를 갖는 것 자체에 대한 충격은 아닐 게다. 그것보다는 부제에 담긴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아이를 갖게 된 사실이 주는 충격이다.

민사린과 무구영(권율)은 2년 정도만 임신을 미루자고 계획했다. “나도 사실 구영이 네가 얼마나 좋은 아빠가 될지 궁금하고 기대돼. 근데 우리 약속했던 대로 딱 2년만 기다리자.” 민사린의 말에 무구영은 일 열심히 해서 집도 마련하고 아이도 갖자고 답한다. 즉 이들이 아이를 미루는 것 중 가장 큰 건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민사린과 외식을 하려 식당에 간 무구영은 회사 여직원이 임신해 퇴사하게 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여직원 한 명이 임신해서 갑자기 퇴사하게 됐는데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돼 가지고 내가 정신이 없네. 생각보다 회사 다니는 게 쉽지 않았었나봐. 몸도 힘들고 이래저래 눈치도 보이고.”

그렇다. 직장 여성이 임신을 한다는 건 자신의 일에 닥칠 어려움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사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우리네 사회나 기업이 여성들의 임신과 육아를 대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아이를 갖는 것을 일에 있어서의 생산력 저하 정도로 보는 여전한 시대착오적 시선. 아이의 탄생을 사회와 기업 모두가 끌어안고 축복할 일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만드는 비극이다.

특히 그 모든 책임과 부담이 부부 공동으로 주어지기보다는 여성들에게 당연한 ‘엄마의 의무’처럼 부과되는 건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해도 여전하다. 직장에서도 임신, 육아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떠넘기고 심지어 눈치를 주는 상황이지만, 가정에서도 이 부담을 나누는 분위기는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사회에서 육아의 문제가 여성에게만 집중된다.

<며느라기2>의 큰며느리 정혜린(백은혜)과 그의 남편 무구일(조완기)은 당장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지자 어머니에게 부탁해볼까 고민한다. 정혜린이 친정에 아이를 맡긴다고 하자 무구일의 엄마는 놀랍게도 이런 말을 별 생각도 없이 툭 꺼내 놓는다. “그래도 외할머니보다는 친할머니가 낫지.” 외할머니, 친할머니 나눠 생각하는 차별적인 말. 옆에 같이 있던 딸 무미영(최윤라)이 그 말에 놀라 이렇게 톡 쏜다. “그건 엄마 생각이고. 요즘 며느리들이 누가 그렇게 생각해.”

<며느라기2> 2회는 담담한 톤으로 2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민사린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그 과정을 담아냈지만, 그 안에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다층적인 시선을 그려낸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울 여유가 있는가의 문제부터, 여전히 차별적인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겪게 될 문제들이 임신이라는 좌표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과거 드라마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부부와 가족의 모습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이 하나의 클리셰처럼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며느라기2>가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그건 기쁨보다는 덜컥 겁부터 나는 충격으로 다가오고, 민사린이 여러 차례 다시 테스트를 해보는 그 마음처럼, 애써 부정하고픈 현실이 됐다. 어쩌다 아이를 갖는다는 사실은 더 이상 축복이 되지 못하는 사회가 됐을까.

그건 2회의 부제처럼 단지 ‘타이밍’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게다. 그저 당연히 여성이 부담해야 할 일로 치부하며 그 희생을 강요하던 차별적 통념에서 벗어나, 일터와 가정에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모두 함께 책임지고 부담하려는 노력이 실제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아이는 온전히 축복받는 존재가 될 수 있을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카카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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