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무엇이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했을까(‘어게인 마이 라이프’)

[엔터미디어=정덕현]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어떤 새로운 선택지들이 가능할까.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건드리고 있는 건 이른바 ‘인생 리셋 판타지’다. 돈키호테 같은 대쪽 검사였던 김희우(이준기)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조태섭(이경영) 의원을 조사하다 결국 그의 사주에 의해 살해당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나타난 저승사자에 의해 다시 한 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판타지.

시작은 당연히 믿기 힘든 만화 같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희우가 바로 검사이고 그를 죽게 만든 조태섭 의원이 대통령까지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쥔 대한민국 정치계의 거물이자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건 이 이야기가 ‘정의’를 세우는 복수극이라는 걸 분명히 드러냈다. 그래서 어딘가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복수극만큼 흥미진진해지는 또 다른 지점이 있다는 걸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보여줬다. 그것은 한 번 경험했던 인생이기 때문에 똑같은 선택의 상황에 보다 나은 선택을 하게 해준다는 지점이다. 김희우는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부모를 그렇게 되살려내고, 그 사고를 낸 이가 음주운전을 한 조태섭의 아들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큰 그림으로 보면 조태섭에 대한 복수극이지만 ‘인생 리셋 판타지’가 갖는 새로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김희우는 보여준다. 공부를 해 법대에 들어가고, 무술을 단련해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한편으로는 복수를 위해서도 필요한 돈을 모은다. “체력, 공부, 돈.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다시 살게 된 그는 이렇게 다짐하듯 말한다.

경매의 신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경매물건들을 낙찰 받아 가는 우용수(이순재)를 만나 부동산을 배우고 그의 마음까지 얻어 그가 가진 재산을 모두 넘겨받는 이야기 역시 현실과 더해져 강력해진 판타지 설정이다. 요즘처럼 부동산에 대한 현실적인 욕망이 커진 시기에, 이를 소재로 부를 축적하는 김희우의 서사는 다소 단순한 판타지 설정이지만 마음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물론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에 있어서도 김희우가 이를 통해 경매로 집이 넘어가게 생긴 김규리(홍비라)를 돕는다거나, 경매된 집에서 나가야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식의 서민 영웅 서사가 더해진다. 그러면서도 재개발이 될 걸 미리 알고 우용수의 부동산을 노리는 조태섭의 작전(?)을 꺾어, 본래 모든 재산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우용수를 살려내는 이야기도 풀어낸다.

마치 김희우는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죽음의 끝에서 살아 돌아와 모든 걸 하나하나 키워내는 성장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 조태섭에 대한 복수를 위한 성장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힘을 갖고 성공과 행복을 가질 수 있다 여기는 그런 능력치들로 채워진다는 점이 시청자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공부를 통해 법 지식을 쌓고, 격투기를 배워 체력을 기르며, 부동산으로 돈을 모으는데다 법조계 인맥까지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 이른바 ‘이생망’으로 불리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것이 ‘인생 리셋 판타지’다. 원점으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리셋 하고픈 판타지.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김희우라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점점 기대감을 갖게 만든 건 바로 이 부분이다. 단순한 사법 정의에 대한 판타지만으로는 다소 약하게 보였던 드라마는 이제 하나하나 인생을 바꿔나가고 그로 인해 성장해가는 김희우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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