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겐마’, 15년 전으로 회귀한 이준기의 복수극 뭐가 다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금토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주인공 김희우(이준기)가 죽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열혈검사로 조태섭(이경영) 의원의 비리를 캐려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는 것. 하지만 그 순간 김희우는 제2의 삶을 갖게 된다. 저승사자가 그를 15년 전으로 되돌린 것. 조태섭 의원에게 처절한 복수를 안기라며 훗날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될 거라는 저승사자가 왜 김희우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로 되돌아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사회 정의를 세우려는 열혈검사의 사이다 행보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비리의 중심에 조태섭 의원이 서 있는데, 그는 심지어 대통령도 쥐락펴락하고 검찰도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게다가 김희우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 교사하는 잔혹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대결구도 속에서 드라마는 김희우의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복수극의 전제로서 드라마는 조태섭 의원이 어떤 인물인가를 김희우와 대결하듯 나누는 대사를 통해 그려냈다. “힘없는 정의의 쓸모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나? 머슴이라서 무지한 게 아니라 무지해서 머슴이 된 거야 너는. 그 무지함에 어울리게 아직도 그걸 몰라? 등신들.. 정의는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꽤 멋있어 보이는 그 정의는 말야. 네가 갖겠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게 아냐. 네가 아니라 정의가 사람을 가린다고.” 그러면서 김희우가 하는 건 ‘치기’일뿐이라고 일축한다. 실제로 조태섭 의원에게 죽음을 맞이한 김희우는 자신이 구현하려던 정의의 실패를 맛본다.

왜 복수극을 그리면서 죽게 된 인물을 되살려 15년 전으로 회귀시키는 판타지를 활용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구현해내지 못했던 정의. 그래서 15년 전으로 돌아가 그 때부터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이뤄내는 정의이자 복수극이 <어게인 마이 라이프>다. 저승사자가 김희우를 되살리면서 하는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천천히 준비해서 완벽하게 옭아매요.”

하지만 김희우의 복수극에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다시 되돌려진 삶 앞에서 어떤 다른 선택들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더해 넣는다. 가장 먼저 회한에 남는 건 생계 때문에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에게 철없이 투덜대기만 했고, 그 와중에 교통사고로 부모 모두 사망하는 일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되돌아간 김희우는 부모에게 살갑게 대하고, 공부는 물론이고 몸도 단련하며 건실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부모를 사망케 만든 의문의 교통사고를 막으려 한다.

다소 이야기가 곁가지로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매일 매일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른 미래를 만날 수 있고, 그것은 또한 김희우가 조태섭 의원은 물론이고 그와 비리로 묶인 이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기 위한 복수의 밑그림이기도 하다.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걸 대비하는 김희우의 복수극이 색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들이 생겨난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다소 뻔한 사이다 액션 복수극의 틀을 가져왔지만, 15년 전으로의 리셋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작정이다. 물론 검사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히어로로 그려지는 작품의 설정이 현재의 정치 현실과 맞물려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적어도 믿고 보는 이준기표 사이다 액션 판타지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히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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