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더 소름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가 방송된 후 그 사회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처음에는 보기 불편할 정도의 ‘선정적인 내용들’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는 것에 대한 논란이 먼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다큐멘터리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의 정명석이 성 피해자 메이플에게 했던 충격적인 성폭행 과정의 녹음 내용을 피해자의 동의하에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 껴안아 줘. 꽉 껴안아 줘. 주님 영원히 사랑할 거라 해. 아유, 히프 크다. 우리 수정이 히프 크다. 좋아 미치겠어? 쌌어? 물 나왔어? 나는 한 50번은 싼 거 같아.(JMS 정명석 성폭행 녹음파일)” 스스로 메시아라고 자칭했던 정명석의 실체는 그렇게 단 1분 만에 그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하나하나 드러나는 정명석의 행각은 엽기에 가까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미인 신도들을 뽑아 ‘나의 신부’, ‘신앙 스타’라고 지칭한 후, 침소로 불러 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며 추악한 성범죄를 저지른다. 거기에 정상적인 성행위도 아닌 변태적인 성폭력이었다는 여럿 피해자들의 증언이 더해진다.

정명석이 했던 엽기적인 행각들은 영화라고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고 충격적이다. 특히 도피행각을 하면서도 현지 여성들을 대상으로 변태 행각을 계속했던 대목이나, 이들을 막기 위해 엑소더스라는 민간단체를 이끈 김도형 교수가 홍콩까지 찾아가 정명석을 체포했던 이야기와 저들의 반격(?)으로 겪어야 했던 아픔들, 또 홍콩에서 보석을 내고 중국으로 도망쳤다 결국 공안에 붙잡혀 국내로 이송된 후 10년형을 선고받은 이야기까지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정명석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

게다가 적나라한 변태 행각을 담은 실제 영상들이 주는 자극과 선정성은 거의 보기 힘들 수준이다. 그래서 실제로 일부 시청자들은 1편을 채 다 보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또한 여기에 재연방식으로 담아낸 변태 행각에 대한 묘사는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가 하는 의구심을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건 누가 봐도 선정성을 목적으로 한 연출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정성은 이 다큐멘터리가 담은 정명석 이외의 다른 사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 사건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사례 모두 실제 자극적인 자료화면들과 더불어 재연방식을 통한 사실적인 묘사를 연출로 채워 넣었다.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은 당시 천장에서 집단 변사한 사체들의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고, 아가동산 사건에서는 만 5세였던 아이 최낙귀를 엄마와 이모까지 가담해 때려죽인 과정이나 남자 신도들을 대상으로 벌인 성적 착취 과정을 굳이 재연으로 보여줬다. 또 만민중앙교회에서도 이재록 목사가 벌인 성폭력 과정이 재연으로 연출됐다.

즉 <나는 신이다>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건 이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사이비교주들의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행각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 역시 연출적인 측면에서 이를 선정적으로 담아낸 면이 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이것이 10분의 1로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해명했고, 피해자들의 동의를 사전에 얻었다고 했지만, 그것이 선정적인 연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을 지는 미지수다. 그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정도의 파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이비교주들의 행각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생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알다시피 여기 등장한 사안들은 이미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 등에서 다뤄졌던 사건들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방송사가 신도들에 의해 점거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었지만 그래서 과연 이 사건들은 제대로 일단락 됐을까.

놀랍고 소름 돋는 일이지만, 이 사이비교주들의 행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명석은 2009년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 2월 만기 출소했지만 전자발찌를 차고도 국내, 해외 신도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아 지난해 10월 구속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즉 그는 성범죄자인 게 분명하지만 여전히 메시아처럼 추종하는 신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대양 사건의 이면으로 지목된 유병언은 사체로 발견됐지만 여전히 그 죽음과 구원파에 대해서는 의문들이 적지 않다.

아가동산 사건의 김기순은 혐의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심지어 맞아 죽은 자식에 대한 범행마저 그 엄마가 부인함으로써 살인과 사기 혐의가 무죄 선고됐다. 당시 김기순이 아가동산을 통해 모은 자산으로 운영된 신나라 레코드는 지금도 그의 최측근에 의해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신나라’는 신이 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신의 나라’라는 의미라는 게 이번 다큐멘터리가 에둘러 말해준 대목이었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징역 16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갔지만 여전히 신도들이 새해가 되면 등신대를 세워놓고 절을 올린다. 그를 메시아로 여기며 퇴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사안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적당히 놔뒀다가는 또 다른 더 많은 피해자들을 불러올 사안이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가 끄집어낸 사이비교주들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방송이 나간 후 JMS 관련 제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아가동산 김기순이 실질적인 대표라는 신나라 레코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론화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선정적인 묘사와 연출을 통한 폭로적인 문제제기에 머물고 있는 건 위험천만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집단적인 피해자들이 생겨난 끔찍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까지 파고 들어갔어야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폭로를 통한 문제제기는 분명 그만한 효과를 발휘한 셈이지만, 그것이 자칫 선정적인 묘사와 연출에 가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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