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어째서 조성현 PD는 선정성 논란마저 감수할 수밖에 없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정명석씨와 메이플의 녹취를 공개한 것에 대해 말이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이 녹취를 두고 JMS 안에서는 ‘AI로 조작한 거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체 장면 또한 모자이크된 상태로 여러 번 공개된 바 있는 영상이다. 이것에 대해선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조작해서 저런 영상을 만들었다’라고 하더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 다른 방어 논리를 구축해나갈 거다. 어떤 식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한명이라도 사실을 파악해 그곳을 나오게 될 거다.”
지난 10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는 기자가 던진 ‘선정성 논란’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나는 신이다>는 공개 이후 사회적 파장을 만들 만큼 사이비종교에 대한 공론화를 이끌어낸 다큐멘터리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다큐멘터리에 담긴 실제 음성, 영상은 물론이고 사이비교주들이 저지른 성폭행 상황들을 재연까지 동원해 묘사한 것에 있어서는 선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기자간담회에서 조성현 PD의 답변은 그렇게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사안이, 아니라고 해도 믿는 신도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래서 피해자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라는 점이다. 조성현 PD가 ‘선정성 논란’에 휘말릴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려 했던 건, 그걸 통해 지금도 사이비종교에 세뇌되어 교주가 법적 구속이 되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나오게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다.
조성현 PD의 이 답변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 다큐멘터리가 시작부터 자칭 메시아라고 자칭했던 JMS 정명석 교주가 피해자 메이플에게 했던 충격적인 성폭행 녹음 내용을 담았는가가 이해된다. 아마도 시청자들 중에는 이 단 1분의 내용만 보고도 너무나 더럽고 견디기 힘들어 채널을 돌린 분들이 많았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맨 앞에 그 변태적이고 엽기적인 녹음 내용을 담은 건, 혹여나 다큐멘터리를 다 보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이 사이비종교의 실체를 전하고 싶은 조성현 PD의 간절함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선정성’이 다분한 폭로의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 이런 문제를 양산한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과 공권력의 부재를 오히려 가릴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성현 PD가 던진 질문처럼, 여기 나왔던 사이비종교 관련 내용들은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미 조명됐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지금도 버젓이 이들 사이비종교들이 건재하다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폭로의 수위가 높아진 건, 어쩌면 이러한 작은 외침들이 계속 무시되면서 이를 넘어서려는 몸부림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신이다>는 그래서 문제작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일종의 ‘필요악’을 선택한 셈인데, 그런 선택에는 이런 사이비종교 관련 끔찍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래서 삶이 무너지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선정성이 다분한 연출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조성현 PD가 “불편해도 끝까지 봐주시길 바란다”는 외침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중요한 건 <나는 신이다>가 보여준 건 사이비종교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으로써,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그럼에도 대책마련이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가 하는 그런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접근은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막연한 예상으로는 우리네 정치권이 종교(사이비종교를 종교라 부르긴 어렵지만) 앞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지만, 지금이라도 <나는 신이다>를 잇는 후속보도들을 통해 이 구조적인 문제들이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갖가지 위협 앞에도 굴하지 않고 이 다큐멘터리를 강행했던 조성현 PD가 가장 바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