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의 사이비와 황영웅의 학교폭력, ‘실화탐사대’가 짚은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사이비와 학교폭력. 최근 대중문화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사안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이슈는 모두 넷플릭스 콘텐츠들을 통해 집중 조명되었다.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통해 사이비에 의해 자행된 폭력들이 실제 자료들을 가감 없이 공개함으로써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면,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드라마로 극화해 전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마침 지난 30일 MBC <실화탐사대>가 <나는 신이다>에서 가장 이슈가 된 JMS 즉 정명석 총재에 대한 사안과, 학창시절 학교폭력 사실이 폭로되면서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다 결국 자진하차를 결정한 황영웅에 대한 사안을 다룬 건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이 두 사안은 현재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끄집어낸 우리 사회의 중대한 이슈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먼저 <실화탐사대>가 정명석 총재에 대해 다룬 건, 부모가 모두 JMS라 태어날 때부터 그 안에서 자라나고 세뇌되어 살 수밖에 없는 ‘JMS 2세’에 대한 문제였다. 이들은 원치 않은 상태에서 JMS의 일원이 됐고, 그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JMS의 신부라는 ‘스타’가 되는 것을 꿈꾸며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사실상 JMS의 욕망을 위해 세뇌된 아이들은 그를 만나 충격적인 성폭행을 당하면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 집단에서 탈퇴한 JMS 2세들이 용기를 내 <실화탐사대>와 인터뷰를 했는데, 공개된 내용 중에는 정명석이 보낸 믿을 수 없는 외설적인 메시지들도 들어 있었다. ‘언제 와야지. 예쁘게 하고 와. 무릎서 한 뼘만 올라가는 것 입고. 더 짧으면 다 내가 보니까. 킥. 안녕.’ 자칭 메시아라고 하는 사람이 보낸 메시지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선정적이고 외설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었다.

<실화탐사대>는 이 보도를 통해 JMS 2세들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탈퇴하고 싶어도 가족을 모두 버려야 그게 가능한 이들의 현실을 새삼 알려줬다. 연예계에서도 이슈가 되었지만 그저 JMS 신도라면 비난부터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와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

용기를 내서 JMS 2세였다는 사실을 밝힌 송성례 씨는 자신이 그렇게 한 이유가 탈퇴를 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다른 JMS 2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제 이 사안에서 중요한 건 사이비가 저지른 폭력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과, 그 피해자들을 어떻게 사회가 다시 끌어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걸 <실화탐사대>가 후속보도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한편 <실화탐사대>가 다룬 또 하나의 사안은 황영웅 학교폭력 관련 진실공방이었다. 여전히 황영웅의 팬들은 <실화탐사대>가 그의 학교폭력 사안을 다루겠다고 제보를 받았을 때 항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학교폭력이 일어났으면 다 죽어야 하나요? 다 살지 말고 공장에 다니고 다 살지 말고 공장에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그런 사람들은 연예인이 되면 안되는 거예요? 현재 진행형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전화에 대고 항의하는 목소리에는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황영웅의 학교폭력은 어느 정도였고 그건 진정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실화탐사대>가 담아낸 피해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최근에 이슈가 됐던 드라마 <더 글로리>에 손명오라는 캐릭터”를 닮았다는 중학교 동창은 “장애가 있거나 뭔가 모자라거나 좀 왜소하거나 집이 못 살거나, 뭔가 부족한 친구들만 골라서 많이 괴롭혔던 그런 아이”였다고 했다.

그 괴롭힘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왜소한 한 친구한테 황영웅이 XX행위나 성관계 하는 행위를 가르치고 여자애들이 나오면 XX라고 외쳐 그 행위를 하게 했었는데 그런 일이 잦았다는 거였다. 황영웅 동생과 축구를 하다 심한 태클을 당해 쇄골뼈가 박살나 응급수술까지 받았다는 한 피해자는 불량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온 황영웅이 낮은 목소리로 “더이상 깝죽거리고 다니지 말고 이 사실을 너희 부모님한테 이야기하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을 했다고 했다.

학교폭력 사실을 가장 먼저 폭로했던 황영웅의 전 여자친구의 증언도 상상 이상이었다. ‘버스 정류장, 길에서도 맞았었죠. 거의 날아갈 정도로 발로 배를 걷어차서 목을 조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머리끄덩이를 잡고 벽에 밀쳐서 폭행한 적도 있었고요.“ 그는 황영웅이 술 먹고 화가 나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황영웅은 술자리에서 친구를 폭행해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실화탐사대>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잖아요”라는 일부 팬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이 사안이 당시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보여줬다. 인터뷰를 한 피해자들 여전히 그때의 공포가 떠오른다고 했다. 한때 황영웅의 팬이었지만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 한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했었다며 그건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라고 했다.

<실화탐사대>가 다룬 정명석과 황영웅. 이미 <나는 신이다>가 정명석의 사이비 이슈를 다룬 바 있고 또 <불타는 트롯맨> 논란과 <더 글로리>를 통해 황영웅의 학교폭력 사태가 조명된 바 있지만, 이 프로그램은 후속보도를 통해 이것이 끝난 사안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걸 보여줬다. JMS 2세들과 학교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이 지속되어야 하고 그래서 언론 또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한 그런 사안이라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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