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트롯맨’, 트로트 팬덤은 학폭도 괜찮아? 황영웅 사태에 대한 오판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제가 비록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황영웅은 일파만파 사태로 번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폭행 전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MBN <불타는 트롯맨> 하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과거를 반성하며 좋은 사회 구성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었다”는 말로 앞으로의 활동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제작진도 사실을 확인했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황영웅이 “모든 잘못과 부족함에 대해서 전적으로 사과하고 있으며, 자신의 과거 잘못을 먼저 고백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역시 프로그램 하차 같은 내용은 없었다.

<불타는 트롯맨>이 전혀 다른 의미로 불타고 있다. 폭행 관련 사실들이 폭로되면서 일찌감치 우승후보로까지 지목됐던 황영웅이 대중들의 질타에 불타고 있고, 톱8이 발표되면서 한껏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던 <불타는 트롯맨>이 불타고 있으며, 팬덤들도 황영웅이 하차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래도 응원한다”는 목소리로 갈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사태는 전형적인 학교폭력 논란의 양상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해당 가해자가 갈수록 주목받고 어느 정점을 향해 가는 게 확실하게 느껴지게 되는 지점에 논란이 터지게 된 양상이 그렇다. 학교폭력처럼 과거 벌어졌던 폭력 사안으로 피해자가 여전히 그 기억에 상처가 남아있는 경우, 가해자가 정점으로 올라갈수록 고통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피해자는 괴로운데 가해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의 양상이 한두 번 벌어진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의 끝은 늘 정해져 있다. 최고점에 올랐을 때 논란이 터지고 곧바로 추락한 후 퇴출 수순을 밟는 게 그것이다. 일부 황영웅의 팬덤들은 “사람은 살아가며 실수도 잘못도 할 수 있다”며 한 번 실수로 치부하며 두둔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이것은 연예인이라는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인만큼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 상처를 떠올리게 되고 그래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영우도 또 제작진도 하차에 대한 언급이 없이 어벌쩡 넘어가려는 건 무슨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과거 트로트 오디션에서도 갖가지 논란들이 나왔던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냥 슬쩍 넘어가곤 했던 트로트 팬덤의 ‘콘크리트’ 팬심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팬덤들도 자신들이 응원했던 스타가 잘못을 저지르면 ‘손절’하는 ‘비판적 팬덤’으로 바뀐 지 오래지만,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트로트 팬덤들은 무조건적 지지를 표하는 팬덤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과연 이번 황영웅 사태도 이러한 콘크리트 팬덤에 의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그건 사태도 사태지만(더 많은 폭로가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 오디션 경쟁이 치러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오점이 있는 출연자가 계속 남아있는 것을 다른 출연자 팬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싶다. 게다가 밀어주기와 내정설 같은 쏟아져 나오는 의혹들은 불타는 팬덤들에 활활 타오르는 기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사태는 벌어졌다. 그리고 이번 사안은 트로트 팬덤에 의지해 슬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기가 어렵다. 사태가 이미 이 지경인데 황영웅도 또 제작진도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로 방송을 강행하려는 건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고 또 가능한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 사태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황영웅으로 인해 소외되고 있는 톱8에 오른 다른 출연자들은 무슨 죄인가. 트로트 팬덤이라고 이 사안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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