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으로 달려가는 ‘불트’, ‘미트2’, 무엇이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지만, 가면 갈수록 좋은 반응들과는 상반되게 논란들이 터져 나온다. MBN <불타는 트롯맨>에서는 우승 후보로까지 상찬되었던 황영웅이 학교폭력, 폭행, 상해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게시판에는 황영웅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제작진은 오디션 당시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의 결격 사유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의 조치를 취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사가 터져 나온데 대해 못내 당황한 모습이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 우승 후보로 지목되었지만 황영웅 관련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심사위원 조항조와 같은 소속사라는 소문과 함께 ‘밀어주기’ 의혹이 생겼던 것이다.

<불타는 트롯맨>만큼 TV조선 <미스터트롯2>도 이미 갖가지 논란들에 휘말린 바 있다. 심사위원과 같은 소속사에 있는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했고, 그래서 밀어주기 의혹이 생긴 건 <미스터트롯2>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스터트롯2>가 안고 있는 불씨는 이미 타 오디션에서 우승을 하거나 혹은 이미 스타로 자리한 팬덤을 가진 출연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팬덤은 온라인 응원투표 같은 데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들어지는 팬덤과 이미 갖고 있는 팬덤을 프로그램으로 끌고 오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프로그램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팬덤이라야,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오디션의 결과를 일반 대중들도 공감할 수 있고 또 그 팬덤에 적극 가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출연자가 갖고 있는 팬덤이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와 활동하게 되면 오디션 과정과 상관없이 팬덤이 움직일 수 있다. 팬덤과 프로그램은 그래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팬덤 바깥에 있는 일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공감하기 어려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미스터트롯2>에서 인기투표 1위였던 박서진이 탈락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파장은 이러한 팬덤과 프로그램의 불협화음이 영향을 준 면이 있다.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가 동시에 방영되면서 트로트 팬들은 반색했다. 실제로 시청률로 보면 두 프로그램은 각각 최고시청률 16.5%, 21.8%로 대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실질적인 성과를 들여다보면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스타 탄생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불타는 트롯맨>의 황영웅, <미스터트롯2>의 안성훈 같은 출연자들이 급부상한 건 맞지만 그 파괴력으로 보면 과거 <미스터트롯> 시즌1이 배출했던 톱7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새로운 스타 탄생에도 어른거리는 공정성 논란 같은 불씨들은 이미 구축되어 있는 팬덤들과 만나 과열되기라도 하면 자칫 폭로전으로 흘러갈 위험성도 있다.

트로트라는 장르적 성격상 완전한 신인들만 채워지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미스터트롯> 시즌1에서도 출연자들 중 상당수가 소속사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것이 허용되었던 건 트로트 가수들이 데뷔한 기성가수라 하더라도 그 현실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들을 조명해주는 것 자체를 시청자들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임영웅을 위시한 톱7이 엄청난 팬덤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트로트 오디션은 한 번 제대로 주목받기만 하면 기성 트로트 가수들도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프로그램은 비즈니스가 되었고, 당연히 기획사들이 움직였으며 팬덤들도 함께 움직였다. 출연자들의 진정성과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실력 있는 출연자들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 그것이 비즈니스화 하면서 생겨난 갖가지 논란들이 문제들을 만들고 있다. 고정 시청자들마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N,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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