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이서진의 일희일비가 ‘서진이네’를 계속 보게 만들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익숙한 맛이다. 그리고 익숙한 맛이 가장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tvN 예능 <서진이네>를 보다 보면 실감하는 대목이다. 멕시코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칼라르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에 연 한식당 서진이네.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을 상대로 한식을 파는 모습은 <윤식당>에서 익숙하게 봤던 그 광경 그대로다.

손님이 찾아오고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 시키고, 나온 음식을 먹으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 반응들은 대부분 호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입증된 메뉴들이기 때문이다. 라면, 떡볶이, 치킨, 김밥이 그것. 이미 K콘텐츠와 더불어 글로벌 음식이 된 한식 메뉴들이 아닌가.

물론 달라진 점도 있다. 윤여정 대신 이서진이 대표가 되어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돈을 버는 것”이 경영철학이라 밝힌 이서진은 그래서인지 장사가 잘 될 때면 보조개가 올라가고 손님이 없으면 투덜대기 시작한다. 이서진의 이 일희일비로 이전 <윤식당>에서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요소가 만들어진다.

갑자기 손님이 물밀 듯 밀려오고 그래서 웨이팅하는 손님들까지 생긴 데다 재료 소진의 위기까지 겪으며 이서진이 보여주는 득의의 미소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직원들이 영혼까지 탈탈 털린 모습과 대비되며 웃음을 준다. 인턴으로 일하게 된 뷔는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사기계약이라고 농담하며 투덜댔고, 박서준과 정유미도 너무 힘들어 저녁 뭐 해먹어야 한다면 안 먹겠다고 선언(?)했다.

손님이 몰려오고 매출이 오를수록 대표인 이서진의 입꼬리는 올라가지만 대신 직원들은 힘들어하고, 정반대로 손님이 갑자기 오지 않으면 이서진이 투덜대다 못해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직원들은 사장 마음도 모른 채 주방에서 게임을 하며 희희낙락하는 대비가 <서진이네>가 <윤식당>과는 달라진 대목이다. 욕망을 드러내는 이서진이라는 대표가 만들어내는 직원과의 그리 과하진 않지만 흥미로움을 주는 대결구도(?)가 <서진이네>를 보게 만드는 중요한 힘이 된 것.

그래서 겨우 일주일 장사를 하는데 단 하루도 휴가는 없다고 세게 나오던 이서진이 매출 1만페소를 넘긴 날 탈탈 털린 직원들에게 다음날 장사는 없다고 선언하고, 그래서 꿈같은 바칼라르 호수에서의 하루 휴식을 보낸 후 다음날 잔뜩 기대를 하고 준비한 음식들이 손님들이 오지 않자 실망감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이서진에서 비롯되어 만들어진 감정의 진폭이다.

물론 <서진이네>는 이렇게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기다리고 또 찾은 손님들이 음식을 맛보며 내놓는 리액션이나 손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이서진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손님 중 최우식을 알아보고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의외의 사건(?)들이 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리게 되고, 어느 정도의 쿨타임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서진이네>는 이 반복된 장면의 맛들이 주는 무덤덤함을 싹 깨워주는 톡 쏘는 한 방이 아쉽다.

음식이라도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다면 그걸 먹은 외국인들의 반응이 궁금해질 수 있었겠지만, 이미 <윤식당>에서 많이 내보였던 안전한 음식의 선택은 이런 궁금증을 잘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면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조리나 응대에 있어서도 무언가 색다른 서사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손님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변화가 있긴 하지만 <서진이네>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안정적이다. 그 익숙한 맛이 주는 만족감이 있지만, 거기 더해지는 ‘모험적인 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