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엔 장동건의 반전이다. tvN 토일드라마 <아라문의 검>에서 환영을 보며 미쳐가는 줄로 알았던 타곤(장동건)이 사실은 반역자들을 색출하기 위한 미친 연기였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판세를 뒤집었다. 심각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독한 약을 쓰면서 환영까지 보게 됐던 타곤. 그는 신하들은 물론이고 옛 전우들까지도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가차 없이 처단하는 폭군으로 변모하는 듯 보였다.

결국 이러한 타곤의 폭주는 사야(이준기)와 탄야(신세경) 그리고 심지어 태알하(김옥빈)까지 힘을 모아 타곤을 밀어내고 아스달의 권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타곤의 치밀한 계략이었다. 그런 폭주를 통해 자신에게 끝까지 충성하는 자와 반역을 꿰하는 자를 분별해내고 색출하려 했던 것.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돌아가며 승기를 잡았다 여겼던 사야와 탄야 그리고 태알하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게 되었다.

사실 <아라문의 검>에서 아쉽게 느껴졌던 건 타곤 역할을 연기하는 장동건의 존재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져 왔다는 점이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여왔던 타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아라문의 검>에서는 권력에만 집착하는 왕의 모습 그 이상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상황을 뒤흔드는 왕후 태알하의 존재감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타곤의 달라진 면면들은 후반부 반전을 위한 치밀한 빌드업 과정이라는 게 밝혀졌다. 타곤은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태알하와 아들 아록(신서우)을 지키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인물이면서, 아스달의 권력을 온전히 혼자 차지하기 위해 그 후계를 노리는 그들과 대립하기도 하는 복잡한 인물이었다. 가족까지 자기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타곤에게 이 ‘미친 연기’를 통해 아군과 적을 구분해내려는 시도는 그만큼 절실했을 게다.

타곤이 살아나면서 배우 장동건의 존재감 역시 되살아났다. 단순히 몰락해가는 독재자의 모습이 아니라 복잡한 심경이 꼬여있는 복합적인 인물로 타곤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선 굵은 연기를 겉으로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냄으로써, 극중 인물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결코 호락호락한 결말을 이어주지 않는 짜릿한 반전을 선사했다.

생각해보면 <아라문의 검>은 연기자들이 만들어내는 반전 서사가 작품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해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은섬(이준기)과 사야를 오가며 연기를 하는 이준기가 그렇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들의 본진을 벗어나 아스달의 총군장과 이나이신기 역할을 바꿔서 하는 모습으로 이야기의 반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역할 바꿈은 은섬이 아스달을 이해하고 사야가 아고족과 이나이신기의 자신과는 다른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향후 칼과 방울, 거울을 각각 상징하는 은섬, 탄야. 사야가 동맹해 국가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즉 처음에는 이준기가 보여주는 은섬과 사야를 오가는(심지어 그 안에서 역할을 바꾸는 것까지) 연기를 통해 스토리의 반전을 보여주던 <아라문의 검>은 이제 장동건이 보여주는 미친 왕에서 모든 걸 철저히 계획해낸 만만찮은 왕으로의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대평원에서 펼쳐지는 전투신이나 강물 속에서 거대한 운석을 꺼내 올리는 스펙터클들이 꽉 찬 <아라문의 검>이지만, 진짜 이 작품의 쫄깃한 맛은 바로 이런 반전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반전 연기에서 나오고 있다는 걸, 이준기에 이어 장동건이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