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익숙하고 가볍지만 흥미진진한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를 새롭다고 느끼는 시청자는 없을 것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히트작이나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도 상당수다. 아울러 <소년시대>의 주인공 장병태(임시완)처럼 ‘찌질이’가 성공해서 학교의 유명인사가 되는 플롯 역시 일종의 머니코드처럼 익숙하다.

<소년시대> 역시 이 코드를 그대로 가져온다. 늘 학교에서 샌드백이 되는 병태는 아버지를 따라 부여로 이사한다. 마침 부여농고에는 아산백호라는 유명한 싸움꾼이 전학온다는 소문이 돈다. 그런데 진짜 아산백호인 정경태(이시우)가 병태와의 충돌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학 일정이 미뤄진다. 대신 비슷한 시기에 전학온 장병태가 아산백호로 오해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여농고 학생들은 이 어설픈 싸움꾼 같은 장병태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에피소드 끝에 장병태는 부여농고의 조직을 이끄는 주요한 인물로 성장한다.

이처럼 <소년시대>는 익숙하고 가볍지만 한번 보게 되면 손을 못 놓게 되는 재미가 있다. <소년시대>는 설정 자체가 인기 있을 법하지만 자칫하다간 유치하거나 진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년시대>는 알록달록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되 빠른 전개와 재치 있는 대사로 일단 합격점을 받는다. 딱히 폼 잡지 않고 부여의 고교생들이 툭툭 내뱉는 충청도식 유머가 이 드라마의 키포인트 셈이다.

여기에 첫 회부터 주인공 장병태 역의 임시완의 연기 변신이 화제가 됐다. 이미 임시완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인공을 맡아왔다. 하지만 임시완에게는 tvN 드라마 <미생>에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까지 어두운 분위기의 연기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따라붙었다. 내성적인 청춘, 혹은 내성적인 면모가 광기로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이처럼 임시완은 믿고 보는 배우지만 동시에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소년시대>는 임시완이 능청스러운 연기도 잘 한다는 걸 새롭게 보여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임시완의 눈에 광기는 없다. 흐릿한 눈과 겁먹은 눈, 촌스러운 표정만이 있을 따름이다. 여기에 코믹연기까지 잘 살리니 더할 나위 없다. 그러면서도 <소년시대>에서 병태는 몇몇 장면에서 잘생기고 멋진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박지영(이선빈)과 강선화(강혜원)가 병태를 좋아한다는 게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임시완은 망가지고 코믹한 모습만이 아니라 한순간에 로맨스에 어울리는 장면도 만들어낸다. 비록 진짜 고백은 아니지만 조호석(이상진)의 고백 편지를 박지영에게 전달하러 가는 장면에서의 잘생긴 모습. 또 나이트에서 춤꾼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박남정의 <널그리며> 기억니은춤을 소화하는 모습이 그런 것들이다.

이처럼 <소년시대>에서 주인공 임시완은 과거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연기와는 대조적인 가볍고 코믹한 연기를 능란하게 소화하는 동시에 주인공의 매력 포인트까지 확실하게 살려낸다.

하지만 <소년시대>의 매력이 꼭 임시완의 짝퉁 아산백호 병태 소화력에만 있는 건 아니다. 박지영과 강선화 캐릭터의 이선빈과 강혜원 배우 역시 1980년대 ‘쎈 언니’와 청순 첫사랑 이미지를 생기 있게 잘 살려낸다. 병태의 친구로 등장하는 배우 이상진을 포함해 수많은 부여농고 학생들의 깨알 같이 촌스럽지만 코믹하고 귀여운 연기도 <소년시대>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한편 <소년시대> 같은 드라마는 코믹 장면만을 반복하면서 자칫하면 패턴이 뻔해 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년시대>는 농고 소년들만의 에피소드를 디테일하게 살리면서 그런 함정을 재치 있게 피해간다. 또 <소년시대> 5회와 6회에 이르는 반전 코드로 병태의 몰락 위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이처럼 <소년시대>는 배우들의 능청스럽고 귀여운 명연기에 재치 있는 코믹물의 장점과 깊이 있는 울림까지 담아냈다. 1980년대 서울을 폼나게 재현하려고 했을 뿐 조악했던 2022년의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과 비교하면 굉장한 수작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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