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에 첫 대표작 선사한 ‘소년시대’ 임시완의 진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가 마무리됐다. 1989년 충남 부여 배경의 학원물 코미디로 병태 역의 임시완을 필두로 출연진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큰 화제를 불러모은 드라마다. 올해 OTT 디즈니 플러스의 ‘무빙’처럼 쿠팡플레이에서도 첫 대표작이 나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소년시대’는 온양에서 찌질이로 살던 병태가 부여로 이사 오는 과정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인해 인근의 압도적 싸움 짱 아산 백호로 오해받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진짜 아산 백호 경태(이시우)도 전학 오면서 실체가 들통나고 속였다는 이유로 학폭의 수렁에 빠져들지만 여자 친구 지영(이선빈) 도움으로 찌질한 삶을 극복하고자 나선다.

공감을 부르는 학원물 성장 스토리의 매력, 충청도 사투리가 극대화하는 코미디의 재미, 불법 댄스 교습소가 동네에 들어서고 살 집이 없으면 남의 집에 얹혀살기도 했던 1980년대 정겨운 풍경들의 추억 자극 등이 상호 작용을 일으켜 ‘소년시대’는 공개 시간을 챙겨 봐야 하는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드라마가 처음 시작될 때는 영화 ‘품행제로’와 ‘피끓는 청춘’를 연상시키는 유사작으로 다소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실제로 싸움 실력은 없는 가짜 짱의 서사는 ‘품행제로’와, 충청도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과 사랑 이야기를 코미디에 버무린 스토리는 ‘피끓는 청춘’과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영화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결말로 독자적인 가치를 확보했다.

코미디로 흥겹게 흘러가던 ‘소년시대’는 대단원에 이르러 의미 있는 마무리로 시청자들에게 웃음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다. 1980년대에는 심각하게 인식되지 못했지만 현재는 사회악으로 철저히 대응되는 학폭 문제에 대해 ‘소년시대’는 80년대 낭만으로 적당히 방관한 채 끝내지 않고, 강자는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를 분명히 되짚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데 사람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실제 현실을 반영하면서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인다. 병태는 피해자이면서 호석이를 괴롭히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극악한 빌런인 경태조차 병태를 괴롭히게 된 것은 병태가 먼저 도발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갖추고 있다.

찌질함의 결과인 병태의 맷집은 최후의 결전에서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부정적인 가치가 생각과 관점을 달리하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삶의 역설을 보여준 것. 병태 혼자 거악을 물리치는 뻔한 영웅담으로 귀결되지 않고, 약자들이 부당한 강자에 굴복하지 않고 서로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도 병태와 학폭 피해자 친구들이 보여준다.

이처럼 코미디에 삶의 진지한 통찰을 적절히 배합한 ‘소년시대’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한 일등공신은 임시완이다. 임시완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강렬한 캐릭터들을 거쳐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찌질하고 코믹한 병태 역을 소화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연기 경력에 훈장으로 추가했다.

‘소년시대’의 임시완은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의 나이에 스무살이나 어린 고등학생 역을 연기했지만 별 이질감 없이 드라마를 끌어갔다. 아래로 큰 나이 차를 연기하려면 동안인 외모도 중요하지만 빼어난 연기력이 받쳐줘야 시청자들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은데 임시완은 다른 적합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병태라는 캐릭터와 하나가 됐다.

임시완은 실제 나이보다 확연히 어린 인물을 자주 연기하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데뷔작인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는 실제 나이 24살일 때 송재희의 아역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이후 연기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미생’이나 영화 ‘불한당’처럼 현실 나이와 비슷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20대 중반의 나이에 고등학생으로 등장한 영화 ‘변호인’, 개봉일 기준으로 10살이나 어린 마라토너 서윤복을 연기한 ‘1947 보스턴’처럼 임시완의 시간은 유독 거꾸로 흘러가는 일이 많다.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인 점이 잊힌 지 오래일 만큼 많은 작품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젊은 남자 배우를 대표하는 연기파로 자리 잡았다. ‘소년시대’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연기를 인정받고 있었고, 연기 스펙트럼이 좁지 않던 임시완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더욱 활짝 늘려 놓는 계기가 될 듯하다.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 나이의 하한을 20년으로 늘리면서 동세대 배우 그 누구보다도 폭넓은 젊음을 연기할 수 있는 확장성을 자랑하게 됐다. ‘미생’의 진지함, ‘불한당’의 강렬함, 영화 ‘비상선언’의 광기에 이어 코미디에서도 합격점을 받으면서 빈틈을 찾기 힘든 연기 영역을 구축해냈다.

이런 임시완의 다음 작품으로 ‘오징어게임’ 시즌2가 예정돼 있다. 배우로서 세계를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행보를 ‘소년시대’로 화룡점정한 임시완이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보여줄 연기는 또 어떤 새로움이 있을지 기대가 크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쿠팡플레이, MBC, 영화 ‘변호인’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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