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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어떻게 장수예능의 반열에 올라섰나
기사입력 :[ 2017-05-02 15:06 ]


‘비정상회담’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4년부터 시작된 JTBC 예능 <비정상회담>은 어느덧 장수예능의 반열에 올랐다. 선풍적인 인기와 화제 속에 한때 스핀오프 프로그램까지 승승장구했던 시절을 지나 연착륙에 성공했다. 꾸준히 3% 이상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한 번의 리뉴얼 실패 이후 문제점을 극복하며 충성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위상도 높다. 영화나 드라마 홍보차 예능을 한 바퀴 돌 때 꼭 방문하는 핵심 코스이자 사이먼 페그나 불발됐지만 리자드 막스가 출연을 약속했던 것처럼 내한한 해외 유명 인사들이 선택할 정도의 대표성을 가진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 쇼의 첫 출발은 과거 KBS2의 <미녀들의 수다>처럼 우리말에 능통하고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외국인에 대한 호감과 신기함에서 비롯됐다. 특히 우리말에 능한 준수한 외모의 젊은 외국인 남성 패널들을 등장시켜 가장 큰 TV시장인 여성 시청자들을 노골적으로 공략했다. 각 멤버마다 팬덤이 형성됐고 장위안, 샘 오취리, 줄리앙, 타일러, 다니엘 등 로버트 할리와 이다도시 이후 제2의 외국인 방송인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미녀들의 수다>에서 겪었듯 인물에 대한 관심과 호감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든 일이었다.

스타 셰프의 사례도 그렇듯이 다른 특정 필드의 인력풀에서 방송으로 꾸준히 공급하는 경우, 후발 주자들은 원조의 인기와 인지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비정상회담>도 첫 번째 개편에서 같은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제작진부터 멤버까지 대대적인 교체를 단행하며 103회부터 출발한 오늘날 2기 멤버들은 토론능력과 다양한 사회생활에 방점을 두고 뽑아 인물에 대한 관심에서 토론에 대한 관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또한 최근에는 일일 멤버를 시작으로 여성 멤버를 기용하는 빈도를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



이제 <비정상회담>은 멤버 개인에 대한 관심보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다양한 국적과 문화권의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로 관심이 완벽하게 넘어왔다. 이러한 자체적인 변화와 맞물려 트럼프라는 희대의 대통령이 당선된 미국 대선과 박근혜 탄핵 사건 등 우리 현실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된 중대한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정상회담>은 시사예능 만큼이나 현실을 피하지 않고 담아내며 날선 견해와 논의가 풍부한 ‘의미 있는’ 볼거리로서 가치가 더욱 도드라졌다.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을 비롯한 세계 각국 청년들의 솔직한 의견과 박근혜 탄핵 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젠더 이슈와 같이 한창 뜨거운 사회적 논쟁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독일의 연봉 공개법을 안건으로 가져옴으로써 남녀간 임금 격차가 유럽에도 심각한 문제도 알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남녀 성역할과 차별에 대한 논의도 들여다볼 기회였다. 남성의 육아,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노동환경과 인식에 대한 이야기와 남녀 부부간의 성 역할에 관한 논의도 꽤나 건설적이었다.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북유럽과 캐나다 등의 사례를 들어보고, 다른 나라의 현실과 문화와 서로서로 비교해보면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우리 방송가는 현재 탄핵 정국을 겪으면서 정치 사회 여러 이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인문학 강연과 역사 예능 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던 <비정상회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과 같은 외신 보도와 탄핵 사태와 같은 국내 이슈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세계 각국의 반응을 스케치하는 것도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흥미롭지만, <비정상회담>은 함께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흥미롭고 의미가 있는 예능이다.

지난 주, 한국 대표로 출연한 구구단 멤버들이 안건으로 내세운 잠에 대해서도 단순히 수면 건강과 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환경으로 펼쳐서 다뤘다. 수면에 대한 나라마다 다른 인식과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와 동시에 잠을 잃어버린 세대와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다.

종편과 tvN의 방송 편성표만 보면 알겠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 우리네 관심사는 급변했다. 더 이상 개인적인 즐거움이나 자기계발이 아니라 대안적 삶의 가능성과 더 나은 세상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들에 관심이 매우 커졌다. 욜로 프로그램이나 역사와 정치와 관련된 강연, 인문 예능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비정상회담>은 이런 시대에 글로벌한 시각으로 우리 현실을 담고, 사회적 담론을 예능의 영역으로 가져가는 매우 유의미한 프로그램이다. 인물이 아니라 의미를 좇으면서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시대에도 필요하며 지속가능성을 갖춘 예능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은 의지가 충만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높아진 이 시대에 진정 가치 있는 볼거리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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