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한국형 슈퍼히어로가 통한 네 가지 요인
‘경이로운 소문’, 약자들의 연대가 주는 카타르시스의 정체

[엔터미디어=정덕현]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제목처럼 경이로운 성장을 보이고 있다. 첫 회 시청률 2.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드라마는 매회 성장해 4회 만에 2.5배 가까이 급상승하며 6.7%를 찍었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수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경이로운 소문>의 성장세는 이런 소개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그건 대체 뭘까.

그 첫 번째는 악귀 사냥꾼이라는 판타지적 슈퍼히어로물에 드리워진 우리네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이다. <경이로운 소문>에는 학교폭력을 일삼는 신혁우(정원창)라는 중진시 시장 아들이 등장한다. 소문(조병규)과 그의 학교 친구들을 괴롭히고, 매일 같은 돈을 뜯어내는 일진들은 그러나 시장 아들이라는 배경 때문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혼자서는 카운터가 된 소문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집단 린치를 가하려 하지만, 소문에게 처절하게 응징당하는 장면은 그래서 다소 폭력적이지만 통쾌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 소문을 학교 선생님은 물론이고 일진 학생들의 학부모들까지 나타나 몰아세운다. 사고로(아마도 사건일 듯하지만) 부모를 한 날 잃은 소문은 그런 학부모들과 선생님 앞에서 절망감을 느끼지만, 그 때 카운터들의 물주이자 갑부인 장물유통 최장물(안석환) 회장이 나타나 소문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저들과 대적해준다. 가진 자들의 갑질이라는 우리네 서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을 가져옴으로써 <경이로운 소문>의 판타지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힘을 발휘한다.

두 번째는 카운터들이 싸우는 사회악 같은 존재들을 악귀가 들어간 악당들이라고 설정한 부분이다. 아마도 중진시 시장인 신명휘(최광일)나 그를 돕는 태신그룹 조태신(이도엽) 회장의 탐욕은 이미 악귀가 들어서거나 혹은 향후 이들의 몸에 악귀가 들어설 거라는 걸 예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악귀가 들어서 악해지는 게 아니라, 이미 악한 욕망을 가진 존재들에게 악귀가 들어선다는 설정은 이들과 카운터들의 판타지 섞인 화려한 대결과 액션이 사회적 맥락을 갖게 되는 이유다.

세 번째는 이들 사회악들과 맞서는 카운터들이 사실상 약자들의 연대라는 점이다. 소문은 어려서 누군가의 의도적인 차량 사고로 부모를 잃었고 그로 인해 자신 또한 다리를 저는 장애를 갖게 됐다. 자신을 보호해줄 부모도 없이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소문을 마치 부모처럼 챙겨준 건 또 다른 약자인 친구 임주연(이지원)과 김웅민(김은수)이다. 그들은 학교 일진들에게 매일 같이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소문에게 저승파트너인 위겐(문숙)이 들어와 슈퍼히어로가 된 것처럼 여기 등장하는 카운터들은 전부 사연을 가진 존재들이다. 코마 상태가 되어 있다가 저승파트너의 빙의로 깨어난 이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모탁(유준상)은 소문의 아버지와 연관된 인물로 같은 날 일단의 무리들에게 쫓겨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코마 상태가 됐다. 결국 카운터들은 슈퍼히어로로 변신하기 전까지는 누군가에게 당한 약자들이었다. 그들의 가족적인 연대가 시청자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하게 만드는 이유다.

네 번째는 소문의 부모님이 당한 사고와 가모탁이 당한 사건이 왜 벌어지게 됐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저 유쾌하고 통쾌한 악귀 사냥꾼들의 활약이 아니라, 자신들이 그렇게 된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주는 궁금증은 드라마를 계속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과연 가모탁과 소문의 아버지는 어떤 관계였고, 사고 전 가모탁을 좋아했던 형사 김정영(최윤영)은 이 권력과 결탁한 형사들 틈에서 카운터들과 함께 정의를 구현해낼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경이로운 소문>의 제목 그대로 경이로운 성장세는 그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로 외국의 장르물에서 봐왔던 슈퍼히어로물에 우리 식의 정서를 부여하고 사회적 맥락을 더해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 이른바 한국형 슈퍼히어로물의 경이로운 성장을 이 작품은 자연스러운 퓨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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