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 한국식 슈퍼히어로물의 좋은 예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OCN 주말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년 마지막 수작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다. 웹툰 원작의 묘미를 잘 살린 것도 합격점, 재미와 감동을 뽑아내는 것도 합격점이다. 더불어 <경이로운 소문>은 우리에겐 아직 어색한 히어로물 판타지와 한국 드라마의 감수성을 효율적으로 버무려 내는 막강의 솜씨를 뽐낸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 들린 악한의 행동이 드러나는 자극적인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감이 느껴진다. 반면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악귀나 학원 폭력 주동자들과 대항하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통쾌함에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다.

다만 <경이로운 소문>은 카운터들의 맹활약으로 종횡무진 달리는 드라마는 아니다. 이 드라마는 의외로 한국식 휴먼드라마의 비중이 높다. 카운터에 새로 들어온 고교생 멤버 소문(조병규)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그려내는 가족 서사는 분량이 많지 않아도 코끝 찡한 감동을 준다. 또 소문과 어린시절부터 찐우정을 나눈 김웅민(김은수)과 임주연(이지원)의 이야기 역시 시청자를 흐뭇하게 만든다.

사실 가족 서사와 우정 서사만 보면 <경이로운 소문>은 잘 만든 한국식 학원물에 가깝다. 하지만 드라마 서사는 히어로물과 한국식 학원물이 각각 따로 놀지 않는다. 두 장르는 이질감 전혀 없이 하나의 세계로 녹아든다. 무엇보다 악귀를 쳐부수는 히어로 카운터들이 굉장히 우리에게 친근한 성격과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데드풀>과는 색깔만 비슷한 카운터의 빨간 운동복 히어로슈트부터가 그러하다. 당연히 의상이 그러하니 가모탁(유준상)은 추리닝 입은 풍상이 느낌, 도하나(김세정)는 추리닝 입은 털털한 김세정 본캐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단점이 아니라 익숙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판타지물과 현대물을 오가며 편안하고 따스하고 은근히 웃긴 연기를 보여준 배우 염혜란이 추매옥으로 정점을 찍는다. 당연히 주인공 소문의 조병규는 연약한 장애 학생에서 슈퍼파워를 얻은 히어로 소문 역에 딱 적합한 연기를 소화해낸다. 이런 이들이 모이는 장소 또한 엑스맨의 지하본부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뜨듯한 국숫집이다.

물론 웹툰 워작의 재미와 설정에 기댄 바가 있지만, 그래도 낯선 히어로물의 면발을 뜨듯한 한국식 드라마의 장국에 담아내 맛깔스런 작품으로 만든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소문>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의 진행은 예상을 벗어나 다른 장르도 슬금슬금 건드리고 있다. 바로 과거 형사였던 가모탁의 사고와 소문의 아버지인 경찰 소권의 사고사가 얽히면서 또 다른 장르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바로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한국식 범죄물의 장르다. 아마도 <경이로운 소문>의 중반부는 악귀 타파 패턴에서 소문 아버지 죽음에 얽힌 수사물이 더해질 것 같다. 여기에 배경인 중진시 시장인 신명휘(최광일)의 구린 면이 슬금슬금 드러나면서 사회비판 드라마의 성격까지 드러낼 법도 하다.

사실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너무 많은 장르들이 <경이로운 소문> 안에 들어오는 감이 있다. 하지만 악귀 타파만이 아니라 이 다양한 장르 클리어까지 카운터들과 제작진들이 해낸다면 <경이로운 소문>2020년을 마무리하는 원톱 한국드라마로 손색이 없을 법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OCN]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