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세 가지 이유
‘경이로운 소문’, 캐릭터 조합과 장르적 변주, 그리고 세계관의 윤리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을 둘러싼 반응이 심상치 않다.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초반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말 밤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과 비평가들에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잘 만든 Sci-fi 시리즈’(조엘 켈러, <디사이더>), ‘한국 드라마에 과감하고 밝은 족적을 남기는 한국형 판타지 슈퍼히어로물’(피어스 콘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호평의 많은 부분을 장이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 <경이로운 소문>에 빚지고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경이로운 소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매력 포인트들은 한번 짚어볼 만하다. 전체 16부작 중 8부를 방영하며 반환점을 돌아온 <경이로운 소문>[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가 함께 살펴보았다. 김선영 평론가는 주인공의 능력보다 멤버들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연대와 협업의 미덕을 살린 으로서의 슈퍼히어로 서사물이 주는 쾌감을 칭찬했고, 정석희 평론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족 드라마로서의 장르적 문법과 매력적인 배우 기용에 찬사를 보냈다. 이승한 평론가는 영리한 설정을 통해 윤리적인 딜레마를 해소하고 슈퍼히어로물의 쾌감만을 남긴 세계관에 호평을 보냈다.

◆ 슈퍼히어로 팀 드라마의 신기원

왜 이제야 나왔을까. <경이로운 소문>은 슈퍼히어로 팀 서사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국내 드라마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 시청자들은 천재적 능력을 지닌 먼치킨급캐릭터가 활약하는 이야기를 선호해왔다. 영웅 중심적 서사를 해체하기 위해 변방의 히어로들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 경우에도 주인공의 능력에 더 초점을 맞춰 연대와 협업의 미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은 이 같은 히어로물의 한계를 벗어나, 멤버들 간의 균형과 조화에서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낸다. 타이틀롤은 카운터로 특채될 정도로 비범한 자질을 지닌 소문(조병규)이 맡았으나, 치유 능력자 추매옥(염혜란), 최강 괴력 소유자 가모탁(유준상), 인간 레이더 도하나(김세정), 물주 최장물(안석환)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중년 여성, 노년 남성 등 기존의 히어로물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인물 배치도 시너지에 일조한다. 화려한 캐스팅이나 특수효과 없이도, 슈퍼히어로물의 쾌감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성공한 영리한 작품이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히어로물의 긴장감 너머로 흐르는 가족 드라마의 훈훈함

액션 히어로물 OCN <경이로운 소문>, 이 드라마 묘하다. 악귀사냥꾼 카운터들이 악귀를 쫓고 싸움을 벌이는 과정은 긴장감 넘치지만 한 편으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카운터팀에 합류한 소문(조병규)을 팀원 추매옥(염혜란), 가모탁(유준상), 도하나(김세정)는 아빠처럼 엄마처럼 또 누나처럼 살뜰히 보듬어준다.

그런 소문에게는 자상한 조부모님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다름없는 친구들도 있다. 어릴 적부터 동네 친구인 주연(이지원)과 웅민(김은수)은 소문이가 경찰이었던 부모님을 의문의 교통사고로 잃고 그로 인해 다리까지 불편해졌음을 다 아는 친구들이다. 소문의 다리가 말짱해졌다는 걸 알게 된 두 친구가 소문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기쁨을 내 일처럼 기뻐해줄 사람이 있다는 건 몇 배나 더 고마운 일이지 않나.

 

주연 역의 이지원은 JTBC <SKY 캐슬>에서 예서 동생 예빈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었는데 2006년생이라니 올해 열다섯, 그러나 1991년생 김은수, 1996년생 조병규, 이십 대 중후반 배우들과 친구로 나오지만 어색함이 없다. 이 배우가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다. 그리고 또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들이 있다. 등장할 때마다 매번 가슴이 쪼그라들도록 섬뜩한 3단계 악귀 지청신과 백향희 역을 맡은 이홍내, 옥자연, 두 배우들이다. 장르와 휴먼을 넘나들며 기대주도 소개해주는 <경이로운 소문>, 끝까지 선전해주길.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이승과 저승의 싸움이 별개가 아님을 설득하는 영리한 세계관의 승리

<경이로운 소문>의 스토리 라인은 영리하다. 사후세계인 의 파트너들은, 이승에서 자신들을 대리해 싸움을 벌이는 카운터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인간들의 몸 속에 숨어든 악귀를 잡는 일에만 힘을 써야지, 인간들끼리의 일에 개입해선 안 된다.’, ‘사적인 복수에 함부로 힘을 사용하는 것을 엄금한다같은 조항들은 카운터들의 행동 범위를 제약한다.

그러나 동시에 <경이로운 소문>은 국수집에 모인 카운터들이 모두 같은 사건에 연루되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코마를 경험했다는 전사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행동이 사적 복수가 아니라 은폐되어 있는 구조적인 공적 폭력에의 대항이 될 수 있도록 만든다. 카운터들이 초인적인 힘을 얻었다고 해서 그 힘을 함부로 쓰는 이들이 아니라는 윤리적인 알리바이를 탄탄하게 마련해 두되, 카운터들이 마음껏 힘을 펼칠 수 있는 당위를 만들어 준 것이다.

7년 전 카운터들의 삶을 바꾼 일이 이승과 융이 얽힌 사안이었음을 암시하며 이승 인간들의 폭력과 저승 악귀들의 살의가 사실은 별개의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경이로운 소문>의 세계관은 의미심장하다. 최선을 다해 인간을 살리는 일이 결국 악귀를 잡는 일과 별개가 아님을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땅에 발을 붙인 판타지를 만든 것이다.

악귀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 인간의 살의를 부추긴다는 설정은 자칫 살인을 저지른 인간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악귀가 아무에게나 들어가는 게 아니라 본디 악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 기생한다는 설정을 통해 그와 같은 위험을 영리하게 피해갔다. 많은 부분이 세계를 설계한 원작자 장이 작가의 공이지만, 그 세계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설득력 있는 비주얼과 연기로 구현해 낸 드라마 제작진들의 노력 또한 칭찬받을 만하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사진·영상=OCN.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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