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시작을 선포한 ‘빈센조’, 더 강한 카타르시스 기대한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0억 원대 제작비, 넷플릭스 지원, 사전제작에 가까운 작업 방식으로 판을 키운 <빈센조>는 송중기의 드라마 복귀작이라기보다 박재범 작가의 신작이란 관점으로 봐야 보다 정확한 이해가 가능하다. 2017<김과장>부터 2019<열혈사제>에서 이어지는 이른바 쌈마이삼부작은, TQ그룹이나 대형 로펌 고앤구, 밀실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설정 등 전작의 세계관을 슬쩍슬쩍 끼워 넣는 것부터 코믹, 응징, 활극이란 분위기와 주제의식, 캐릭터 설정, 전개와 갈등 구도까지 세계관과 패턴을 공유한다.

궤를 형성하는 핵심은 한국식 시트콤 스타일 코미디와 기득권층에 한방을 먹이는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이라 불리는 집단이 절대악으로 등장해 전횡을 휘두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잇속만 챙기고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먼치킨 독고다이 타입의 주인공이 하필 그 소용돌이에 엮이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불의를 응징하는 스토리가 시작된다. 힘없는 소시민 집단과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선한 역할 조연들은 주인공을 점점 정서적으로 감화시키고, 절대악 아래에서 별 생각 없이 호의호식하는 삶에 만족하다가 어느 순간 주머니 속 송곳이 삐져나와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는 러브라인을 대신 하는 서브플롯으로 활용한다.

동시간대 방영되는 <펜트하우스>가 생각할 틈도 없이 사고와 상식의 폭을 벗어난 전개와 반전의 연속이라면, <빈센조>는 시작부터 결론과 전개와 선악을 모두 드러낸다. 작가도, 우리도 어떻게 될지는 다 안다. 사실상 결론을 스포하고 시작하는데, 과잉된 코미디로 잔잔하게 빌드업하더니 4화부터 피치를 올리고 본격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요즘 핫한 <싱어게인>의 락커 정홍일의 편곡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4화부터의 <빈센조>는 전혀 다른 드라마의 전개, 재미,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본격 전쟁을 알리며 통쾌함의 서막을 열면서 시청률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사실 3화까지 <빈센조>는 전작들에 비해 관계는 허술하고, 갈등구조는 붕 떠 있었다. 이탈리아 본토 마피아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 과잉의 극단을 밀어붙이면서, 감정이입의 통로인 악당의 실체나 주인공과 출연진의 인간적 매력과 개성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단순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박재범 작가의 세계관에서 주인공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김과장, 열혈사제, 빈센조 모두 주인공이 곧 드라마 제목이다. 냉온을 오가고 선악을 왕래하는 극단의 부정합을 가진 주인공들의 독특한 매력과 성장이 카타르시스를 자아내고 좌충우돌 활극의 에너지가 되어 극을 이끌어간다. 그런데 빈센조는 3화까지 별다른 능력이나 매력을 선보이지 않았고,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선 사건의 전개는 무척 허술했다. 주인공은 밋밋한 반면 설정, 전개, 주변부 캐릭터는 현실에서 붕 떠 있으니 전작의 고규필이나 안창환, 음문석 등 주목받는 조역이 나타나기 오히려 어려운 환경이다.

유재명이 분한 홍유찬 변호사와 빈센조(송중기)의 연대가 너무 쉽게 이뤄지고 인간적인 교류와 비밀까지 3화 안에서 해결난다. 철거를 막기 위해 파티를 열거나, 불륜 협박에 거대기업의 실세 팀장이 너무 쉽게 굴복해버리는 등 빈센조의 능력을 보여주는 극적 장치들은 아직 자극적인 청량감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절대악의 존재는 14명이나 몰살당했는데 이를 로펌에 전하는 쿠사리수준으로 가볍게 처리하면서 오히려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4화에서 이른바 <대부>의 침대 패러디신을 기점으로 마피아를 굳이 한국에 끌어들인 이유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마피아를 가져온 것만큼 기대되는 액션 혹은 걸맞은 잔혹함이 정재계, 검경, 언론이 공고히 스크럼을 짠 코리아 카르텔 수준에 맞춰 펼쳐진다. 최종 빌런의 존재를 4화에서 바로 드러내며 더디던 전개는 박진감을 더하게 된다. 또 어쭙잖은 절대악 미스터리를 끝내고, 선악의 줄긋기, 홍차영 변호사(전여빈)의 각성도 마무리한다.

슬로스타터로 유명한 작가의 명성답게, 혹은 그 명성을 재미요소로 활용해서 3화까지는 아예 추진력을 얻기 위해 전개를 비워뒀다. 이제 이 지푸라기콤비가 기존에 없던 어떤 진짜 악당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할지 냉온을 동시에 품은 빈젠조만의 통쾌한 활약을 예고한다. 악의 축에 갖는 분노가 커져야 카타르시스도 그에 비례해 커지고, 감정이입이 된다. 옥택연이 분한 인턴사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최명희(김여진) 혼자서는 중량감이 안 맞는 이 대결 구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된다. 결론과 큰 줄기는 정해져 있지만 예상을 깨는 전개와 디테일이 때리는 한방. 현실에 발을 딛고 조각한 불만과 부조리를 시원하게 타파하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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