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남은 ‘빈센조’, 막판까지 기대감 쏠쏠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드라마 <빈센조> 16화 엔딩에서 보여준 송중기의 새로운 얼굴은 단박에 대중을 압도했다. 창백하면서도 무표정한 얼굴에 담은 단호함과 분노는 그의 배우 커리어에 영향을 끼칠 모멘텀이 확실시 되는 극적인 연기였다. 가진 패를 다 꺼내들고 내달리기 시작한 4회 이후,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던 이 장면을 기해 극중 빈센조(송중기)는 시청자들이 기대 혹은 예상했던 모습을 뛰어 넘었다. 이는 드라마 <빈센조>가 끊임없이 예상 가능한 전개와 익숙한 코미디를 펼치면서도 허를 찌르고 비틀면서 전진한 방식이기도 하다.

17화 극중 대사로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한 박재범 작가의 특징은 기득권층으로 상정되는 절대악을 박살내는 카타르시스와 라구생 갤러리’, ‘TQ그룹(한영입력 변환해보자)’등 의도적인 유치함을 추구하는 코미디의 조합이다. 캐릭터 설정과 주제의식, 러브라인 쓰는 법과 갈등과 전개 방식, 인간애, 우리 사회 만악의 근원으로 부동산과 내부자 디벨로퍼를 진맥하는 리얼리즘까지 KBS2 <김과장>으로 시작해 SBS <열혈사제>에서 기틀을 갖췄다. 어쩌다 거악과 조리 있는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면서 그 예측 가능한결론으로 가는 길은 결코 지루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엘시티의 분양권 특혜나 특정 대기업의 장학생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바벨그룹의 중 하나라 생각했던 대외안보정보원 태 국장(권태원)이 실은 빈센조의 조력자라는 사실, 가장 최측근 조력자에서 배신자가 될 줄 알았던 조 사장(최영준)의 반전, 대쪽 같은 소장파 검사인 줄 알았던 정인국(고상호)의 배신, 극중 인물 중 가장 멍청하지만 또한 가장 광폭의 횡보를 보이는 장한서(곽동연) 등 변화무쌍한 예가 너무나 많다. 게다가 소위 빌런도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주로 플래시백을 통해 시간 순서를 조립해서 정합을 맞추는 방식으로 극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던져놓은 이야기는 확실히 회수하면서 몰입하게 만든다.

다만, 미드 <왕좌의 게임>을 보고 중세 역사 공부를 하면 안 되듯 드라마 속 마피아 콘실리에리는 현실의 존재라기보다 우리네 기득권층이 그들보다도 못하다는 비유의 표현에 가깝다. 법조인으로 법정에서 판가름을 내는 변호사이면서 법치를 무시하는 자력구제의 상징으로 이탈리아 마피아를 내세운 것은 실제 원조 조폭이라 할 수 있는 마피아보다도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행태가 어둡고 삐뚤어지고 졸렬하다는 뜻의 설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그리는 방식은 사실적이지만 그 솔루션이자 이야기의 시작점인 이탈리안 마피아는 사실 영화를 제외하고는(그마저도 미국계 이탈리아 마피아다) 접점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만화적 설정으로 작동한다. 그 덕분에 코미디를 펼친 공간이 나오고, 비유도 직관적으로 다가오고 폭력을 통한 자력구제도 극중 설득력을 얻는다. 최신 뉴스를 극화한 기시감이 드는 소재와 전개는 우리사회에 실제 빈센조 같은 마피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 재계, 검경, 언론이 공고히 스크럼을 짠 코리아 카르텔의 결속력, 무자비한 습성이 진짜 마피아라는 존재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나는 셈이다. 이탈리아어로 읊조리는 마피아의 계율에도 나름의 원칙과 삶의 지혜가 있지만 바벨 그룹과 그 장학생들, 더 나아가 배역에 대한 설정이나 설명이 필요 없는 이경영까지 오로지 돈과 탐욕뿐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전작에 비해 <빈센조>는 대한민국의 썩은 뿌리는 물론, 전작들보다 책임져야 하는 식구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웃들은 그전 조연들과 달리 마냥 좋은 사람 혹은 약자라고만 할 수 없다. 우호세력이긴 하지만 관계는 느슨했고, 서로가 서로의 믿음을 가진 것은 큰 도움을 여러 차례 받고 나서 맺어진 신뢰다. 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에 빈센조는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신뢰를 형성했고, 나아가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자각과 각성을 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빈센조는 조직생활을 해서 그런지 무조건 뻔뻔해야 하며 예의는 필요 없다.’ ‘요구 조건 정확하게 전달하라.’ ‘지위에 주눅 들지 말라.’ ‘강하고 만만하게 대하라는 등등 자력갱생의 키워드와 연대의 커뮤니티라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과 만화 같은 방법론을 제안한다.

이제 2회만 남겨두고 있는 <빈센조>는 각성한 이웃들과 함께 이상적인 한국사회를 어떻게 제안할 것인가가 앞으로 남은 핵심이다. 빈센조가 18회에서 읊조린 대사대로 악마가 악마를 괴롭힌다는 만화적 전개는 가슴을 뻥 뚫어주는 카타르시스의 분출과 머릴 띵하게 울릴 반전을 마지막회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송중기가 이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배우로서 새롭게 인식된 것처럼, 박재범 작가 특유의 통쾌한 세계관의 확장 또한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다음 화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기다려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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