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만화 뚫고 튀어나온 듯한 연기파 조연들의 향연
‘빈센조’, 주인공들만큼 빛난 조연들... 캐릭터 입고 펄펄

[엔터미디어=정덕현] 캐릭터는 연기자들에게 날개 옷 같은 것일까.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는 마치 만화를 뚫고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온 드라마였다. 일단 주인공 빈센조(송중기)가 그렇다.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설정으로 지포라이터를 들고 다니며, 처절한 복수와 응징을 가하는 캐릭터. 다크히어로로서 빈센조라는 이탈리아 감성을 덧씌운 캐릭터의 창출은 이 드라마가 때론 악랄할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이를 그리 불편하지 않게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리얼리티가 아니라 과장된 허구로서 말 그대로 만화 같은캐릭터들은 의도된 것이었다. 그것은 마피아 못지않은현실의 카르텔을 드라마 속으로 가져왔지만, 그것을 철저히 허구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마음껏 상상력의 통쾌함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빈센조라는 이탈리아 감성의 캐릭터를 세워놓고, 드라마는 금가프라자 사람들 역시 발랄한 만화 캐릭터처럼 그려냈다.

금가프라자를 급습한 김실장(유태웅)과 그 무리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금가프라자 사람들의 면면이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 건 김희원 PD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충주부엉이파 번개가위 탁홍식(최덕문), 전국체전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이철욱(양경원), 전국체전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연진(서예화), 복싱플라이급 동양챔피언 곽희수(이항나), 로딩중학교 권투부 김영호(강채민),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 댄서 래리강(김설진), 충북진천 출신 천하장사 토토(김형묵), 빈센조 팬클럽 회장 안기석(임철수), 금가동 조팝나무 전수남(이달) 금가동 뉴트리아 박석도(김영웅)이 그들이다.

이밖에도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사무장으로 빈센조에 대한 연인에 가까운 애정을 드러내는 남주성(윤병희), 본래는 해커지만 피아노 원장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한 서미리(김윤혜), 허술한 반전 매력으로 짧게 출연해도 빵빵 터트린 대외안보정보원 태국장(권태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많은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모두 반짝반짝 빛났다.

캐릭터와 더불어 이 인물을 연기한 연기자들의 매력 또한 새삼스럽게 돋보였다. 양경원이야 본래 <사랑의 불시착>으로 그 매력을 어필한 바 있지만, 놀라운 가위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최덕문이나, 주로 악역 전문으로 연기했던 전작들과 다른 소심한 셰프 역할로 주목을 끈 김형묵, 과장된 코믹 연기로 이제는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안기석이나 윤병희 같은 배우들은 <빈센조>를 통해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연기자들로 주목받았다.

장준우라는 악역 연기에 도전한 옥택연이나, 그 밑에서 야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인물로 나중에는 연민의 감정까지 불러일으킨 장한서 역할의 곽동연, 절대악을 돕는 또 다른 악녀 최명희 역할의 김여진, 지질한 악당 한승혁을 연기한 조한철도 빼놓을 수 없다. 실로 한 작품에서 이토록 거의 모든 연기자들이 자기만의 지분이 있을 정도로 선명한 연기의 매력을 드러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건, 박재범 작가가 지금껏 작품을 통해 해왔던 것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물론 빈센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특히 금가프라자 사람들을 연기한 조역들이 중요한 작품이다. 그것은 빈센조의 처절한 응징이나 복수극 서사에 근거를 만들어주는 이들이 바로 이들 조역들이고, 궁극적으로 이 패밀리의 승리는 이 작품이 그려내려는 민초들의 승리라는 메시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만들어낸 좋은 캐릭터들이었고, 그 캐릭터들이 발굴해낸 조연 연기자들의 발견이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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