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히어로 전성시대, ‘모범택시’ 이제훈과 ‘빈센조’ 송중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바야흐로 다크히어로 전성시대다. 선이 악을 이기는 권선징악은 너무 순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악은 악으로 처단한다고 말하는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서 빈센조(송중기)는 마피아 변호사로 실제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물론 그 살인에는 그만한 보복의 이유가 있다. 빈센조의 그림자가 되어 활동하다 몸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살해된 이황규(이도국)가 그렇다. 그의 죽음은 홍차영(전여빈)의 아버지 홍유찬(유재명)을 살해한 대가다.

어머니가 살해되자 본격화된 빈센조의 바벨그룹과 그 그룹 회장 장준우(옥택연)에 대한 복수극은 살벌하다.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한 후, 마지막에 죽이는 것.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만든 빈센조는 장준우에게 자신의 닉네임이 배부른 고양이라며 끝까지 가지고 놀다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제훈)와 그가 함께 하는 무지개 운수라는 팀도 마찬가지로 잔혹하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자라는 문구가 사훈처럼 걸려 있지만, 이들이 하는 사적 복수 대행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은 법망을 빠져나가는 가해자들을 잡아다 지하세계의 대모 백성미(차지연)에게 넘긴다. 그렇게 사설 감옥에 갇힌 가해자들은 심지어 장기밀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약간 결은 다르지만,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서도 정바름(이승기)뇌 이식을 통해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이 다크히어로라도 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차피 사이코패스라면 죽어 마땅한 사이코패스들을 그들이 저지른 범행대로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는 성요한(권화운)이 아닌 자신이 진짜 사이코패스였고,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어 이제 감정과 양심을 갖게 됨으로써 자신이 진짜 벌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이처럼 다크히어로는 이제 시대의 트렌드가 된 모양새다.

특히 <빈센조><모범택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다크히어로를 통한 통쾌한 액션 복수극을 보여주는 오락물의 성격이 짙다. 즉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허구로 구성된 판타지 오락물이라는 것. 빈센조도 김도기도 그래서 그 캐릭터는 과장되어 있다.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천하무적의 지략과 무술능력, 담력까지 모두 갖춘 이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혼자 싸우지 않는다. 이들을 지지하는 단단한 조직들이 존재한다. 빈센조는 어쩌다 금가프라자 사람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우상이 되어 있고, 김도기는 무지개 운수 팀원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범법자들이고 악당들이지만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다크히어로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며, 그들이 작품 속에서 통쾌하게 악을 쓸어버리는 모습들은, 이들이 심지어 악당이라고 해도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든다. 선과 법과 정의가 과연 현실의 악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회의가 거기에는 존재한다. 갈수록 살벌해지고 잔혹해지는 다크히어로들의 전성시대는 그래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어딘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물론 잠깐 동안의 통쾌함을 선사하는 오락물일 테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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