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2’, 아직은 입소문을 기다려야 할 때인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금요일 <식스센스2>가 새롭게 시작됐다. 시즌1이 유재석의 새로운 도전과 쇄신과 재도약이었다면, 시즌2에는 플랫폼 대전의 최전선에 나선 tvN의 IP라는 가치가 더해졌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유재석이 건재하고 여성 예능이란 이슈에다 추리와 먹방 등 2049세대와 OTT 플랫폼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소구점이 여럿 있다. 실제로 시즌1의 가구 시청률은 다소 낮았지만 tvN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성과 지표인 2049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통용되는 이른바 식센여고(식스센스 여고) 세계관은 팬덤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유튜브나 영상 클립 조회수는 괜찮은 편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해 시즌2는 이른바 나영석 사단의 블록이라 할 수 있는 금요일 밤 tvN 프라임타임에 편성됐다.

<식스센스>는 유재석과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 그리고 시즌2에 새로이 가세한 이상엽이 게스트와 함께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추리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이 추리를 위해 실제로 폐가가 된 촌집을 맛집처럼 보이게 탈바꿈한다든가 5성급 호텔을 섭외해 인테리어 시공을 하고 메뉴를 준비한다. 그런 만큼 <식스센스>의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제작진이 꾸며놓은 공간 중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는 추리 과정과 설계를 보여주는 해설, 두 번째는 포장 없이 순수하고 거침없으며 솔직함을 추구하는 여성 출연진들이 모여 만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이 둘의 연결고리이자 메인 볼거리는 바로 추리를 위해 힌트를 걸고 펼치는 게임과 퀴즈다.

그런데 시즌2에서 가장 놀라운 반전은 시즌1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회에서는 유일한 변화인 새 멤버 이상엽이 출연하지 않아서 더욱 더 기시감이 들었던 탓도 있겠다. 하지만 호텔까지 임대해 스케일을 키우고 홍석천을 변장해 등장시키는 등 새로운 장치를 한층 더 마련했다고는 하나 추리라는 스토리라인과 웃음을 생산하는 볼거리의 격차에서 오는 비효율과 아쉬움은 수정되지 않았다.

<식스센스>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이나 출연진들이 모두 언급한 ‘케미’다. 오합지졸에다 개성 강하고 망가짐을 불사하며 솔직함으로 승부하는 여성 출연자들의 격의 없음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유재석의 진행에 불을 댕기는 잘 마른 장작과 같다. <바퀴 달린 집2>에서 임시완이 뽑은 가장 인상 깊은 게스트인 오나라, 도도한 외모와 정반대의 털털 매력의 막내 미주, <런닝맨>을 이끄는 에너자이저 전소민, <놀면 뭐하니?>와 <숏터뷰>로 예능 캐릭터 확고히 잡은 제시 등 한 명 한 명도 소위 ‘쎈케’, ‘도른자’인데 이들이 모이니 정신없는 여고생들처럼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들고 진을 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기대와 떠들썩한 분위기에 비해 내용 또한 무척 단조롭다. 4명 모두 누가 더 엉뚱하고 망가지기 위해 내달리면서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거나 역할이 구분되지 않는다. 웃음은 주로 여성 멤버들이 얼마나 솔직하고 털털한지, 이들 때문에 유재석과 게스트가 얼마나 놀라거나 피곤해지는지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다보니 추리를 하고 진짜와 가짜를 알아맞히는 설정은 이들의 세계관에 입장하지 못한 시청자들에겐 경우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 반가량 같은 주제로 3군데를 다니며 게임과 퀴즈를 푸는 긴 호흡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매력 포인트로 꼽히는 ‘케미’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의 구도와 구성에서 요즘 말로 텐션을 한 단계 더 올리는 것이 유재석과 여성 멤버들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일지는 모르겠다. <식스센스>는 메인 볼거리와 설정이 딱 붙지 않는 점, 여성 출연자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너무 노골적이고 단편적이라는 점으로 인해 여성 예능이란 관점에서나, 또 하나의 리얼버라이어티 캐릭터쇼의 탄생이란 측면에서나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아직은 입소문을 기다려야 할 때일까. 케미가 좋다고들 하지만 시즌2의 1회 시청률은 프라임타임에 편성됐음에도 시즌1의 평균치보다 낮았다. 케미가 업그레이드됐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느끼기에 시즌1에 비해서 에너지레벨이나 신선함 등 달라진 부분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센케, 도른자 콘셉트와 같은 자극을 가진 콘텐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비교적 호평을 받지만 대중성을 갖기에 다소 아쉬운 게 사실이다.

tvN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2049시청률이나 영상 조회수는 여전히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시즌2로 돌아온 만큼 추리에 대한 뚝심처럼 캐릭터쇼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비효율은 제작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1시간 반 동안 지켜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유재석이 기센 언니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형국과는 다른 볼거리, 보다 주체적인 캐릭터 플레이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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