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가 드러내는 특유의 유재석식 웃음의 정수와 아쉬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현재 유재석의 끝없는 재능과 매력을 가장 잘 펼치고 있는 곳이 MBC <놀면 뭐하니?>라면, MC 유재석의 예능을 가장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곳은 tvN <식스센스>. 유재석이 추구하는, 그리고 제일 잘하는 예능 진행 스타일을, 그것도 여성들로만 이뤄진 완전히 새로운 조합 속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반가움과 신선함이 함께한다. 때때로 망가지며 스스로가 샌드백이 되기도 하는 이경규나 강호동 등 다른 톱MC들과 달리 유재석식 웃음의 정수는 함께하는 멤버들의 캐릭터와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그 특유의 진행에 있다.

지난 2회에서 더 힘들어지는 게 뭔지 알아? 이들이 친해지고 있다는 거야.”라던 유재석의 말은 6회까지 진행된 현재, 현실이 됐다. 게임과 퀴즈, 추리라는 정철민 PD와 유재석의 교집합 무대에서 여자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격의 없음과 에너지는 유재석을 당황해하게 만들고 진을 빠지게 만드는 동시에 리액션으로 말미암아 빛을 발할, 유재석식 예능이 진행되는 재료가 된다.

따라서 8부작의 8부 능선을 넘은 <식스센스>가 보여준 가장 큰 매력과 신선함은 유재석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더욱 더 +I 캐릭터로 몰고 가는 네 여성의 활약이다. <런닝맨>의 전소민과 <놀면 뭐하니?>의 제시가 쌍두마차를 이루고, 오나라와 미주가 그에 못지않은 털털함과 내려놓는 자세로 유재석을 피곤하게만든다. 이른바 출연진 전원이 기존 유재석의 파트너였던 박명수, 이광수 등이 하던 역할을 수행한다. 그 덕분에 요즘 용어로 하이 텐션이 지속되면서 유재석 특유의 타이르고 타박하다, 놀림 받고 화내다 피곤해하는 유머코드와 스타일이 익숙한 기대를 하게끔 한다.

그런데 단조로움이 있다. 4명 모두 누가 더 엉뚱하고 망가지기를 불사하는 데 함께하다보니 그들끼리의 이야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친밀함은 느껴지지만 유재석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에너지레벨이 높은 멤버들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내고 지휘한다는 측면을 벗어난 캐릭터쇼의 관계망 형성이 미진하다. 여성 멤버와 유재석의 관계로만 웃음 코드가 전개되다보니 여성 멤버들끼리의 이른바 케미와 의외성, 친해지는 과정의 성장 서사에서 나오는 재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재석을 놀리거나 피곤하게 만드는 상황 이외에 웃음 포인트는 게스트를 홀대하는 데서 나오는 정도다.

예측불허의 캐릭터 이외에 유재석의 우산 밖에서 짧은 상황이라도 만들 수 있는 멤버가 없다는 점 또한 단조로운 패턴에 일조한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몰려들며 왁자지껄하고 정신없는 데서 오는 재미는 확실하지만, 여성 예능이란 관점에서나, 또 하나의 리얼버라이어티식 캐릭터쇼의 탄생이란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무대를 좁게 설정한 기획에서 기인한 구도의 영향이기도 하다. <식스센스>의 재미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유재석과 멤버들이 만드는 왁자지껄한 웃음이고, 두 번째는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인 제작진이 꾸며놓은 공간, 즉 진짜와 가짜를 찾아내는 추리다. 여기서 문제는 세트가 세계관의 핵심인 <대탈출> 시리즈와 달리, 진짜처럼 공간을 꾸민 뒤 실제 존재하던 공간인지 완벽히 만들어낸 허구의 장소인지 가려내는 추리 자체가 극히 흥미롭다고 보기 어렵고, 결정적으로 멤버들의 캐릭터와 역할을 살리는 활동 폭에 방해가 된다. 대결구도도 아니고 한정된 상황이며 의외성을 만드는 별다른 옵션이 없다. 추리를 내세우면서 게임과 퀴즈로 웃음과 분량을 만드는 이유다. 그렇다면 거꾸로, 굳이 그렇게 세트 설치와 설정에 힘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가정도 해보게 된다.

나름의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시즌2로 돌아온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강점을 더욱 부각할 수 있도록 캐릭터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토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 추리 설정이 색다르고 새로운 시도라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더욱 정밀해지거나 더욱 더 큰 스케일로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 지금의 추리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이 방식이 현재 장점이라 꼽히는 유재석과 여성 멤버들의 호흡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매회 같은 구도의 설정에 매번 새롭게 몰입하는 스토리라인은 낭비와 부담이다. 1시간 반의 방송시간 동안 세 군데 장소를 다니는 과정을 매주 반복해 지켜봐야 한다. 진짜와 가짜가 밝혀졌을 때 출연자들이 말하는 소름 돋는 충격과 놀라움의 감도와 시청자들이 느끼는 반응에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킬러콘텐츠는 그 중간 중간 좌충우돌 야단법석 토크들인데 말이다.

<식스센스>는 오합지졸, 개성만점의 캐릭터군단을 이끌고 나아가는 가장 전통적인 유재석식 진행의 매력을 볼 수 있는 무대다. 게다가 그의 몇 안 되는 부정적 측면 중 하나였던 조세호, 지석진, 정준하 등등 이른바 핀잔과 면박을 주는 전담 샌드백을 두지 않는 점도 신선함과 함께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오는 이유다. 그러한 매력을 더 살릴 수 있도록 보다 멤버들이 서로 더 소통하고 서로에게 더 많은 도전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무대와 미션을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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