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능 시대 도래해도 ‘지지 않는 태양’으로 건재한 유재석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여성 예능의 시대가 오고 있다. 예능에 여성 고정 멤버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여성 예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 예능의 성 구분이 적절한 분류일지 의문도 들지만 MC 및 고정 출연자들 성비를 볼 때 한국 예능은 남성 쏠림이 극도로 심했기에 최근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편의상 여성 예능이라 지칭하는 것이 무난할 듯싶다.

여성 예능이라 불릴 만한 프로그램들은 지상파 주요 채널의 경우 과거 <여걸식스><영웅호걸> 정도였다. 여기에 <밥블레스유> 같은 여성 전문 채널의 예능이나 여성향 성격이 강한 패션, 뷰티, 푸드 채널 등에서나 제한적으로 볼 수 있었다.

반면 <무한도전>, <12> 등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들은 물론, 대개의 예능들이 멤버 구성은 전원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여성 고정 멤버는 있어도 극소수 양념 역할에 한정됐다. 그래서 최근 들어 등장한 여성 예능들이 지금까지 존재한 프로그램들보다 더 많게 느껴질 정도다.

tvN <식스센스>는 오나라, 전소민, 제시, 미주 등 여성 출연자 전원이 큰 웃음 부르는 당황스러운 멘트와 행동의 똘끼캐릭터로 맹활약, 최근 성공리에 시즌 1을 마치고 다음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박세리, 이재영, 이다영,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한유미 등 스포츠 스타들은 E채널의 <노는 언니>에서 걸크러쉬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JTBC <갬성캠핑>에서는 안영미, 박나래, 박소담, 솔라, 손나은이 남성 게스트와 함께 매회 콘셉트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tvN에서는 박은하, 김성령, 김민경, 이시영, 오정연, 김지연, 우기 등이 생존 서바이벌 훈련을 받는 <나는 살아있다>5일 시작한다.

포맷 자체가 여성 예능에 고정돼 있지는 않지만 MBC <놀면 뭐하니?>도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환불원정대를 꾸려 이 센 여성들의 케미로 최고 시청률을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좀 더 넓혀 보면 신애라와 박나래가 이끌고 윤균상이 돕는 tvN <신박한 정리>도 여성 예능으로 분류될 만하다.

사실 여성 예능의 전성시대가 이제야 온 것도 의아한 일이다. 이미 30, 40대 여성들이 TV 실시간 시청률을 좌우한 지 오래돼 드라마 경우 지난해 스포츠(<스토브리그>)나 액션(<배가본드>) 같은 남성향의 드라마조차도 여성 시청자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다.

예능은 그간 배출된 MC나 주요 예능인들이 남성 일색이다 보니 여성 시청자들이 시청률을 주도해도 출연진들은 최근까지 계속 남성 위주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육아, 요리, 여행, 펫 등 전통적으로 여성 취향으로 분류된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예능 트렌드를 휩쓸면서 예능의 방향성도 여성 시청자들이 주도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왔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폭발한 여성 예능은 앞으로도 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이 대부분인 특급 예능인들 행보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송 중인 여성 예능들로 판단해 보면 여성 예능인이 MC를 맡거나 혹은 특별한 주도적 진행자 없이 여성 멤버들끼리의 케미로 진행되는 그런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유재석은 남성 MC지만 여성 예능으로의 흐름 전환을 최전방에서 함께 하고 있어 예능의 장기 지배자로서의 위상이 시대 변화에도 영향 없이 유지되는 양상이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프로젝트와 <식스센스>를 통해 여성 예능을 함께 하는 MC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환불원정대와 <식스센스>가 최근 여성 예능의 흐름에서 시기상 앞서 있어 유재석은 여성 예능의 흐름까지도 남성 조력자로서 선도하고 있는 인상이다. 유교적 성향이 강한 진행 스타일의 유재석은 센 여자들이나 돌아이캐릭터 여자들의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멘트나 행동을 당황하는 모습으로 받쳐주면서 예능의 웃음 기제로 잘 전환시켜 여성 예능이 정착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수의 여성 출연자들과 가장 편안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특급 MC는 유재석 정도만 눈에 띈다. <밥블레스유>, <갬성캠핑> 같은 여성 취향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 예능에 비해 유재석이 함께 하는 여성 예능은 남성 시청자들도 호응이 좋다. 유재석의 여성 예능은 그래서 전반적으로 여성 예능이 늘어나고 정착하는 흐름이 안정되도록 하는 중간지대 역할도 한다.

하지만 여성 예능의 융성은 기존 예능을 이끌어온 특급 MC 의존 시스템을 축소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MBC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밥블레스유>, <갬성캠핑>처럼 진행자에의 의존이 크게 약화된 집단 수다 방식의 캐릭터쇼가 여성 예능에서 현재까지는 선호되기 때문이다.

여성 예능 시대의 도래에도 지지 않는 예능 태양으로 건재한 유재석이 여성 예능의 시대가 심화될 듯한 향후에도 어떤 위상과 활동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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