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클라쓰’ 백종원의 외국인 대상 한식교육, 관전 포인트가 없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저희 거는 재방송으로 보셔도 돼요. 의미만 있으면 됩니다. 화제성 없어도 돼요.” KBS <백종원 클라쓰>에서 백종원은 그런 농담 섞인 멘트로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함께 하는 MC 성시경 역시 농담으로 받아쳤다. “PD가 제일 싫어하는 얘기를... 의미는 없어도 되니까 시청률이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의미와 시청률.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지만 이 두 요소는 모든 프로그램이 동시에 추구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기획의도나 취지가 좋아야 하지만 동시에 대중성도 있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백종원 클라쓰> 첫 방송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을까.

취지는 좋다. 백종원이 말한 것처럼 최근 K팝 가수들을 위시한 한류열풍은 전 세계에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 놓았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더 깊게 우리 문화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이미 김치나 비빔밥, 떡볶이 같은 한식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진짜 많은 한식을 요리법부터 맛까지 알려줘 우리식 표기법 그대로 외국인들이 한식을 찾게 되는 그 저변을 만들겠다는 백종원의 포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이런 의미와 취지를 널리 알릴 수 있게 해주는 재미요소, 즉 대중성이다. 아쉽게도 <백종원 클라쓰>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맥을 잡지 못한 것 같다. 백종원은 요리연구가로서 그 분야의 전문가지만, 여럿이 함께 해나가는 방송에 있어서 그 모든 걸 진두지휘할 정도로 능숙하지는 않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김성주가 백종원의 전문적인 영역 이외의 진행 관련된 부분들을 척척 맞춰 풀어주는 역할을 하거나, MBC <백파더>나 SBS <맛남의 광장>에서 양세형이 다소 어색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개그나 예능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건, 백종원이라는 인물을 통한 전문적 지식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성시경은 외국어 능력자로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일 수 있는 외국인들과의 소통에는 어울리는 면이 있지만, 그 밖의 예능적인 면이나 진행적인 면에 있어서는 아직 도드라진 역량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아재개그를 종종 던지고, 외국인 출연자들에게 다가가 친절히 요리를 알려주는 정도로는 백종원의 다소 거친 방송 스타일을 안정적으로 잡아내주진 못한다.

무엇보다 <백종원 클라쓰>의 핵심이랄 수 있는 그날의 레시피와 그걸 요리하는 과정이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어떤 유인이 되는 지가 애매하다. 첫 번째 레시피로 가져온 잔치국수는 외국인들이 요리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평이한 음식처럼 다가온다. 그 요리를 하는 과정을 내내 볼 이유가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별로 없다. 게다가 요즘처럼 레시피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시대에 그걸 알려주는 것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라 보기 어렵다.

차라리 외국인과 함께 여행을 하며 한식을 찾아 나서고 함께 먹어본 후, 그 재료를 사서 요리법을 간단히 알려주는 그 과정이 훨씬 주목도가 높을 것 같다. 외국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일 수 있지만, 적어도 방송은 우리네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관전 포인트와 재미요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첫 방이니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겠지만, 취지에 맞는 특별한 재미요소가 절실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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