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커’, 백종원의 초심 자극한 군대 출장요리

[엔터미디어=정덕현] “간부식당을 하게 된 이유는 나 먹을라고 한 거니까. 내가 굳이 식당을 맡겠다고 했거든. 근데 진짜로 마지막 1년 남았을 동안은 휴가도 안 갔어. 너무 재밌어서.” 백종원은 애초 tvN 예능 <백패커> 사전 인터뷰에서도 군대에서 간부식당을 했던 것이 자신의 요리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서는 여전히 어떤 설렘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백패커>가 포천의 군부대 출장요리를 하게 됐다는 미션이 소개됐을 때 백종원의 표정은 미묘했다. 300명분의 식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에 다소 난감해 하는 듯 했지만 그 안에는 기대감 같은 것이 언뜻 비춰졌다. 초심을 묻는 질문에 백종원이 당시 간부식당을 했던 걸 들었을 정도였으니 왜 아닐까.

실제로 부대를 방문해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나아진 조리도구들이나 냉장고 가득 채워진 식재료들을 보며 백종원은 반색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부대만 다니자 부대만.” 모든 재료들이 마련되어 있어 마치 코스트코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즐거워하는 백종원에게는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설렘이 느껴졌다.

백종원이 대량조리를 미션으로 수행한 건 이미 <고교급식왕>에서 학교 급식을 하면서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군대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은 그 요리에 남다른 느낌과 정서를 드리워준다. 군 경험을 했던 이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짬밥’의 향. 고된 훈련 끝에 마주한 밥이 주는 맛 그 이상의 포만감. 하지만 늘 접하다 물리게 되고 그래서 PX로 달려가 고추장이라도 사서 비벼 먹어야 밥이 넘어가던 그런 경험들 말이다.

그래서 똑같은 대량조리라도 군대에서 백종원이 만들어내는 비빔짬뽕 같은 음식은 사제에서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300인분 대량조리를 하는 것 자체가 스펙터클하게 담겨지고, 다만 양을 채우는 게 아니라 군대에서 사제의 맛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마음이 들어가니 시청자들의 몰입도 더 깊어진다. 무엇보다 시간에 맞춰 내놓은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장병들의 모습이 흐뭇한 정서적 포만감을 준다.

<백패커>는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저 백팩에 요리도구와 재료들을 갖고 가서 요리를 해주는 출장요리 정도로 생각된 면이 있었다. 하지만 2회에 등산을 하다시피 산에 올라 절에서 고기나 양파 없이 짜장면을 만들어내는 미션이나, 3회에 바다 한가운데서 기상을 위한 정보들을 수집하는 기상선에서 세계요리를 만들어내는 미션은 <백패커>의 정체성인 ‘극한요리’의 면면을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전설의 취사장교’라는 지칭으로 불리던 백종원이 군부대를 방문해 그 곳에서 300인분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극한요리’의 서바이벌 같은 미션 스토리와 백종원의 초심이 만나면서 시너지를 냈다. 특히 마지막에 이미 미션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훈련 중인 장병들을 위한 도시락 추가 주문이 더해진 점은 앞으로 <백패커>가 제시할 극한 미션의 예고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시청률도 급상승했다. 지난 회 3.2%에서 4.7%(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것. 그리고 다음 회 역시 “앞으로 부대만 다니자”는 백종원의 말이 씨가 됐다. 그런데 이번엔 400명이란다.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들어가 요리하는 모습이 담긴 예고영상에서 딘딘은 “이게 <강철부대>보다 빡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백패커>의 극한요리는 또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게 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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