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맛도 응대도 매력만점, 이러니 백종원도 두 손 들지

[엔터미디어=정덕현] 백종원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메뉴 지워버리는(?) 전문가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메뉴가 많은 식당이 등장하면 그래서 조만간 그 메뉴들이 백종원의 조언에 의해 싹 지워질 거라는 걸 시청자들은 예감한다. 이런 모습은 손가락 하나를 튕겨 모든 걸 날려버리는 <어벤져스>의 타노스 캐릭터를 백종원에게 심어놓았다. 손가락 튕길 때마다 메뉴가 사라지는.

물론 백종원이 메뉴를 줄이라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주력 메뉴에 집중시켜 그 곳까지 애써 찾아올 정도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음식을 내놓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회전율을 좋게 할 수 있어서다. ‘선택과 집중으로 그 한 가지 메뉴에 숙달이 되면 그 때가서 다른 메뉴를 추가해도 된다는 게 백종원의 조언이다.

그런데 이번 구로구 오류동 골목의 감자옹심이집은 백종원조차 타노스 캐릭터를 포기하게 된 사례가 될 듯싶다. 첫 회 첫 방문에 감자옹심이를 맛보고는 맛집이라고 손을 치켜들었던 백종원은 여기서도 여지없이 메뉴 단일화를 제안했다. 돈가스에 막국수, 칼국수까지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독특하고 맛있는 감자옹심이에 집중하라는 것.

하지만 두 번째 방문한 백종원에게 사장님은 찾는 손님이 적지 않다는 고민을 털어놓으며 칼국수와 막국수(비빔, )의 맛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맛을 보고 과연 메뉴에서 지워야 할 것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 그래서 내놓은 칼국수와 막국수를 맛보게 된 백종원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칼국수는 특징이 그다지 없고 관리가 어려워 뺐으면 했지만, 막국수는 확실히 맛있는데다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어 빼라고 하기가 어려웠던 것. 결국 감자옹심이를 1년 내내 주요메뉴로 세워두고 여름 장사에는 비빔막국수를 내고 겨울에는 최근 유행인 들기름막국수를 추가해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백종원이 메뉴를 지우기보다는 살릴 건 살리고 새로운 것까지 제안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감자옹심이집 사장님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니라 <생활의 달인>에 나와도 될 법한 요리 실력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감자옹심이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일일이 손을 거쳐 하는 것이었고, 그 일이 손에 익어서인지 마치 달인 같은 손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맛에 있어서 기본 이상이고 실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메뉴를 살리게 한 것.

하지만 감자옹심이집에 백종원이 호감을 갖게 된 건 단지 음식에 대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첫 회에 등장했을 때부터 사장님의 서글서글한 인상과 손님응대에 있어서도 다가가 물어보고 들어주는 친근함이 있었다. 게다가 동생을 도와주겠다며 무임금으로 나선 누나의 마음도 훈훈했다. 마치 자기 가게인 양 마음을 쓰는 모습에 사장님도 눈물이 글썽했을 정도였으니.

사실 최근 들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준비된 가게보다는 기본도 잘 안되어 있는 가게들이 주로 등장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감자옹심이집 같은 모든 게 준비된 가게의 등장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켜주고 있다. 물론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도 난관이 없는 건 아니다. 의외로 장사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영적인 부분은 백종원이 가장 잘 조언해줄 수 있는 분야다. 모쪼록 이 준비된 가게가 백종원을 만나 이 코로나 시국에도 잘 버텨내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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