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2’, 이 무대는 보이지 않던 음악인들을 위한 헌사다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악천재들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 JTBC 오디션 <슈퍼밴드2>의 첫 방송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을 전후한 친구들이 저마다 들고 나온 악기로 선보인 연주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음악천재들의 향연이라고나 할까.

바이올린 연주자로 유명한 대니 구는 킴 카쉬카쉬안, 김수빈, 기돈 크레머 같은 유명한 클래식 거장들과 협연을 할 정도의 실력자다. 그는 ‘Apple mania’라는 곡으로 바이올린이 얼마나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그걸 자신이 얼마나 잘 소화해내는가를 한껏 보여줬다. 하지만 밴드 음악과 그의 바이올린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윤종신이 다른 곡 하나를 부탁했고 그래서 들려준 ‘Be my love’라는 재즈곡은 더할 나위 없는 달달한 연주와 더불어 중간에 깜짝 들어간 노래로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베이스 연주자 변정호는 핏불의 ‘Fun’이라는 곡을 자신만의 그루브와 바운스를 살려 연주함으로써 듣는 이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베이시스트였던 윤상 심사위원은 그의 연주가 다양한 주법들을 시도하면서도 너무나 안정적이라는 좋은 평가를 내놨다.

비브라폰이라는 다소 생소한 악기를 가지고 나왔던 윤현상은 그 악기만으로는 밴드 음악을 함께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슈퍼밴드> 시즌1에 나왔다 포기했던 전적이 있었다. 그는 이번 시즌2에서는 비브라폰에 전자 마림바를 연결해 밴드와 융합시키려는 시도를 했고, 그 외에도 건반 악기는 뭐든 척척 해내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제 겨우 19살인 초프라카야는 인도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드럼 연주자로 그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열정적이고 강력한 연주를 들려줬고, 피아니스트 김준서는 다소 단순할 수 있는 영화 <원스> OST인 ‘Falling slowly’를 과감한 편곡으로 연주함으로써 심사위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진짜 충격적인 연주를 선보인 출연자는 단연 거문고 연주자인 박다울이었다. 11세부터 시작해 19년간 거문고를 연주했다는 박다울은, 좀 더 재밌게 연주하고 싶다는 그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루프 스테이션을 사다 놓고 다양한 연주 실험을 했다고 했다. 거문고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음들을 루프 스테이션에 하나하나 쌓아가며 연주한 그의 자작곡 ‘거문장난감’은 거문고 하면 떠오르는 그 선입견을 완전히 깬 곡이었다. 거문고를 베이스로 한 연주가 마치 클럽 음악으로도 가능할 정도의 흥겨움을 선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특히 이번 <슈퍼밴드2>에서 반가웠던 건 여성 출연자들의 놀라운 연주실력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유튜버로 유명한 은아경 드러머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왔던 드러머 은성태씨가 아버지라고 소개했지만, 그가 들려준 연주는 그런 아버지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다. 특히 어렵다는 라틴 드럼을 완벽히 소화해낸 그의 연주는 춤을 추게 하고 싶을 정도의 흥겨움을 전해줬고, 특히 연주를 즐기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 또한 즐겁게 해줬다.

<슈퍼밴드2>는 역시 밴드 오디션이라는 그 특징에 맞게 천재적인 연주자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너무 충격적인 연주 실력을 보여준 터라, 상대적으로 보컬로 나온 출연자들이 묻힐 정도였다. 실제로 첫 방송에 등장한 보컬은 첫 무대에 오른 19세지만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김한겸, 스포티파이 400만회 조회수를 기록한 팝보컬 데미안 그리고 최근 도끼, 사이먼 도미닉, 세훈&찬열, NCT 태용 등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피처링을 했던 문수진이었다.

보컬들보다 연주자들이 더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기량이 더 주목받는 오디션. 아마도 이 지점은 <슈퍼밴드2>가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일 것이다. 보컬들보다 연주자들은 뒤로 묻히지 마련인 가요계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슈퍼밴드2>에 대거 등장한 음악천재들은 어딘지 짠한 면들이 있다. 이런 놀라운 기량을 갖고 있으면서도(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이들에게서는 무대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슈퍼밴드2>의 무대는 보이지 않던 음악인들을 위한 헌사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의 연주를 보며 반색하다 뭉클해지는 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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