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2’ 크랙샷, 어째서 밴드여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밴드 음악이라는 게 정말 시간이거든요. 얼마나 같이 붙어서 연습을 했느냐. 근데 그런 거를 정말 잘 보여주고 이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려운 시간을 많이 보냈을 거 같은데 이렇게 계속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끝까지 해주셔서 너무 고맙고 지금부터 더 나이가 들 때까지 더 이런 음악을 좀 더 늙어서까지 할 수 있는 밴드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JTBC 오디션 <슈퍼밴드2>의 이상순 심사위원은 완전체로 나온 크랙샷이 부른 진주의 ‘난 괜찮아’ 무대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는 밴드를 했던 그의 진심이 묻어 있었다. 우리에게 밴드 음악은 언젠가부터 비주류처럼 치부되었고, 그것도 헤비메탈이나 록을 하는 이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러니 그 밴드를 오래도록 함께 유지해오고 또 버텨온 크랙샷의 그 ‘시간’이 느껴진 무대에 이상순이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감흥은 이상순만이 아닌, 심사위원들과 그 무대를 대기실에서 본 다른 팀 출연자들 심지어 이날 크랙샷과 1대1 대결을 벌인 김예지팀도 똑같이 느낀 것이었다. 르메트르의 ‘클로저(Closer)’와 날스 바클리의 크레이지(Crazy)’를 매시업해 부른 김예지팀은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극찬을 받았다. 미친 듯이 쏟아내는 김예지의 보컬은 클래시컬하게 시작한 곡이 절정에 이르러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상대팀이었던 크랙샷이 전의를 상실(?)하는 리액션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크랙샷은 오래도록 함께 밴드를 해온 ‘시간’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진주의 ‘난 괜찮아’를 완벽하게 헤비메탈 스타일로 해석해 불러낸 크랙샷은 모두를 벌떡 일어나게 만들 정도로 흥겨웠다. 심사위원들이 그 위치를 잠시 잊어버린 채 “개 멋있다”는 말을 털어놓을 정도의 무대. 하지만 그 멋진 무대에는 강렬한 페이소스가 깔렸다. 이상순의 말처럼 그렇게 변함없이 밴드를 유지해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모두가 알고 있어서다.

그 무대를 대기실에서 본 일렉 기타리스트 황린은 “크랙샷이 이겼으면 좋겠다”며 “밴드를 해온 입장에서 심사평을 듣는데 눈물이 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그 음악을 알아봐주는 심사위원들의 말 한 마디가 한 마디가 울컥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제가 (크랙샷을) 슈퍼밴드에서 만나기 전부터 6년 동안 공연을 같이 했었거든요. 그 때 봤던 이 형들이 지금은 완전히 프로가 됐구나 하면서 그 무대를 보면서 리스펙트했어요.” 베이시스트인 황인규는 “밴드 했던 사람들은 다 느껴진다”며 “고집스럽게 자기들 음악으로 밀고 나가서 결실을 맺어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일식요리사라는 크랙샷의 보컬 빈센트는 낮에는 요리하고 밤에는 밴드활동을 한다는 전현무의 말에 심사위원들은 때 아닌 반성담을 늘어놨다.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힘든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반성하게 된다”고 윤상은 말했고, “우리가 저랬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 너무 멀끔한 음악을 하고 사나?”라고 윤종신은 말했다.

누가 승자가 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 결국 크랙샷이 한 표 차이로 승자가 됐다. 그런데 승자가 된 크랙샷에 대해 상대팀이었던 김예지팀도 진심어린 축하와 존경을 표했다. 김예지는 진심 가득한 목소리로 “진짜 너무 멋있었어요”라고 빈센트에게 말했다. 오디션이고 대결무대였지만 마음만은 하나로 묶여지는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슈퍼밴드2>라는 밴드 오디션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 여겨지는 건, 다소 소외된 밴드음악을 무대 위에 세워준다는 것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음악이 서로를 얼마나 보완해주고 성장시켜주는가를 볼 수 있는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김예지의 경우 Mnet <보이스 코리아>에 홀로 출연했을 때와 이렇게 밴드를 구성해 나왔을 때의 면면이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 당시에도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다소 다크한 이미지로만 부각되었다면, 이번 김예지팀으로 나온 그는 훨씬 균형감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클래식한 오은철의 건반이 김예지의 도발적인 보컬과 조화를 이뤘고 여기에 흥겨운 초프라카야의 드럼까지 얹어지며 밴드로서의 좋은 합을 보여준 것.

마찬가지로 거문고로 파격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박다울 역시 일렉기타 정나영과 어쿠스틱 기타 김진산을 만나 ‘신들린 무대’가 기막힌 시너지를 발휘했다. 황린팀의 황린은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재해석한 무대로 보컬 임윤성의 보이스칼라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본인이 치던 일렉 기타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를 가져와 절제미가 돋보이는 연주를 더해줬다. 이러한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맞춰가는 합이 주는 힘은 ‘밴드 음악’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놀라운 기량을 갖고 있지만 무대에 서기 위해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크랙샷은 마치 <슈퍼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이자 상징처럼 부각됐다. 참가자들이나 심사위원들이 모두 오디션이라는 생각을 잊고 그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흥겨운 무대에 빠져들었고 ‘리스펙트’를 표한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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