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2’, 이런 멤버들이라면 슈퍼K밴드도 불가능하지 않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저씨가 다온군 나이 때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다온군을 보니까 우린 선진국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2>에서 윤상은 때 아닌 ‘개발도상국’, ‘선진국’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겨우 12살 초등학생인 이다온의 일렉트릭 기타 속주에 대한 평이었다. 아이의 천진한 얼굴이 남아있는, 5년 정도 기타를 쳤다는 소년의 실력은 천재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실력이었다. 잉베이 맘스틴을 떠올릴 정도의 연주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슈퍼밴드2>는 오디션으로서 경연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 무대 하나하나는 말 그대로 천재들의 공연에 가깝다. 프로듀서들은 평을 하는 게 아니라 공연을 감상하고 상찬하기에 바쁘다. 그런데 그 상찬이 그저 입바른 소리가 아니다.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갖가지 악기의 연주실력이나 독특한 보이스로 부르는 노래실력, 게다가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재즈니 블루스니 메탈이니 하는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도까지 갖춘 실력자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좋은 공연이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였다.

시즌1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영소, 이강호, 임형빈, 세 명의 19세 천재 기타리스트들을 모두 잘 알고 있다는 17세 기타리스트 김진산의 무대도 놀라운 공연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른바 ‘타격기 주법’으로 기타에 마치 퍼커션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연주를 해내는 이 어린 친구는, 완벽한 주법에 매력적인 자작곡도 만들어내는 이미 완성된 기타리스트였다.

이번 <슈퍼밴드2>는 장르적으로도 풍성하다. 기타 하나라도 누군가는 블루스 기타를 치고 누군가는 펑키한 재즈를 하며 누군가는 클래식의 퓨전을 보여준다. 노래하는 기타리스트 기탁의 기타가 블루스의 끈적한 맛을 담백한 목소리와 균형을 맞춰 연주해낸다면, 제이유나는 펑키한 기타의 맛을 들려준다. 그런가하면 장하은 같은 클래식 기타 천재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유려하게 시작해 몰아치는 폭풍 같은 연주로 이어가며 마치 오케스트라 같은 기타 연주의 다양한 맛을 보여줬다.

첫 회에 이어 2회에도 역시 밴드 오디션답게 악기 천재들이 줄줄이 등장했지만, 독특한 보컬들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래하는 작은 악마’라는 표현에 걸맞게 다크하면서도 다소 기괴하지만 개성만큼은 확실한 김예지나, 시원시원한 메탈밴드 크랙샷의 보컬 빈센트, 우리에게는 헤이즈의 히트곡 작곡가로 더 알려져 있지만 재즈 느낌의 연주와 보컬을 선보인 다비, 쳇 베이커를 꿈꾼다는 트렘펫 연주와 강렬한 보컬을 동시에 하는 임윤성...

1차 오디션이 경연이 아닌 공연처럼 보이는 <슈퍼밴드2>는 저마다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 향후 이들이 어떤 조합을 통해 들려줄 무대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았다. 더불어 월요일 밤의 이 음악 프로그램은 한 주의 시작점에 들어와 월요일을 기다리게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놀랍고 신기한 연주실력과 음악성들이 <슈퍼밴드2>라는 한 무대로 모여 조금씩 다양한 밴드의 형태로 묶여질 조짐을 보인다.

애초 프로그램 시작 전에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어째서 ‘슈퍼 K밴드’는 없는가 하는 질문에 이 천재들의 향연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존재했지만, 이들을 묶어줄 텃밭이 없었을 뿐이고 너무 아이돌에 편중되어 그 그림자에 가려 있었을 뿐이라는 것. 진짜 슈퍼 K밴드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라는 걸 이들의 공연은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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