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 예감하는 삼각 멜로

[엔터미디어=정덕현] “늘 결심은 그렇게 해요. 이번엔 진짜 새롭게 예전과는 달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쓰레기 자석.” 정신과 전문의 주영도(김동욱)는 강다정(서현진)을 ‘쓰레기 자석’이라 불렀다. 늘 새롭게 시작하려 하지만, 마치 자석처럼 나쁜 남자들만 들러붙는다는 것. 그런데 그건 알고보면 들러붙는 게 아니라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있다는 거였다.

“자기가 겪었던 불행을 거의 똑같이 재연한 다음에 이번엔 그걸 잘 극복하고 불행했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하는 거죠. 알코올 중독인 사람 때문에 불행했다면 이번에도 주정뱅이를 만난 다음에 술을 끊게 해주고 싶은 겁니다. 근데 잘 안돼요. 왜? 불행을 재연할 순 있지만 어떻게 극복할 지는 배운 적이 없으니까.”

주영도가 강다정을 만나 마치 심심풀이 장난처럼 하는 스누핑(상대를 보지 않고도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은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이 하려는 이야기의 전제처럼 보인다. 강다정은 7살 때 술주정뱅이에 폭력까지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경험이 있다. 그 때 강다정은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자신이 읽었던 동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어린 동생에게 동화를 제 마음대로 변형해 들려주고, 이웃집 부모가 사실은 친부모라는 상상을 하면서.

강다정은 이제 34살의 호텔 컨시어지로 일하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7살 때의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겪은 불행은 그대로 현재로 소환되어 주영도가 말한 것처럼 자석처럼 불행들을 다시 끌어당긴다. 새로 이사 온 건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도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드라마는 마치 주영도와 강다정이 그렇게 한 건물에 입주하게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그래서 밀고 당기다 사랑에 빠지는 멜로 장르의 틀을 가져오지만, 그 틀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살인사건이라는 틈입은 이 드라마가 그 이상의 이야기를 건네려 한다는 걸 예감하게 만든다. 주영도라는 인물은 정신과 전문의지만 동시에 형사들의 자문을 해주는 일도 한다. 따라서 주영도는 강다정과의 멜로를 그려나가면서도, 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주는 인물이고 동시에 이 건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멜로가 휴먼과 스릴러를 만나는 것.

여기에 의문의 인물 채준(윤박)과 주영도가 강다정을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결구도를 이루는 장면은 그래서 여러 차원에서 읽힌다. “당신 그 여자 만나지 마”라고 주영도가 채준에게 하는 말은 전형적인 멜로의 삼각관계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가 소시오패스라는 걸 알아차려 이를 막으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게다가 의심스러운 건 채준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어딘가 실존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만일 강다정이 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창조해낸 인물이 채준이라면, 주영도가 이 관계에 개입해 그와 강다정을 떼어놓으려는 행보는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멜로는 더더욱 흥미로워졌다. 이것은 이 드라마가 멜로와 휴먼드라마 그리고 스릴러까지 잘 엮어진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예감하게 만드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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