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서현진이 죽은 윤박을 다시 만난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적어도 평이한 멜로가 아니라서 좋다. 멜로에 더해진 미스터리와 심리 스릴러가 그저 밋밋할 수 있는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세워줘서다. 하지만 반전이 연속되고 그 미스터리의 실마리가 적당히 공개되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좀 난감해질 수 있다. 2회 만에 일방적으로 강다정(서현진)을 따라다니던 채준(윤박)이 자살하는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은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은 3회 엔딩에 죽은 채준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다시 강다정이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또다시 충격을 이어갔다.

과연 채준, 아니 실제로는 최정민이라는 이 인물은 어떤 인물일까. 어려서 한 번 강다정이 찾았던 교회에서 우연히 만났던 인물이 채준이다. 처음 만나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인물. 하지만 무슨 일인지 강다정은 다른 아이를 채준으로 착각한다. 그 아이에게 왜 자기 머리를 쓰다듬었냐고 따진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너는 나의 봄>에서 채준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죽은 후 드러난 본명은 다른 이름이고, 놀랍게도 그가 남긴 쪽지에 적힌 라커룸에서 발견한 오르골 속에는 어린 시절 강다정이 갔었던 교회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서 어린 강다정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아이 옆에 서 있었다. 사진 뒤편에 써진 ‘참 오래 찾았다’는 의문의 글귀는 어느 날 호텔에서 만나 강다정을 졸졸 따라다녔던 채준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그가 세 명을 살해하고 유서를 남긴 채 죽은 것 역시.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채준과 똑같은 사람을 강다정이 다시 보게 된 건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 혹자들은 “또 쌍둥이냐”는 추측을 하지만 그건 아닐 게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어린 시절 교회에서 그가 사람을 착각했다는 사실이 단서가 된다. 강다정이 보는 채준에는 어떤 착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착시는 아마도 어린 시절 그가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버텨내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일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전의 전말은 좀 더 지켜봐야 나올 것이지만, <너는 나의 봄>이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는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과거에서 등장한 채준이라는 인물과, 그 인물과 관련된 사건으로 얽히며 짧은 기간 급속도로 가까워진 현재의 주영도(김동욱)이라는 인물의 대비를 통해서다. 채준은 강다정으로 하여금 자꾸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로 자신을 끌고 가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주영도는 현재로 잡아끈다.

채준이 죽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강다정이 갑작스레 “약속 없으면 강릉 갈래요?”라고 묻고, 이에 주영도가 선선히 “네”라고 답한 후, 함께 강릉으로 가는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 티격태격하며 웃는다. 그 현재 던지는 농담들과 그래서 나오는 웃음은 채준의 죽음에 대한 충격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또 강릉에서 주영도는 강다정을 위로하며 “그냥 넘어진 것”이라고 말해주고, 강다정은 그간 숨겼던 속내를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린다. “너무 나쁘지는 말지, 슬플 수라도 있게. 그렇게 나쁜 짓은 하지 말지, 좀 울 수라도 있게.”

주영도와 강다정이 강릉을 다녀오는 그 과정은 마치 정신과 의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와 대화를 나누며 치유해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실제로 주영도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위로는 강다정을 다시 살고 싶어지게 만든다. 닥터 할로우 인형을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닥터 할로우는 자신의 심장을 나눠주잖아요. 그거 한 조각이면 죽고 싶었던 사람도 살고 싶어지고.” 그는 주영도가 건넨 국밥 한 그릇과 소화제, 사탕 그리고 함께 강릉을 가준 일을 고마워한다.

<너는 나의 봄>은 과거의 상처 속에 있는 강다정이 주영도라는 인물을 만나 현재의 삶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 과거의 상처는 채준이라는 의문의 인물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정신과 의사 주영도가 강다정을 치유해주는 이야기면서, 과거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가며 현재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의 이야기이고, 나아가 주영도와 채준이 대결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그 미스터리가 너무 깊어지면 시청자들을 너무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지만, 적절히 풀어나가는 미스터리가 더해진 이 드라마의 멜로는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수 있다. 그건 사적인 멜로의 달달함만이 아닌 보다 보편적인 삶의 이야기를 담보하는 휴먼드라마로 확장될 수 있고, 나아가 스릴러의 묘미까지 더해줄 테니. 과연 강다정의 ‘봄’은 누가 될까. 채준이라는 과거의 인물일까 아니면 주영도라는 현재의 인물일까. 멜로와 스릴러가 잘 엮어진 그 팽팽한 대결구도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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