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과 ‘너닮사’, 캐스팅의 무게와는 갈린 대중성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고현정마저 추락하나?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시청률이 또 떨어져 2.3%(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첫 시청률은 3.6%로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고현정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게다가 원작이 정소현 작가의 단편소설이라는 점도 작품에 무게감을 줬다. 그것이 시청률 3.6%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

하지만 <너를 닮은 사람>은 그 후로 2%대 시청률로 떨어진 채 계속 추락 중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너를 닮은 사람>은 단편소설 원작이 가진 문학적 서사나 삶에 대한 통찰이 연출과 대본에서 잘 구현되지 못했다. 가난과 부에 대한 욕망, 선망 그런 것들로 인해 잃어가는 나라는 존재의 가치 등등 원작이 접근한 깊이 있는 통찰들은, 당장 극적 자극을 선택해 끌고 가는 드라마의 선택에 의해 단순한 치정과 복수의 서사 정도로 그려지고 있는 느낌이다.

<너를 닮은 사람>이라는 제목은 사실 이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의 대부분을 담고 있을 정도로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희주(고현정)와 해원(신현빈)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그려진다. 가난했지만 태림재단의 며느리가 되어 부유해진 희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녀 취급을 하는 시댁 사람들 속에서 자존감을 잃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빛나는 해원을 만나고 그로부터 미술을 배워가며 두 사람은 친자매처럼 가까워진다. 희주의 입장에서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난 해원은 가난했지만 빛났던 ‘자신을 닮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순간 희주는 잃었던 자신을 찾은 듯한 생기를 갖게 된다.

하지만 희주와 해원의 관계는 해원이 사귀던 선배 서우재(김재영)가 등장하면서 깨져버린다. 해원 대신 미술 선생을 맡게 된 서우재와 희주가 가까워지고, (드라마에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일랜드에서 남편 몰래 희주는 서우재와 동거한다. 그리고 어느 날 서우재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 후로 서우재는 아일랜드에서 사고로 당해 병상에서 몇 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희주 앞에 해원이 나타난다. 희주의 딸 리사(김수안)의 미술선생으로 나타난 해원은 리사의 뺨을 때린 일로 희주와 마주하게 되는데, 희주는 처음 그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만큼 해원 역시 과거의 그 빛나던 모습이 아니었던 것. 희주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으로 변한 해원은 그래서 본래의 그가 아니다. 희주에게는 그를 닮은 어떤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결국 <너를 닮은 사람>은 그 이면에 담긴 문학적 서사와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지 않으면 단순한 치정 복수극으로 그려질 수 있는 작품이다. ‘닮은’이 아닌 진짜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이 없는 한, 희주를 무너뜨리려는 해원의 복수극이 되고, 그 과정에서 해원 또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너를 닮은 사람>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그 깊이를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선택을 해서 과감하고 파격적인 전개를 펼쳐보이지도 않고 있다. 전자를 선택했다면 시청률이 조금 낮아도 작품성으로서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후자를 선택했다면 좀 더 과감했어야 했다. 아쉽게도 그 중간 어디쯤을 선택함으로써 <너를 닮은 사람>은 어정쩡한 선에 머물렀고, 그것이 시청률 하락이라는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최근 종영한 <인간실격>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 부분이었다. <너를 닮은 사람>이 고현정의 복귀작이라는 기대감을 줬다면, <인간실격>은 전도연이 캐스팅됐고 무엇보다 멜로로 정평이 난 허진호 감독과 김지혜 작가가 의기투합한 드라마라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다. 그 기대감은 역시 첫 회 시청률 4.1%라는 높은 수치로 드러났지만, 이후 이 드라마 역시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해 1%대를 전전하게 됐다.

<인간실격>은 물론 인간에 대한 통찰은 물론이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드라마지만, 이렇게 대중적인 작품이 되지 못한 건 드라마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최근의 드라마 경향과 대중들의 정서를 잘 파악하는 일은 대중적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시종일관 너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끌고 가면서 시청자들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가벼운 시퀀스들이나 캐릭터들을 균형 있게 배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마찬가지로 <너를 닮은 사람>도 문학작품을 드라마화하는 데 있어서 그 깊이와 극적 요소들을 균형 있게 연출해내는데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그저 미스터리와 스릴러적인 요소로 극을 끌고 가려는 강박관념보다는 좀 더 인물의 심리와 감정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감으로써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그들에 몰입하며,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를 찾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모두 전도연, 고현정 같은 존재감 강한 배우들을 전면에 세웠다. 그리고 이들은 충분히 역할을 수행해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진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건 결국 잘 설계된 대본과 연출에 의해서다. 작품들의 기획 포인트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이 대중성과 깊이를 모두 균형 있게 드러낼 수 있게 설계되고 연출됐는가에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것이 최근 JTBC 드라마들이 묵직한 소재의 작품들을 가져오면서도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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