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력 실종된 JTBC 드라마, 대중성과 작품성 조화 아쉽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0.58%(닐슨 코리아). JTBC 월화드라마 <한 사람만>도 결국 0.58% 시청률까지 곤두박질쳤다. 첫 회 2.4%의 시청률에서 단 한 차례도 상승하지 못하고 꾸준히 추락한 결과다. 단 4회 만에 시청률이 반의반 토막 난 셈이다. 첫 시청률이 보여주는 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tvN 드라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매력적인 배우로 등극한 안은진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믿고 보는 연기에 매력까지 더한 그가 출연한 작품이니 어찌 기대가 없을까.

하지만 초반의 스토리는 기대와 불안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다. 그 불안감은 시한부 선고라는 너무 상투적인 설정에서 비롯됐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표인숙(안은진)이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 육성자(고두심)에게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난다고 거짓말을 한 후 ‘아침의 빛’ 호스피스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역시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강세연(강예원), 성미도(박수영)를 만나 벌이는 워맨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뻔한 면이 있었다.

다만 어차피 죽게 될 처지에 ‘죽을 놈’ 한 사람만 함께 데려가자는 설정은 그래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옆집 아이를 위해 그 아버지를 골프채로 때려 살해한 상황은, 삶과 죽음의 흥미로운 변주를 보여줬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삶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운 변주는 이후 호스피스에 있는 인숙을 찾아온 민우천(김경남)과 그 곳에서 함께 생활하며 엮어지는 멜로라는 상투적인 전개로 이어졌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관계도 너무 작위적인 흐름으로 몰입을 깼다. 게다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달달한 휴먼 멜로와 조폭과 청부업자가 등장하는 범죄 스릴러의 결합도 부조화를 이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죽어가는 이들의 절절한 사랑이라는 어두운 세계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그다지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과는 시청률 수치가 말해주듯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한 사람만>의 이런 결과가 이 작품 하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다. 올해 JTBC 드라마들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 일제히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1월에 방영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너무 뻔한 멜로 틀로 1%대 시청률을 전전했고, 2월에 JTBC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내놓은 <시지프스>는 조승우·박신혜 주연에 진혁 감독이 연출한 무려 200억대 제작비의 SF 판타지 드라마였지만 고작 시청률이 4%대에 머물렀다.

그밖에도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거의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간 집>이 2%대, <인간실격>이 1%대, <구경이>가 1%대, <너를 닮은 사람>이 2%대, <알고 있지만>이 1%대, <아이돌 : The Coup>이 0%대. 시청률이 드라마 성패의 잣대가 되지 않는 시대긴 하지만 이 정도로 계속 낮은 시청률을 냈다는 건 분명 JTBC 드라마에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 중에서도 <인간실격>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이나, <구경이>처럼 실험성이 더 큰 가치로 다가오는 작품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것은 작가나 감독의 역량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지 작품을 선택하고 때론 기획하는 힘에 의해 거둔 성취가 아니었다. JTBC 드라마는 과연 ‘기획’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에 조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작품성은 차치하고라도 특히 고현정, 이영애, 전도연, 조승우 같은 스타 캐스팅에도 보편적인 대중성을 가져가지 못했다는 건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설강화> 관련 논란도 올해 JTBC 드라마의 이런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설강화>의 역사왜곡 논란은 구체적인 왜곡의 장면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중대하고 민감한 시대를 끌어오면서도 그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 없이 가볍게 멜로와 심지어 코미디로 당대를 그려내는 것이 왜 문제인가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제작진과 여기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JTBC 드라마 콘트롤 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JTBC 드라마는 ‘명품드라마’, ‘본격드라마’라는 지칭이 생길 정도로 문제의식이 분명하고, 완성도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래서 새로 생긴 방송사이면서도 드라마에 있어서 지상파를 압도하는 성과들을 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한 해를 두고 보면 이런 성과들이 무색한 ‘기획의 부재’를 절감하게 된다. 뼈아픈 반성과 패인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시스템적인 문제라면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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