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법칙’에 대한 호불호, 취지 좋지만 이걸 예능으로?

[엔터미디어=정덕현] 김병만이 돌아왔다. 이번엔 SBS 예능 <공생의 법칙>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프로그램은 <정글의 법칙>과 연결고리가 있다. <정글의 법칙>의 김진호 PD가 연출을 맡았고, 김병만이 사실상 주인공이라는 점이 그렇다. ‘정글’에서 ‘공생’으로 바뀐 건, 전자가 생존의 의미를 담았다면 후자는 환경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교란은 곤란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공생의 법칙>은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이른바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들과의 일전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 첫 방송에 소개된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은 등검은말벌이다. 동남아나 중국 남부 일대의 열대지역에서 부산을 통해 침입해 들어온 이 외래종 말벌은 꿀벌들을 대거 사냥해 죽임으로써 양봉업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말벌이다. 말벌집 하나가 하루에 1만 마리 넘는 꿀벌을 사냥해간다고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꿀벌을 죽이는 일은 단지 양봉 피해만이 아니라 전체 생태계 교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생의 법칙>은 김병만과 배정남 그리고 박군이 이른바 ESG(에코 시스템 가디언즈)팀을 꾸려 등검은말벌집을 제거하는 과정을 담았다. 까마득히 높은 나무 위에 자리해 접근조차 어려운 벌집을 떼내기 위해 김병만은 수차례 전문가들과 함께 실전을 쌓았다. 그런데 방호복을 껴입고 무거운 장비들을 챙겨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는 일은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말벌집에 다가가자 공격조 말벌들이 김병만의 방호복 위로 독을 쏴댔고, 이를 촬영하는 드론조차 공격에 추락할 정도였다. 게다가 김병만은 과거 <정글의 법칙>에서 벌에 물려 온 몸에 알레르기 반응을 심각하게 일으켰던 전적이 있었다. 자칫 방호복 속으로 한 마리라도 침투해 들어온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다행히 거대한 말벌집을 채집망에 넣어 무사히 밑으로 내려왔지만 그 일련의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 학교 인근 나무 위에 위치한 거대한 말벌집을 김병만과 배정남 그리고 박군이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제거하는 과정은 한 마디로 전쟁이었다. 전문가가 와서도 너무 높아 제거를 못했다는 말벌집이었다. 구멍을 막지 못해 마구 쏟아져 나온 벌들 사이에서 벌집을 떼내 특수 케이지에 넣는 과정은 한 마디로 끔찍했다. 한편에서는 날아드는 벌들을 채집망을 끝없이 흔들어 잡는 와중에, 김병만이 떼낸 말벌집을 너무 커서 들어가지 않는 특수 케이지에 우겨넣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패닉 상태가 된 배정남은 소리를 질러가며 날아드는 말벌들을 잡아 케이지에 넣는 일을 반복했다.

사실 도시에서도 점점 피해가 발생하는 등검은말벌을 퇴치하는 일은 시민 안전을 위해서도 또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공생의 법칙>이 내세운 그 취지만은 충분히 공감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이긴 하나 이 위험천만한 일들을 전문가가 아니라 연예인들이 나서서 한다는 게 너무 불안하다는 시청자 반응도 쏟아졌다. 안전 불감증이 염려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를 위해 김병만이 사전에 충분한 훈련을 받았고, 그간 <정글의 법칙>에서 봐왔던 전문가를 능가하는 그의 능력이 있어 그나마 이 위험천만한 미션도 어느 정도 허용되는 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보기에도 아찔한 크레인 위에서 쏟아져 나와 마구 공격하는 말벌떼들과 필사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보기 불편할 정도로 끔찍한 면이 있었다. 실제로 등검은말벌집을 제거하는 와중에 벌에 쏘여 순직한 소방관의 사연도 소개됐다. 이 정도의 위험성을 제작진이 알면서도 이 일을 하는 건 환경을 지킨다는 공적인 취지가 있지만, 동시에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갖게 만들었다.

특히 크레인 위에서 사투를 벌일 때 패닉에 빠진 배정남이 “제발 물지 마라.. 울지(?)마라”라고 두려움에 내뱉는 말을 땀을 뻘뻘 흘리는 그의 얼굴 이모티콘과 더불어 자막까지 붙여 넣는 대목이나, 드론으로 공중 촬영된 그 장면 위에 뜬금없이 ‘fly me to the moon’을 배경음악을 까는 대목은 위험한 순간을 ‘예능적 재미’로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취지의 명분과 예능의 자극적인 재미. <공생의 법칙>이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어떤 불편함이 남은 건 이 두 요소가 엇박자를 이루어서다. 혹여나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을 방송에 담을 수 있는 진짜 이유는 그 공적 취지의 명분 때문이지만, 그걸 통해 자극적인 장면을 심지어 예능적으로 연출해 넣는 건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공생의 법칙>은 ‘안전’이 키워드일 수밖에 없다. 생태계를 지키려 하는 것도 결국 우리네 삶의 안전과 직결된 것이지 않은가. 그런데 방송이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상황 속에 나서는 이들을 자극적이고 예능적인 시선으로 소비하는 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아닐까. 이 프로그램의 첫 방에 호불호가 갈리는 건 그래서다. 좋은 취지와 이를 위해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이를 예능적 재미로 소비하는 방식의 불편함은 향후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숙제로 남을 듯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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