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손예진 나이의 고민 담은 ‘서른, 아홉’, 그래서 더 공감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역시 손예진이다.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은 어쩌면 이제 마흔의 나이에 접어든 이 배우의 ‘기록’ 같은 작품이 아닐까. 제목에 담긴 수치가 말해주듯, 이 드라마는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대가 갖는 공감대를 전면에 끌고 들어왔다. 김상호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듯, 이 나이는 “불혹을 목전에 둔 긴장감이 가득한 나이”다. “무언가를 이뤄내기엔 이르고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은 나이”.

‘서른, 아홉’ 첫 회는 이 나이대의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로 차미조(손예진), 정찬영(전미도) 그리고 장주희(김지현)가 우연히 첫 만남을 갖게 되던 그 때의 이야기부터 이제 서른아홉을 맞아 저마다 가진 삶에 대한 고민들을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놨다. 피부과 의사인 차미조는 병원 개업해 진 빚을 어느 정도가 갚아 1~2년 안식년을 가지려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연수를 가려 하는 것.

정찬영은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결혼한 김진석(이무생)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계속 만난다. 자신은 로맨스라 계속 주장하지만 그럴 때마다 차미조는 그건 ‘불륜’이라며 뼈를 때린다. 장주희는 서른아홉이 되도록 연애 경험이 없고 그래서 차미조와 정찬영에 남달리 의지하는 인물로 어느 날 동네에 생긴 퓨전중국집 남자에 마음을 주기 시작한다.

보육원에서 자라 입양된 차미조는 정기적으로 찾던 보육원에서 운명처럼 김선우(연우진)를 만나고 그 후로도 우연이 겹쳐지며 인연이 되어간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는 확실히 자기감정에 보다 솔직해지는 나이일까. 술 취해 차미조가 준 작약을 보러 자신의 집에 가지 않겠냐는 김선우의 저돌적인 고백에 차미조는 그와 달콤한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안식년으로 떠날 예정인 차미조는 더 이상의 만남이 서로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며 김선우와 거리를 두려 한다.

즉 서른아홉은 마음이 가는 상대를 만나면 즉각적으로 좋은 마음을 표현할 정도로 서슴없는 나이이면서, 그러면서도 계속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거기서 멈추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은 지를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나이다. 물론 정찬영처럼 차미조와는 정반대로 흔들리는 나이 역시 서른아홉이다. 정찬영은 김진석과 만나는 것이 이성적으로는 ‘불륜’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의 마음은 이를 칼같이 끊어내지 못한다. 차미조와 정찬영의 상반된 상황은 그래서 서른아홉이라는 나이가 가진 애매한 경계와 불혹 직전의 흔들림을 잘 표상한다.

물론 시작과 함께 슬쩍 드러냈던 것처럼 ‘서른, 아홉’은 정찬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이 툭탁대면서도 평온했던 일상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속에서 어쩌면 그저 한없이 날아갈 듯 보였던 청춘들이 이제 중년의 나이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무거움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시간이 펼쳐질 지도.

이제 첫 회가 방영됐을 뿐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 ‘서른, 아홉’은 이야기 소재나 구성 등이 특별하거나 새로운 드라마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나이를 소재로 가져오고, 그 나이대를 겪는 세 명의 여성이 서로 끈끈한 워맨스를 보이면서 동시에 로맨스를 찾는 이야기. ‘섹스 앤 더 시티’가 나온 뒤 우리네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인물구성과 이야기에서 ‘서른, 아홉’은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자꾸만 눈이 가는 건 등장인물들의 매력과 그걸 연기하는 연기자들에 대한 호감이 그 무엇보다 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단박에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던 전미도의 조금은 보이시해 보이는 연기가 눈에 띠고, 무엇보다 최근 현빈과의 결혼소식을 알려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손예진이 그 나이대의 공감을 담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어가는 연기가 시선을 잡아끈다.

손예진도 그렇지만 전미도 역시 이제 갓 40을 넘긴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서른, 아홉’은 마치 이들이 지나온 그 시간의 경험치가 작중 캐릭터들과 함께 공명하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여전히 매력적이고 발랄하지만 이제 삶의 무게감 또한 조금씩 얹어지며 그 깊이를 더해가는 이들 배우들에 빠져드는 시간. ‘서른, 아홉’이 그려나갈 세대 공감의 스토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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