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배우 매력이 대본의 빈틈 채운 ‘서른, 아홉’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이 종영한다. 보통 16부가 대체적인 미니시리즈의 분량이지만, 12부로 마무리된다. 만일 <서른, 아홉>이 훨씬 더 풍부한 스토리들을 갖고 있고, 그래서 남은 이야기들도 충분하다 생각되는 드라마였다면, 12부 종영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을 게다. 하지만 <서른, 아홉>은 더 이상의 분량이 아닌 12부에 끝내는 것이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드라마다. 이야기의 서사나 구도, 메시지에 있어서 특별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제 마흔을 앞둔 나이의 세 여성, 차미조(손예진), 정찬영(전미도) 그리고 장주희(김지현)의 워맨스에 가까운 우정과 그들 앞에 나타난 세 남자들과의 사랑 이야기를 틀로 가져온 <서른, 아홉>은 여기에 시한부, 입양에 대한 서사를 덧붙였다. 입양되어 그 누구보다 사랑받으며 자라온 차미조와, 파양된 동생 문제로 귀국했다가 차미조와 사랑하게 되는 김선우(연우진)의 사랑이 한 축이고,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찬영(전미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서사가 또 다른 한 축이다.

한 10년 전이라면 이런 구도의 서사가 참신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멜로드라마들은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에서 무한히 확장하고 진화해 여성들 간의 우정을 사랑보다 더 중심에 놓고 그리고, 남녀 간에도 ‘남사친’, ‘여사친’이라는 우정 관계를 담아내며, 심지어 남남, 여여 간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들이 나오는 시대에 들어섰다. 물론 모든 작품이 이렇게 파격적일 필요는 없지만,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서른, 아홉>이 취하는 소재나 구성은 너무 익숙한 게 사실이다.

11회에 등장한 ‘낭만에 대하여’ 같은 부제의 스토리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시한부로 떠날 준비를 스스로 하는 정찬영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친구, 부모, 연인의 관점이 담겨졌지만 그것이 어떤 새로운 감흥을 줄만큼은 아니었다.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와 상황의 반복이랄까.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잃어버릴 너에 대하여’ 같은 노래 가사에서 따온 내레이션이 슬프긴 하지만 어쩐지 그렇게 내레이션까지 더해 짜내는 감정은 그렇기 때문에 울림이 오히려 적다.

그래도 <서른, 아홉>이 최고 시청률 7.5%(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끝까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이탈하지 않게 된 건 배우들 덕분이다. 애초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만들었던 건 손예진과 전미도가 함께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들 두 배우 이외에도 또 한 명의 친구 장주희 역할로 등장한 김지현의 매력도 도드라졌다. 입양과 시한부라는 무거운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장주희라는 인물의 역할 때문이기도 했지만, 김지현은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항상 한 발 뒤에 물러나 차미조를 바라봐주고 챙겨주는 김선우 역할의 연우진이나, 남자가 소리 내어 우는 모습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진석 역할의 이무생, 또 더할 나위 없는 언니 역할로 새로운 연기의 결을 보여준 미친 존재감 차미현 역할의 강말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매력적인 배우들이 있어 <서른, 아홉>은 동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이 모든 인물들 사이에 서서 그 중심을 잡아준 배우가 손예진이다. 그는 연우진과는 달달한 멜로 연기를 펼쳤고, 전미도, 김지현과 끈끈한 우정 연기를 담아냈으며, 강말금과 찐 자매 연기를 그렸다. 다소 아쉬운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이 가진 연기력과 매력으로 채워진 <서른, 아홉>. 그들이 있어 끝까지 몰입될 수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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