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아름다워’, 억지 고구마 설정 없이 밝다는 것만으로도

[엔터미디어=정덕현] 뻔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반응. 최근 들어 이른바 ‘클리셰’가 많은 드라마들 중 간간히 나오는 이례적인 반응의 드라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종영한 SBS <사내맞선>이 그런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너무나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의 구도를 가져왔지만,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KBS 주말드라마 역시 클리셰를 빼놓고는 말하기 어려운 드라마들이다. 연령대가 어느 정도 있는 고정 시청층을 갖고 있는 이 주말드라마는 그 시간의 특성상 가족 구성원들의 멜로와 출생의 비밀,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클리셰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똑같은 클리셰를 써도 어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는 반면, 어떤 드라마는 호평을 받는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올까.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는 아마도 뻔한 클리셰를 가져왔지만 괜찮은 반응을 얻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전작이었던 <신사와 아가씨>의 경우 최고 시청률 38.2%(닐슨 코리아)를 기록하긴 했어도 조사라(박하나) 같은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 캐릭터를 활용해 질질 끄는 스토리로 혹평이 쏟아진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아름다워>는 그 시작점을 보면 적어도 억지 고구마 설정을 피하는 밝은 드라마를 지향하고 있어서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런 드라마의 기조를 보여주는 건 시작부터 사기 결혼에 휘말린 현미래(배다빈)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다. 물론 향후에 어떤 이야기가 더 갈등 요소로 등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박준형(이현진)을 상대로 현미래의 대리인인 이현재(윤시윤)가 낸 혼인 무효소송에서 선선히 무효 결정이 나오는 상황이 그렇다. 만일 클리셰를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용하는 드라마라면, 박준형 같은 캐릭터를 더 질깃질깃하게 갈등유발자로 쓰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입양아인 이민호(박상원)에게 작은 아버지가 찾아와 친아버지가 선산을 자신에게 넘기라며 유서를 남겼다고 하는 대목에서도, 이경철(박인환)이 나서 아들 이민호를 대변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즉 이런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는 흔하게 현 아버지인 이경철 모르게 진행되면서 갈등을 높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현재는 아름다워>는 이경철이 직접 나서서 이민호의 작은 아버지를 상대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즉 클리셰들을 가져오긴 하지만 그것이 너무 억지스럽거나 질질 끄는 고구마 설정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것.

대신 <현재는 아름다워>는 현재와 미래(배다빈), 윤재(오민석)와 해준(신동미) 그리고 수재(서범준)와 유나(최예빈)의 3인3색 멜로가 전편을 채우고 있다. 물론 이들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요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들이 그려나가는 멜로는 그 기조가 코미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웃음의 빈도가 높고, 이런 느낌은 드라마를 밝게 만들어낸다.

사실 주말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완전히 새롭거나, 신선한 소재, 접근 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적당한 클리셰가 등장하는 걸 시청자들은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중요해진 건 이러한 클리셰를 갖고 오더라도 너무 억지로 끌고가는 이야기는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들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주말드라마에 요구하는 건 단 하나다. 잠시라도 잊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것.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는 아름다워>의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 물론 그 미래도 괜찮을 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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