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그린마더스클럽’, 주말 저녁 8시에 편성됐더라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비록 후반부에 시청자를 망연자실하게 했어도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오랜만에 여러 세대의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들이긴 했다. 하지만 후속작인 <현재는 아름다워>의 추세는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현재는 아름다워>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은원중학교 교감 이민호(박상원)와 어린 그를 입양해서 훌륭히 키운 이씨 집안의 수장 이경철(박인환)을 중심으로 이제는 잊힌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마치 과거 KBS 주말극 히트작이었던 김수현 작가의 <부모님 전상서>가 떠오르는 드라마다.
하지만 <현재는 아름다워>가 과거 김수현 작가의 히트작만큼의 흡인력과 무게감을 갖췄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이민호의 아들 이현재(윤시윤), 이윤재(오민석), 이수재(서범준)의 에피소드는 시트콤 식으로 나열될 뿐 딱히 집중이 되지는 않는다. 자극적인 막장 주말극의 굴레는 벗어났지만, 지루하거나 유치한 상황들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지는 시트콤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딱히 주말 8시 시간대에 다른 드라마가 없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최소 25%는 넘는 시청률은 이어가고 있다.
사실 KBS 주말드라마의 품이 떨어진 지는 좀 오래 되었다. 작품성과 시청률을 다 잡았다는 평가를 듣는 건 이미 옛날이다. 그나마 신파적이고 자극적인 재미로 시청자를 잡아두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 사이 드라마의 트렌드나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주말극에 어울리는 가족 서사 이야기도 상당히 달라졌다. 가족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거나, 똑같은 신파라 할지라도 울림이 다른 드라마들도 있다.
최근 JTBC <그린 마더스 클럽>이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 KBS 주말드라마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
JTBC의 <그린 마더스 클럽>은 초등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뒷이야기와 과거 두 여주인공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그려간다. 비록 밝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2022년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에게 공감대가 갈 만한 현실적인 부분들을 짚어낸다. 이은표(이요원)와 변춘희(추자현), 서진하(김규리) 사이에 얽혀 있는 미스터리도 기존 막장극의 식상한 설정들을 살짝 비껴가 있다. 좀 더 재치 있게 풀었다면 더 흥미로웠을 드라마지만, 어쨌든 지금의 평일 심야시간대가 아닌 8시 주말극 자리로 옮겼다면, 지금보다 두 배 정도는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지 않았을까 싶다.
tvN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우리들의 블루스>는 2022년의 주말극이 보여줄 법한 스타일을 제시해준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청춘물과 가족드라마의 코드를 발랄하게 엮는 동시에,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의 관계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계속해서 끌고 갔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의 이야기를 통해 레트로 주말극이 90년대와 2천년대를 배경으로 할 수 있는 점을 보여주었다.
노희경의 옴니버스식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신파를 포장하는 스케일과 멋을 보여준다. 어차피 주말드라마가 시청자를 위한 신파와 휴머니즘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판타지라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거기에 제주의 멋진 풍경으로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또 주말극에서 보여주는 대가족 판타지가 아닌 또 다른 삶의 풍경이 구구절절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한다.
아마도 KBS 주말드라마는 앞으로도 가족 이야기를 기반으로 비슷한 형태의 구성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일 것이다. 하지만 더 현실적이거나, 더 미스터리하거나, 더 신선하거나, 더 스케일 크거나, 더 마음을 아프게 파고드는 드라마라면 충분히 주말 황금시간대에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tvN, JTBC, KBS]
관련기사
- ‘현재는 아름다워’, 때로는 KBS 주말극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 “밑진 셈 치겠다”...이정은의 그 짠한 블루스가 아름답다(‘우리들의 블루스’)
- 이요원·추자현의 깔깔 웃는 워맨스를 기대하는 까닭(‘그린마더스클럽’)
- ‘스물다섯 스물하나’ 제작진은 왜 막판에 변심했나
-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모든 것이 예쁘다
- “낙태는 살인” 죄의식 부추긴 노희경 작가에 대한 아쉬움(‘우리들의 블루스’)
- 이요원·추자현의 전쟁 같은 갈등, 터닝포인트 잡은 ‘그린마더스클럽’
- 눈물 쏙 뺀 ‘우리들의 블루스’, 인생 누아르 찍은 두 아방 박지환·최영준
- 학원비 때문에 불법까지... 추자현의 엇나간 자식 사랑(‘그린마더스클럽’)
- 이병헌은 우울증에 빠진 신민아를 어떻게 끄집어냈나(‘우리들의 블루스’)
- 뭘 해도 죽 쑤던 JTBC 드라마, 송중기가 살리나(‘재벌집 막내아들’)
- 어쩌다 ‘삼남매’의 관계는 이토록 복잡하게 꼬이게 됐을까
- 백진희·안재현은 물론 강부자까지 망가졌건만 왜 안 통할까(‘진짜가’)
- JTBC 예능국의 포부 담긴 ‘배우반상회’, 이 틈새전략이 성공하려면